젊음 발산과 인근 불편의 절묘한 타협점

등록 : 2017-09-28 11:42 수정 : 2017-09-2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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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케이트보더가 광진구 능동로 청담대교 아래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다. 광진구 제공

다리 아래에서 새처럼 높이 올라갔다가 쏜살같이 내려오기를 반복하며 다양한 기술을 선보인다. 거의 묘기 수준에 가깝게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젊은이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따라 젊어지는 것 같다. 이곳은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과 2호선 건대입구역 사이에 있는 청담대교 아래에 있는 스케이트보드장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보드를 탄다는 것 자체도 매력적인데, 다리 아래라서 햇빛과 비를 어느 정도 막아주는 효과까지 있어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이 스케이트보드장은 광진구가 서울시와 함께 능동로 경관 개선을 목적으로 청담대교 북단 아래 스케이트보드장과 농구장, 수(물) 공간, 쉼터 등 4개 구역으로 나눠 여가 공간으로 만든 곳이다. 시비 50%, 구비 50% 비율로 모두 7억4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2015년에 설계해 지난해 공사를 마치고 올 초 개장했다.

그러나 운영을 시작하자 밤늦게까지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바람에 야간 소음이 생겨 인근 주민 피해와 안전문제도 거론됐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진구는 운영을 잠시 중단한 뒤, 시설에 펜스와 출입문을 설치하고 공공근로자가 시설을 관리하며 이용 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로 제한했다. 이렇게 주민들과 합의점을 찾은 뒤 지난 7월부터 재개장해 운영하고 있다.

다른 자치구에서는 스케이트보드장에서 보드를 타면서 생기는 소음이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행위 등의 이유로 아예 보드를 타지 못하게 한다거나 시설물을 없애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광진구는 다리 밑에 죽어 있는 자투리 공간을 활력이 넘치는 젊음의 장소로 되살려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주변 상권에도 영향을 끼쳐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8, 9월 두달 동안을 시범 기간으로 정하고, 이 기간에 스케이트보드 활성화를 위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5시 무료 스케이트보드 교실을 열고 있다. 강습은 구청의 제안으로 사단법인 대한스케이트보드협회 강사 3명이 재능기부 형태로 맡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보드는 물론 헬멧과 무릎·팔꿈치·손목보호대 등 안전장비 일체를 준비해 와서 단계별로 수업한다. 현재는 광진구 내 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초등학교 4~6학년과 중학생 등 14~17명의 아이가 수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배우고 싶은 구민이 있다면 연령과 실력에 맞는 반을 추가 개설할 예정이다. 또 시범 기간에 발생하는 문제점을 모니터링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해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이제 청담대교 아래는 더 이상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그냥 다리 밑이 아니다. 젊은이들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재창조된 공간으로, 그 자체가 명소다. 우리 모두의 공간으로 사랑받기 위해 광진구는 앞으로도 이곳을 잘 관리할 것이다. 이용자들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시설을 아끼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등 애정을 갖고 이용했으면 좋겠다.

채수진 광진구 홍보팀 주무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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