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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와 계층을 잇는 통합 도시, 영등포”

사람& 민선 8기 3주년 맞은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등록 : 2025-06-19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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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인터뷰 중인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영등포구 제공

디지털 격차 해소 초고령사회 대응
주거복지 약자와의 동행 통합 위해
“주민 바람 실현하는 게 생활자치”

“기술은 사람을 하나로 통합하는 도구입니다.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일은 단순한 행정이 아니라 정의의 문제이며, 나아가 통합의 문제입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통합’이 대한민국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통합은 중앙정치에서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에서도 디지털 격차, 세대 간 단절, 약자와의 동행 등과 같은 분야에서도 중요한 과제다.

민선 8기 3주년을 맞은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든 인공지능(AI)을 활용하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생활의 편리함을 누리며 과학관에서 감동을 받을 수 있어야 공정한 사회”라고 말했다. 디지털 격차 해소는 단순한 기기 사용법 교육을 넘어 세대 간 이해와 통합을 위한 기회가 되는 까닭에 그렇다고 강조했다.

영등포구는 전국 최초로 어르신을 위한 ‘디지털 실전 밥상’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햄버거 가게에서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하는 실습 등 다양한 내용으로 채워진 이 교육에 대해 그는 “한 어르신이 ‘일흔 넘어서야 햄버거를 처음 먹어봤다’고 하더라”며 단순 체험을 넘어 일상에서의 디지털 접근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교육은 경로당에서의 앱 주문 실습, 중고거래, 모바일뱅킹 등으로 확장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120여 개 관내 경로당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런 디지털 격차 해소 노력은 대림동에 자리 잡은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에서 더욱 활발하다. 이곳은 AI 바둑, 로봇 바리스타, 디지털 드로잉, 실내 파크골프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복합공간이다. 최 구청장은 “이곳은 어르신을 위한 단순한 교육장이 아니라 어르신과 청년이 소통하고, 디지털을 매개로 세대가 연결되는 통합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최 구청장은 과학 문해력 향상에도 힘을 쏟고 있다. 국립과천과학관 전시연구단장 출신인 그는 “도서관은 더 이상 책이 꽂혀 있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AI 활용 능력을 기르는 실용 공간이 돼야 한다”며, AI 문해력 강화를 위한 도서관 특화 사업도 구상 중이다. 특히 임신부를 과학관으로 초청해 과학 지식을 배우며 태교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은 다른 지자체에서 보기 어려운 독특한 시도다.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선 단순 복지를 넘어 삶의 방식을 바꾸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직접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은퇴 후 요양보호사로 봉사하고 싶어 자격을 땄고, 실습 경험 덕분에 현장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을 정책에 반영해 ‘요양보호가족 휴식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2인 1조 자원봉사자가 어르신 가정을 방문해 말벗, 병원 동행, 산책 등을 지원하고 어르신을 돌보는 가족에게는 모처럼의 휴식을 제공하는 제도로, 70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돌봄 대상자의 90% 이상이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르신 복지에서 주목할 점으로 최 구청장은 “다른 자치구에 비해 ‘노노케어’ 방식의 자조 모임도 활발하다”며 “배우자와 사별한 사람들 모임, 몸짱 클럽, 시 창작 모임, 여행 모임까지 모두 35개의 자조모임이 운영 중”이라고 소개했다. 어르신들이 반찬을 나누고, 함께 여행하며 외로움을 덜어내는 활동은 “지속 가능한 복지의 새로운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거 복지 측면에서도 ‘약자와의 동행’은 이어지고 있다.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 정비사업은 대한민국 최초의 공공 주도 순환형 이주 모델이다. 이에 대해 최 구청장은 “임시 이주시설, 정비, 공공임대 입주로 이어지는 이 방식은 주거권을 보장하면서 도시 미관도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름철 폭염 대책과도 연계해 쿨링포그 설치, 이동 목욕 차량 운영, 생필품 제공, 순찰 대책반 운영까지 통합적 지원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 공공주택으로 재정착을 위해 전체 782호 물량 중 370호를 쪽방 주민들이 사용할 예정이다. 현재 쪽방은 2평 이하 규모로 주방과 화장실을 대부분 공동 사용하는 데 반해 입주 예정인 임대주택은 2.5배 넓은 5평 내외로 주방과 화장실을 완비했다.

장애인 통합 정책도 눈에 띈다. ‘여의도 봄꽃축제’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무장애 해설 프로그램이 운영됐고, 발달장애인을 위한 ‘스마트 발달 트레이닝 센터’도 구축됐다. AI 기반의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교육·자립을 동시에 지원한다. 또한 장애 청소년 대상 상해보험, 평생교육 이용권, 양육지원금 등도 마련돼 있다.

최 구청장은 생활 속에서 주민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대표 사례가 빗물받이 정비다. 그는 2022년 8월 침수로 인한 수재민이 1만 명 이상 발생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빗물받이가 장판 등으로 덮여 있고 낙엽과 쓰레기가 쌓여 제 기능을 못하게 된 바람에 수해 피해를 키운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하수관이나 펌프장이 정상 작동돼도 빗물받이가 막혀 있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그는 여러 개의 연속형 빗물받이를 설치하고 하수관로 정비 등 하드웨어 개선과 함께 주민 참여형 청소 활동을 전개해나갔다. “정비 이후에는 비만 오면 주민들이 먼저 나와 빗물받이 주변을 청소해 제 기능을 하도록 수시로 점검했습니다. 실제로 2024년 우기 동안 영등포에서 단 한 건의 침수 신고가 없었던 것은 주민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더 나아가 그는 명함에 정보무늬(QR코드)를 넣어 카카오톡으로 구민들의 민원을 받고 있다. “생활 속 불편부터 건의사항까지 실시간으로 담당 부서에 전달하고 피드백하는 것이 생활자치”라며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주민이 바라는 걸 최우선으로 실현해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경로당 점심 식비 상향 등 종합대책, 예비군 무료 수송버스 운행, 맨발 황톳길 설치 같은 조치들이 카카오톡 민원을 통해 들어와 해결된 사례들이다.

그의 집무실엔 이런 액자가 걸려 있다. “인생은 당신이 행복할 때 좋습니다. 그러나 더 좋은 것은 당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행복할 때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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