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 서울 중구

등록 : 2025-06-19 13:05 수정 : 2025-06-1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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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빽빽한 빌딩 숲에 살다가 중구로 이사 오니까 정감 있어.” 지난달 말 약수노인복지관 경로식당을 찾았다가 만난 한 어르신의 얘기다.

함께 식사하는 동안 그 어르신은 역사적인 건물들, 전통시장, 남산, 청계천 등 다채로움을 품은 중구의 매력을 한참 얘기하시다가, 중구가 많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쇠퇴한 구도심을 되살리기 위해 재건축·재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도시 속 역사와 문화를 담은 다양한 흔적들이 사라지는 게 아쉽다는 표현이리라. 신도시 풍경은 사실 다른 나라 대도시에 가도 쉽게 볼 수 있는 비슷한 모습이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우리나라의 진짜 삶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사람마다 개성이 있고 각자의 존재 가치가 있는 것처럼 도시도 그 도시만이 가진 고유의 문화와 자산이 있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이 아닌,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색다른 동네 풍경을 가진 도시, 사람들이 오랜 세월 동안 뿌리를 내리면서 쌓아온 역사, 그리고 그 속에서 무르익은 고유의 삶과 정취가 있는 도시…. 서울 중구가 바로 그런 도시다.

어린 시절부터 삶의 터전이었던 중구가 대한민국 최고의 도시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도시가 됐으면 하는 꿈을 꾼다. 중구청장으로 취임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이유다.

가장 먼저, 중구민의 30년 숙원인 남산 고도제한 완화, 신당8·9·10구역과 중림동 398번지 일대 재개발, 약수역 인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등 구도심의 낙후된 거주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큰 그림을 그렸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어렵고, 적어도 5~10년이 지나야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사람이 살 수 있는 도시,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는 명품 도시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중구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 중구청장으로서 가장 중요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80%가 찾는 명동의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첨단기술의 집약체인 ‘명동스퀘어’를 조성하고 글로벌 관광도시로서 중구의 기반을 다지며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중구의 630년 오랜 역사가 가진 무궁무진한 잠재력에도 주목했다. 이순신 장군의 탄생지이자 소년 시절과 청년 시절을 보내며 미래를 꿈꾼 중구의 역사문화적 위상을 세우기 위해 미래 비전을 선포하고 도시 브랜드 구축에 나섰다.

삭막한 도심 한복판 우리의 근현대사를 품은 정동과 덕수궁길에서 매년 펼쳐지는 정동야행은 주민과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로 한 단계 발돋움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축제로 발전시켰다. 신당동, 을지로, 중림동, 명동, 필동 등 동네 구석구석에서 켜켜이 쌓인 숨겨진 이야기도 발굴해 정리했다.

물론 현재를 살아가는 주민들의 일상도 뒷전이 될 수는 없다. 대도시 한가운데 위치한 천연숲 남산을 남산자락숲길로 연결하며 데크를 깔고 흙길을 평평하게 다졌다. 길고 긴 서울의 역사를 묵묵히 함께해온 남산자락숲길에서 오늘도 아이들은 곤충을 만나고 어르신들은 봉사자와 함께 산책을 즐기며 일상 속 소중한 추억을 쌓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품은 중구에서 지난 3년간 주민과 함께한 모든 순간은 약수노인복지관에서 만난 어르신의 바람을 이루어가는 과정이었다. 서울의 중심 중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함께할 수 있는 건강한 도시로 성장하며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주민들이 세계 최고 도시 중구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그리고 중구에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구청장으로서의 꿈이다. 임기 4년 차를 맞이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주민과 중구의 630년 역사와 문화를 함께 나누고, 현재를 살아가는 주민의 일상 속 행복을 살피며, 한 번쯤 살아보고 싶고 경험하고 싶은 중구의 미래를 그린다.

김길성 중구청장

2024 정동야행 사진공모전 대상작 박은기씨의 ‘덕수궁의 봄’. 중구 제공

사진 중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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