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의 진화, 어른들의 공부방

성인 독서실 우후죽순…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100살 시대 풍속도

등록 : 2017-09-07 14:02 수정 : 2017-09-1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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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좀 보여주세요.” 지난 주말 강남 번화가 한복판, 성인 전용 독서실을 찾은 30대 여성 손님의 말에, 카운터에 있던 매니저가 익숙한 듯 공간을 안내한다. 10여분 뒤 이번에는 20대 남성 손님이 들어와 ‘방 구경’을 희망했다. 의자와 책상, 보조 모니터, 콘센트와 음료대 위치, 시간별 이용금액 등을 꼼꼼히 묻고 ‘입실’하겠다고 말하자, 매니저가 바로 카드식 방열쇠를 내주었다. 약 스무개의 방이 모두 꽉 찼다.

‘토 즈 스터디센터’ 여의도센터

토즈 스터디센터 누적이용 168만명

프리미엄독서실은 전문점급 음료도

지정석에서 전문잡지도 편하게 열람

20~30대가 주 고객, 50대도 늘어

‘토즈 스터디센터’ 공덕 2센터

주말, 어른들의 방 ‘성인 독서실’


독서실을 찾는 성인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성인 독서실의 진화도 눈에 띄게 빨라졌다.

2001년 8월 공간 서비스 그룹으로 시작한 ‘토즈’(TOZ)는 올해 8월 기준으로 독서실 공간인 ‘스터디센터’만 299개를 냈다. 누적 이용 고객수가 190만명으로 집계됐다. 업체 관계자들은 “수험생은 물론 20대부터 30대까지도 주 고객층이며, 최근에는 50대까지 수요가 늘었다. 경기침체와 고용불안이 함께 오면서, 공부하는 과목도 10년 전과 달리 굉장히 다양해졌다. 고객별 공부 패턴에 따라 공간 역시 변화를 따라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토즈 공덕 2센터는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는데, 약 100여석 되는 1인석이 한달 이상 장기 이용객들로 모두 마감됐다. 윤혜경 지점장은 “한달 전부터 대기 리스트에 올려야 이용할 수 있다. 이용객은 20, 30대 젊은층과 수능 준비생들 반반”이라고 말했다.

토즈 공덕 2센터 이용객 고아무개(31·유학 준비생)씨도 1년 반째 성인 전용 독서실을 이용하는 경우다. 고씨는 “거의 매일 문 열 때 찾아와 영어시험 준비와 졸업논문 마무리를 번갈아가며 한다. 카페 등은 변수가 많아 장기적으로 공부하기 힘든데, 여긴 애초에 공부를 목적으로 만든 공간이니 아무 때나 지정석에서 편하게 머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더구나 카페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무료로 여러 종류의 음료도 즐길 수 있다”고 이용 이유를 설명했다.

직장인들이 많은 여의도센터도 마찬가지다. 지난 주말 오전 11시, 토즈 여의도센터로 들어가던 30대 직장인 신정연씨는 “집이 가까워 매주 서너번 찾아와 머문다”며 “중국어 공부와 승진 시험공부를 위해 오는데, 여기는 가성비도 좋고 밝고 깨끗하니까 거부감이 없다. 백세시대에 평생 해야 하는 것이 공부인데, 기왕이면 편하게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비에이블 스터디’ 등촌점

백세시대, 제2의 인생을 위한 방

성인 독서실 이용객들이 늘다 보니 지역과 업체별로 개성도 강해졌다. 기본 사무기기 비치는 물론, 책걸상과 동선도 성인의 체형과 습관에 맞춘다. ‘프리미엄’이 붙는 고급 독서실 경우 취향에 맞는 업계 전문잡지도 열람할 수 있고, 무료 음료의 질도 전문점 못지않게 높아졌다.

‘아토스터디’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독서실 브랜드 ‘그린램프라이브러리’는 종로 단성사 건물에 성인용 독서실 ‘그린램프스퀘어’를 내어 공부 공간이 필요한 이들을 겨냥했는데, 세무·회계 자격증 수험생들이 몰려 주중에도 하루 평균 200~300명이 입실한다. 20, 30대가 주 고객이지만 간혹 50대 고객들까지 눈에 띈다. 이용객 박아무개(36)씨는 “이직을 위해 세무사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가 단골이 됐다. 공간 구획이 마음에 들어 집은 목동이지만 여기까지 온다”고 말했다.

공부모임 카페 브랜드 ‘비에이블스터디’는 20대 취업준비생들에게 ‘자소서(자기소개서) 쓰기 좋은 공간’으로 평이 났다. 등촌점 이용객인 최진(25·취업준비생)씨는 일주일에 다섯번 정도 공간을 찾는다고 했다. “가까이 구립도서관이 있지만 시설이 너무 낡고 화장실 위생 상태도 좋지 않아 꺼려진다. 여기는 자소서 쓰는 것 외에도 경제 기사 스크랩이나 자격증 준비가 편해 자주 오게 된다”고 했다.

‘공부’란 곧 나만의 시간을 갖겠다는 의지일 수도 있다. 오로지 ‘나만의 공간’이 필요해 성인 전용 독서실을 찾는 중·장년층도 많았다.

‘플랜에이’ 교대점

교육공간 디자인 전문업체 ‘아지오디자인’이 만든 ‘플랜에이’ 독서실도 이런 성인 이용객들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했다. 플랜에이 교대역지점을 찾아 ‘방 구경’을 온 30대 중반의 한아무개씨는 “현재 자수 아티스트이자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자수를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가르칠 공간을 찾다가 여기로 와 6인 세미나실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플랜에이 교대점 한혜랑 이사는 “회계·어학 자격증을 준비하는 20, 30대가 주 이용객이지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거나 공부를 시작하는 50대 이상 중·장년층도 주말에 종종 찾아온다. 여기에 고등학생 자녀들과 함께 오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있을 정도로 수요가 다양하다. 때마다 적절한 공간 안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사진 각 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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