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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펼쳐진 각 당의 유세 현장 모습. 한겨레 공동취재단 제공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펼쳐진 각 당의 유세 현장 모습. 한겨레 공동취재단 제공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펼쳐진 각 당의 유세 현장 모습. 이영원 기자 제공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펼쳐진 각 당의 유세 현장 모습. 연합뉴스 제공
미국의 역대 대통령 45명 중 암살이나 병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경우를 빼고 중도 하차한 대통령은 리처드 닉슨(재임 기간 1969~1974년)이 유일하다. 그는 1973년 11월17일 국민이 지켜보는 텔레비전 기자회견에서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라며 자신과 측근이 저지른 부정과 워터게이트 야당 사무실 도청을 부인했다. 하지만 이 말은 결국 거짓말임이 언론에 보도되며 도청 사실이 들통나 사임했다. 중도사임으로 ‘선거 공약’ 이행은커녕 임기조차 지키지 못했다.
탄핵 대통령이 연이어 출현한 우리 현실에서 ‘공약 검증’이란 말이 공허할 수 있지만 선거에서 공약은 주권자인 국민과 맺는 ‘고용 계약서’다. 공약 이행 평가 시민단체인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매니페스토본부)는 ‘대통령(또는 선출직 단체장)은 시민이 고용하는 사람’이라고 전제한다.
이광재 매니페스토본부 사무총장은 “우리 임무는 국민이 고용한 대통령이나 선출직 단체장이 약속을 지켰는지 확인할 민주적 통제장치로서 공약집을 확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밝혔다. 2006년 설립 때부터 본부를 이끌어온 이 총장은 “선거 때마다 표를 얻기 위해 애초 불가능한 공약, 설익은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 거짓’으로 대의민주주의가 위협받아왔다. 선거 매니페스토는 ‘정치 거짓’을 바로잡는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환경이 조성된 건 2008년 공직선거법 개정 이후로 볼 수 있다. 이 개정으로 정당 및 후보자가 정책과 공약을 유권자에게 사전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공직선거법 제60조의 3(예비후보자 등의 선거운동)은 예비후보자가 선거홍보물을 우편으로 발송할 경우 선거공약에 대해 각 사업의 목표·우선순위·이행절차·이행기한·재원조달방안을 게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60조의 4(예비후보자공약집)는 모든 유권자가 증거로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공약집을 ‘통상적인 방법으로’ 일반 서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했고, 제66조(선거공약서)는 당선인 결정 후 당선인의 선거공약서를 그 임기만료일까지 선거관리위원회의 누리집 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정하는 누리집에 게시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제250조(허위사실공표죄)와 제110조의 2(허위사실 등에 대한 이의제기)는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가 허위 공약을 제시하거나 공약을 통해 유권자를 오도할 경우 형사 처벌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현재 매니페스토본부는 시민단체지만 공직자선거법 등을 근거로 대통령 후보자부터 국회의원, 전국 지자체의 공약 평가기준과 지표를 제시하고 있으며 2006년 창립 후 지금까지 실질적인 평가기구로 활동해왔다. 이광재 사무총장은 “공약평가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급적 성명 발표나 네거티브 캠페인은 자제하고 있다. 정책을 이념이 아닌 사회 전체 기준에서 판단한다. ‘이 정책이 공동체를 훼손하는가’를 유일한 개입 기준으로 설정한다. 그리고 후보자의 철학과 이념은 결국 ‘돈의 쓰임새’에서 드러난다는 점에서 재정 중심의 분석을 중시한다”고 했다.
마침 지난 5월16일 매니페스토본부가 ‘2025 민선 8기 3년차 전국 기초단체장 공약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9기 지방선거가 내년 6월 치러질 예정이니 임기 종반으로 가는 지자체장 입장에서 중요한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평가방법에 대해 매니페스토본부는 “설립 초기엔 지자체 공약 평가는 외국 지표를 도입해 사용했으나 평가받는 기관들과 협의해 모두가 동의하는 평가모델을 만들었다. 또 항상 평가 전 지표를 공개하고, 지자체와 사전 조율을 거친 뒤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고 했다.
