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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칼을 갈아주는 종암동 아이파크 아파트 조수진 경비반장. 성북구 제공
최근 내로라하는 언론이 앞다투어 성북구 한 아파트의 경비실을 찾았다. 입주민이 경비초소 5곳에 에어컨을 기증했는데, 이를 알게 된 이웃이 동참 의사를 밝히며 미화원 휴게실까지 에어컨을 설치한 미담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같은 날 다른 지역 주민이 올린 ‘경비초소 에어컨 가동 반대’ 소식도 들려 성북구 주민의 미담은 더욱 주목을 끌었다.
“도대체 성북구 주민들은 왜 그러느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는다. 위 사례뿐 아니라 아파트 공용전기를 절약해 경비원의 고용안정과 임금을 인상하고, 입주민과 경비원이 함께 잘 살자는 의미를 담아 갑·을(甲·乙) 계약서 대신 ‘동·행(同·幸) 계약서’를 작성한 주인공도 바로 성북구 주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응답하듯 한 경비원은 자비로 칼 가는 기기를 구입해 주민을 위해 칼을 갈고, 어떤 경비원은 아내를 잃고 상심에 빠진 주민을 위해 수시로 인터폰으로 안부를 확인했다.
또 취미로 모은 네잎클로버를 주민에게 나눠주는 행운의 경비원도 있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잘하고 싶었다고 한다.
성북구 주민과 경비원이 함께 행복하기를 바라고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동행’(同幸, 같이 행복)의 비결은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성북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재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찬성과 반대를 주장하는 주민이 하루가 멀다 하고 구청으로 몰려와 농성하는 모습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그런 성북에서 함께 행복하자는 ‘동행’이 시작되었고, 사람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고 있으니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아무리 갈등이 깊더라도 자꾸 마주하면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민선 5·6기 성북은 ‘소통’의 기회를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공동주택 아카데미, 한옥 아카데미, 통·반장 아카데미, 환경 아카데미 등 500여회의 아카데미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3만여명의 ‘낯선’ 이웃이 만나 고민을 나누고 해결해나갔다.
‘소통’의 결과는 놀라웠다. 관리비 문제로 바람 잘 날 없었던 석관두산아파트는 환경 아카데미를 통해 지하주차장 등 공용조명을 엘이디(LED)로 바꾸고 약 15억원의 공동전기료를 절약했다. 주민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경비원의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까지 이루었다. 이 사례에 자극을 받은 상월곡 동아에코빌이 전국 최초로 ‘동행(同幸)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공동주택끼리 선의의 경쟁이 일어났다. 현재 성북구 관내 공동주택 51%가 갑·을(甲·乙)을 버리고 동·행(同·幸) 계약서를 선택했다. 구청·동·산하기관도 모든 위·수탁 계약에 동행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
소통이 갈등을 극복하게 하고 타자의 입장을 이해하게 함으로써 공동체의식과 상호 신뢰를 복원하는 동력으로 작동하는 것이 ‘동행’이다. 물론 동행에 대해 일종의 선언적 한계를 짚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내면에 형성된 자기 규제가 자신과 구성원의 행동과 결정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 실제로 동행 계약서 도입 이후 성북구 공동주택에서는 경비원 등 해고·임금 삭감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
동행은 이미 성북을 넘어 대한민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강서구가 ‘상생계약서’, 종로구가 ‘명품계약서’, 한국교통대가 ‘동행계약서’를 도입했으며 전국의 자치구와 단체가 ‘동행’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성북구와 동행 아파트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제18회 한·중·일 지방정부 교류회의에서 일본과 중국도 동행에 매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칼 가는 경비원’과 ‘에어컨을 선물하는 주민’의 미담이 곧 들릴 것 같다.
동행은 이미 성북을 넘어 대한민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강서구가 ‘상생계약서’, 종로구가 ‘명품계약서’, 한국교통대가 ‘동행계약서’를 도입했으며 전국의 자치구와 단체가 ‘동행’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성북구와 동행 아파트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제18회 한·중·일 지방정부 교류회의에서 일본과 중국도 동행에 매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칼 가는 경비원’과 ‘에어컨을 선물하는 주민’의 미담이 곧 들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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