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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업자 “중구는 정말 싫어”

등록 : 2017-06-1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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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가 지난 5월 광진구 화양동 건물의 지하창고에서 단속한 짝퉁 의류들. 중구 제공
지난달 17일 밤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한 건물.

서울 중구 유통질서정비팀과 상표권 협력업체 직원 등 10명이 지하창고에 들이닥쳤다. 5평 남짓한 창고의 문을 여니 1600여점의 짝퉁 의류가 쏟아져나왔다. 샤넬, 구찌, 프라다 등 유명 상표를 단 옷들로, 정품가로 치면 10억원에 가까운 규모다. 이날 단속에서 적발된 중간 유통업자 정아무개씨는 이 창고에 짝퉁 의류를 보관하면서 동대문관광특구 일대의 노점과 개인 점포에 공급해왔다고 한다.

실제 단속은 짧은 시간에 끝났지만, 유통질서정비팀이 창고를 급습하기까진 첩보 입수, 추적, 잠복 등 한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유통질서정비팀은 지난 4월 초 “동대문디지털프라자(DDP) 주변 노점에 위조 상품을 뿌리는 차량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보름가량 문제 차량의 뒤를 밟았다. 그리고 이 차량이 화양동 창고 건물을 드나드는 사실을 확인한 뒤, 다시 보름가량 건물 인근에서 사진 채증 등을 했다.

단속에 참여한 박기태 주무관은 “창고 주인 정씨는 주로 중국산 가짜 옷을 수입상한테서 사들여 노점에 공급하는 중간 유통업자였다”며 “정씨에게 짝퉁 의류를 공급받는 노점상들이 일제히 잠적할 정도라, 제조에서 판매까지 짝퉁을 완전히 뿌리 뽑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중구 유통질서정비팀이 짝퉁업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짝퉁이 제작, 보관, 유통, 판매되는 현장이라면 서울 어디든 달려가 단속을 벌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에는 동대문 의류부자재 전문상가에 있는 매장 4곳을 단속해 상표 라벨, 마크 등 가짜 의류부자재를 대량으로 유통해온 윤아무개씨 등 4명을 적발했다.

윤씨 등은 다른 장소에 공장을 차려놓고 짝퉁 상표를 제작한 뒤 동대문관광특구와 남대문시장의 여러 도·소매 상가에 유통시켜온 것으로 드러났다. 단속팀은 현장에서 샤넬, 꼼데가르송 등 짝퉁 의류부자재 5700여점을 압수했다. 정품가로 환산하면 19억원가량 되는 규모다. 지난 2월엔 중랑구 망우동의 짝퉁 의류 제조공장을 급습해 전문업자 최아무개씨를 붙잡고 정품가로 160억원에 이르는 상품과 제조 설비를 압수하기도 했다.

중구가 이처럼 짝퉁 단속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오랜 경험과 노하우에 힘입은 바가 크다. 중구는 2012년 전국 기초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받고 전담 단속반을 구성했다. 사안이 중대한 경우엔 중부경찰서의 협력을 받아 함께 단속을 벌이기도 한다. 박광일 유통질서정비팀장은 “짝퉁 물품을 단속하는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기초자치단체는 매우 드물다”며 “짝퉁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지속적으로 단속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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