이번 평가 결과를 보면 전국 기초단체장 공약 1만6679개 중 지난해 말 현재 이미 실현된 것이 8849개(이행률 53%)였다. 이 중 서울지역의 공약 이행률은 66%로 지방 평균 이행률인 60%를 웃돌았다. 또 공약이행 종합평가에서 25개 자치구 중 21곳이 최고 등급(SA)을 받았다. 해당 구는 중구, 성동구, 광진구, 동대문구, 중랑구, 성북구, 강북구, 도봉구, 노원구, 은평구, 서대문구, 마포구, 양천구, 금천구, 영등포구, 동작구, 관악구,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강동구다. 나머지 구는 A등급을 받았고, 구로구는 구청장 중도 사임으로 평가에서 제외됐다. SA등급에 자치구가 몰려 있는 것에 대해 이광재 사무총장은 “SA등급은 그만큼 서울 구청장들의 공약 실천 의지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상대적으로 지방의 공약 이행률이 저조한 것은 지자체장들이 지역 커뮤니티와의 관계 유지에 더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이번 평가 결과를 보면 전국 기초단체장 공약 1만6679개 중 지난해 말 현재 이미 실현된 것이 8849개(이행률 53%)였다. 이 중 서울지역의 공약 이행률은 66%로 지방 평균 이행률인 60%를 웃돌았다. 또 공약이행 종합평가에서 25개 자치구 중 21곳이 최고 등급(SA)을 받았다. 해당 구는 중구, 성동구, 광진구, 동대문구, 중랑구, 성북구, 강북구, 도봉구, 노원구, 은평구, 서대문구, 마포구, 양천구, 금천구, 영등포구, 동작구, 관악구,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강동구다. 나머지 구는 A등급을 받았고, 구로구는 구청장 중도 사임으로 평가에서 제외됐다. SA등급에 자치구가 몰려 있는 것에 대해 이광재 사무총장은 “SA등급은 그만큼 서울 구청장들의 공약 실천 의지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상대적으로 지방의 공약 이행률이 저조한 것은 지자체장들이 지역 커뮤니티와의 관계 유지에 더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지자체들, 공약 평가에 적극 참여하고 결과 홍보에도 활용”
“서울 구청들, 공약 이행 의지 높아”
“공약 공개하고 주민배심원 둬 점검” 서울 구청장 공약 2011개 중 1328개(약 66%)가 이행 완료됐고, 22개는 일부 추진 중이며 18개가 보류되거나 폐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현재 추진 중인 공약 중에서 필요 예산을 언급했음에도 실제 재정 확보가 이뤄지지 않은 공약이 60건에 달한다는 사실도 함께 공개됐다. 계획만 세우고 예산확보는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행 불투명한 공약’이 된 셈이다. 공약 평가는 어떤 과정으로 이뤄질까. 이광재 사무총장은 “공약 평가는 매년 이뤄지고 5월 중 지난 활동분에 대해 결과를 발표한다. 평가단원은 해마다 새로 위촉한다.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 약 70명으로 구성하며 공정성 시비를 없애기 위해 명단 공개는 하지 않는다. 2월 초까지 지자체가 누리집에 공개한 공약자료를 수집해 1차 평가를 진행하고 미비 사항에 대해 추가 자료를 제출받아 검증한다”고 했다. 그는 또 “지난 19년 동안 지자체들이 평가 결과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이의제기를 하거나 참여 거부를 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그만큼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진다는 신뢰가 있고, 지자체들도 해마다 매니페스토본부가 내놓는 평가 결과를 적극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가 지표는 크게 5가지다. 공약을 실현했는가(100점), 연도별 실행목표를 달성했는가(100점), 공약이행 현황이 공개되고 주민 소통이 잘됐나(100점)와 공약실천 온라인 소통 성과, 선거 당시 공약과 현재 공개된 공약내용 일치 여부 등이다. 평가 결과는 SA, A, B, C, D, F 등급으로 구분한다. 공약 정보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을 경우 ‘불통(F등급)’으로, 공약 정보는 있으나 이행 정보 등이 부족한 경우 ‘D등급’으로 나타낸다. 자치구들은 구청장 공약 실천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각 구는 공약 이행 현황을 누리집에 공개하고 공약 전담자를 두고 있다. 또 주민배심원을 둬 주민들이 공약을 직접 점검·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관악구의 경우 지난해 6월 ‘서울특별시 관악구 구청장 공약 관리 규칙’을 제정했다. 