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구석구석 들여다보는 마을 잡지

마을미디어 성북동천이 펴내는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등록 : 2016-04-15 13:41 수정 : 2016-04-28 14:10

크게 작게

성북동의 대표적인 문화재인 최순우 옛집에서 2014년 5월 시낭송회가 열렸다. 시인, 음악을 전공한 주민 듀엣의 첼로와 피아노 연주,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연극 팀의 찬조공연이 펼쳐졌다. 오른쪽 사진은 1~5호 표지. 성북동천 김선문 제공

성북동 골목에 소박한 한옥이 있다. 국립박물관장을 지냈고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책으로 유명한 최순우 선생의 옛집이다.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있던 이곳은 시민들이 성금을 모아 지켜낸 시민문화유산 1호로,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해마다 고택의 뒤뜰에선 문화행사들이 이어진다. 시인들과 시 창작교실의 수강생인 주민들의 자작시 낭송회도 열렸고, ‘성북동, 시인과의 만남’도 해마다 두번 토크쇼 형태로 열린다.

 “주민들은 신현수, 김진경 등의 시인들과 만났어요. 또한 마을 여행, 마을 잡지를 통해서도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고 있어요. 특히 마을 잡지는 바쁘다는 핑계로 마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무관심했던 주민들에게 마을을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성북마을이야기’) 김기민 편집장은 이렇게 전했다.

 ‘성북마을이야기’는 주민들의 삶을 담는 마을 잡지로, ‘성북동천’이 2013년 10월부터 6개월마다 펴내고 있다. 성북동천은 그해 5월 지역 주민들과 비영리조직, 민간 법인·단체, 예술가들이 모여 마을의 가치를 지키고자 만든 성북동 마을공동체이다. 잡지 발행뿐만 아니라 마을학교를 열어 주민들 스스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성북마을이야기’는 성북의 문화유산과 주민들의 삶의 자취를 뒤돌아볼 수 있게 한다. 다른 동네에는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많지만 성북동에는 아직도 동네가 가지고 있는 풋풋함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곳이 많다. 마당이 있는 병원, 40년 이상 된 문방구, 외국인 노동자들이 찾는 사진관, 마을 골목길 탐방과 같은 이야기를 담는다. “오래전 성북동에서 살았던 마을 주민이 전하는 성북동 이야기를 실었어요. 인터뷰를 통해 마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주민들 간에도 공감대를 가질 수 있게 되었어요.” 박진하 전 편집장의 말이다.

 박 전 편집장은 마을 잡지에 참여하게 되면서 평소 관심을 가졌던 성북동의 문화재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 “호텔에서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성북동에 음식점을 열었어요. 마을 잡지 발행을 준비하던 최성수 씨를 알게 되어 원고를 기고했어요. 2호부터는 편집위원으로 참여했지요. 선잠단지, 심우장, 길상사, 최순우 옛집 등을 잡지에 소개하면서 저 스스로 많이 성장했어요.”

 마을 잡지를 만드는 데는 주민들의 손품, 발품이 많이 든다. 잡지 한호가 나오는 데 적어도 5회에서 6회쯤 편집회의를 한다. 시인을 비롯한 스페이스 오뉴월(갤러리) 예술가 등이 공동으로 기획한다. 편집위원 다섯명이 저마다 다섯개 이상의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사진 촬영, 편집디자인 일을 분담한다. 편집위원들은 각자의 재능을 나눴다. 3호 때 편집위원으로 한명이 더 참여했고 얼마 전 세명이 더 들어와 일손이 늘었다.


 잡지 발행 경비는 참여자들과 후원자들이 십시일반 모아 마련하고 있다. 현재 20여명의 회원들이 내는 월 회비 5천원, 후원금, 마을 활동으로 받은 약간의 인건비와 강사료 등이다. 경비 마련을 위해 광고 게재도 생각해 봤지만 광고를 싣게 되면 자칫 상업적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어 생각을 접었다. 성북구에서 해마다 열리는 다문화 축제 때 부스를 열어 회원을 늘릴 계획이다.

 재정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성북마을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은 공감해 주는 마을 주민들을 만나서 격려 받을 때 큰 위로를 얻고 보람을 느낀다. “무리하게 하지 않고 꾸준하게 해서 마을이 더 나은 모습으로 조금씩 변하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해요. 성북동은 심우장, 최순우 옛집 등의 유형 자산뿐 아니라 무형 자산도 많아요. 마을의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을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데 함께하려 합니다”라고 김 편집장은 말한다.

김해경 성북마을방송 와보숑 주민기자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는 성북문화원, 동주민센터 등의 마을 공공기관과 성북동 가게들(동네공간, 디미방, 샤뽀블랑, 성북동콩집 등)에서 만날 수 있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