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젖줄 ‘한강물길 따라 걷는 경기옛길’ 출간

“서울로 편입된 ‘송파·강동·양천·노량진·금천’은 원래 경기 땅”

등록 : 2025-09-05 14:23 수정 : 2025-09-05 14:24

크게 작게

한강물길 따라 걷는 경기옛길 표지.
‘서울의 심장은 한강이고, 경기는 그 심장을 감싸는 울타리였다. 그러나 오늘날 행정구역이 달라지면서 과거 경기 땅이던 지역들이 서울로 편입되었고, 그 이름과 기억은 점차 희미해졌다.’

‘기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서울의 젖줄이자 심장인 한강을 접한 줄기에 자리한 강과 마을, 섬과 나루에 남은 흔적을 짚은 ‘한강물길 따라 걷는 경기옛길’이 5일 출간됐다.

저자인 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은 한양도성 전문가로 유명하다. 서울과 경기의 성곽과 도성, 옛길을 직접 발로 짚으며 오랫동안 연구하며 강의와 답사로 대중과 소통해왔다.

이 책은 양평 양근에서 시작해 남양주 두물머리로 이어지고, 광주의 남한산성과 성남의 옛길, 하남의 강변마을을 차례로 지난다. 노량진 배다리에서는 정조의 원행길을 따라가고, 백사주이십리라 불렸던 여의도와 겸재 정선이 화폭에 담은 양천의 풍경도 품에 안는다.

이어 안양천의 포구와 영등포의 기억, 행주산성에 울려 퍼진 권율 장군의 함성, 고양의 왕릉과 임진강 전투의 현장을 거쳐 파주 장단의 끊긴 철길, 그리고 강화·김포·교동도의 바닷길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3년에 걸쳐 땅을 디디며 목격한 현장을 기록으로 남겼다. 책은 오늘날의 행정구역을 기준점으로 삼지 않는다. 현재는 서울에 속하지만 본래는 경기 땅이었던 양천, 금천, 송파, 강동, 노량진 같은 지역까지 포함해 지금은 서울로 편입된 역사 속 경기옛길을 따라간다.


강은 언제나 경계가 아니라 연결의 길이었고, 그 물길을 따라 크고 작은 삶들이 모였다 흩어지며 마을과 시장, 나루와 장터가 생겨났다. 저자는 그 흔적을 좇아 지워진 이름과 풍경을 되살리고, 오늘날 독자가 서 있는 땅이 과거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다시 되새겨준다.

책 속에는 정약용이 바라본 노들섬 배다리, 겸재 정선의 붓끝이 머문 양화진과 선유봉, 정조가 행차하던 시흥과 과천, 병자호란의 아픔을 간직한 남한산성, 임진왜란의 행주대첩과 임진강의 전투, 강화와 교동도의 바다로 이어지는 길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살려냈다.

인물과 사건, 풍경이 어우러진 강의 무대 위에서 독자는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마주할 수 있게 된다.

‘한강물길 따라 걷는 경기옛길’은 학술서가 아니라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대중 역사기행서다. 지도에서 사라진 이름, 개발과 전쟁 속에서 지워진 마을, 그리고 행정 경계 너머에 존재했던 경기의 옛길을 다시 불러내며 강이 품어온 600년의 시간을 생생히 전한다. 저자의 또 다른 책으로는 ‘한양도성 따라 걷는 서울기행’,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도상경영’ 등이 있다.

박상현 객원기자 shpark0120@gmail.com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