노원구는 공약 담당자를 따로 두고 있고, 강북구는 구청장부터 팀장까지 함께 주요 공약사업의 추진현황을 점검하는 ‘중점공약 추진협의회 정기회의’를 격주로 개최하고 있다. 이광재 총장은 “지치지 않고 오래가자는 전략으로 묵묵히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했다. 지면을 통해 꼭 하고픈 말도 있다고 했다. 그는 “국회의원 후보자의 경우 공직선거법상 선거공약서를 유권자에게 제공할 의무가 없어 구체성 없는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 후보는 10대 핵심 공약과 우선순위, 지방선거 단체장 후보는 5대 핵심 공약과 우선순위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을 통해 공개되지만, 국회의원 후보자는 이마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이 공개를 안 하니 기초의회 의원들도 공약을 숨기고 있다”며 “국회의원 공약도 시민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게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공약 공개하고 주민배심원 둬 점검” 서울 구청장 공약 2011개 중 1328개(약 66%)가 이행 완료됐고, 22개는 일부 추진 중이며 18개가 보류되거나 폐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현재 추진 중인 공약 중에서 필요 예산을 언급했음에도 실제 재정 확보가 이뤄지지 않은 공약이 60건에 달한다는 사실도 함께 공개됐다. 계획만 세우고 예산확보는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행 불투명한 공약’이 된 셈이다. 공약 평가는 어떤 과정으로 이뤄질까. 이광재 사무총장은 “공약 평가는 매년 이뤄지고 5월 중 지난 활동분에 대해 결과를 발표한다. 평가단원은 해마다 새로 위촉한다.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 약 70명으로 구성하며 공정성 시비를 없애기 위해 명단 공개는 하지 않는다. 2월 초까지 지자체가 누리집에 공개한 공약자료를 수집해 1차 평가를 진행하고 미비 사항에 대해 추가 자료를 제출받아 검증한다”고 했다. 그는 또 “지난 19년 동안 지자체들이 평가 결과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이의제기를 하거나 참여 거부를 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그만큼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진다는 신뢰가 있고, 지자체들도 해마다 매니페스토본부가 내놓는 평가 결과를 적극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가 지표는 크게 5가지다. 공약을 실현했는가(100점), 연도별 실행목표를 달성했는가(100점), 공약이행 현황이 공개되고 주민 소통이 잘됐나(100점)와 공약실천 온라인 소통 성과, 선거 당시 공약과 현재 공개된 공약내용 일치 여부 등이다. 평가 결과는 SA, A, B, C, D, F 등급으로 구분한다. 공약 정보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을 경우 ‘불통(F등급)’으로, 공약 정보는 있으나 이행 정보 등이 부족한 경우 ‘D등급’으로 나타낸다. 자치구들은 구청장 공약 실천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각 구는 공약 이행 현황을 누리집에 공개하고 공약 전담자를 두고 있다. 또 주민배심원을 둬 주민들이 공약을 직접 점검·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관악구의 경우 지난해 6월 ‘서울특별시 관악구 구청장 공약 관리 규칙’을 제정했다. 노원구는 공약 담당자를 따로 두고 있고, 강북구는 구청장부터 팀장까지 함께 주요 공약사업의 추진현황을 점검하는 ‘중점공약 추진협의회 정기회의’를 격주로 개최하고 있다. 이광재 총장은 “지치지 않고 오래가자는 전략으로 묵묵히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했다. 지면을 통해 꼭 하고픈 말도 있다고 했다. 그는 “국회의원 후보자의 경우 공직선거법상 선거공약서를 유권자에게 제공할 의무가 없어 구체성 없는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 후보는 10대 핵심 공약과 우선순위, 지방선거 단체장 후보는 5대 핵심 공약과 우선순위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을 통해 공개되지만, 국회의원 후보자는 이마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이 공개를 안 하니 기초의회 의원들도 공약을 숨기고 있다”며 “국회의원 공약도 시민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게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