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 600살 느티나무, ‘올해의 나무’

‘할머니·할아버지 느티나무’ 수도권 도시형 보호수 중 유일 선정

등록 : 2025-05-08 15:43 수정 : 2025-05-0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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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동 할머니 느티나무

문정동 할아버지 느티나무

조선 초부터 약 600년간 마을을 지켜온 송파구(구청장 서강석) 문정동의 ‘할머니·할아버지 느티나무’가 산림청 주관 ‘2025 올해의 나무’로 최종 선정됐다. 올해의 나무는 전국 각지의 보호수와 노거수 중 5그루씩 10그루 선발된다. 올해는 느티나무, 소나무, 회화나무 등 총 8종 10그루가 선정됐는데 문정동 한 쌍의 느티나무는 전국 1만4천여 그루의 보호수 중 서울·경기 등 수도권 유일 ‘도시형 보호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 할아버지 할머니 한 쌍의 느티나무는 문정1동 주민센터 뒤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에 얽힌 한 쌍의 젊은 남녀가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져온다. 옛날 옛적 한 쌍의 젊은이가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으나 어느 날 남자가 노역에 끌려가 서로의 생사를 모른 채 평생을 그리워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 둘은 생을 마감하는 전날 극적으로 다시 만나게 됐지만 지난날 이루지 못한 사랑을 서로 안타까워하다 느티나무로 변했다는 이야기다. 또 한 번은 할머니 느티나무에 불이 났으나 할아버지 느티나무 가지가 갑자기 흔들리며 바람을 일으켜 불을 껐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6·25 전쟁 때도 이 주변 지역만큼은 평온했는데 이에 대해서 마을 사람들은 할아버지 느티나무와 할머니 느티나무의 보호 덕분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이 느티나무 한 쌍은 1968년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돼 자연유산으로 관리되면서 생태적 가치도 인정받았다. 이후 거센 도시화의 풍파를 묵묵히 이겨내고 현재는 주택가 한가운데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 편안한 쉼터이자 사랑방으로서 주민 삶 속에 자리잡고 있다.

이 느티나무는 지역 전통문화와도 맥을 함께해왔다. 매년 동네 어르신들은 이 느티나무 밑에서 고유제를 지내며 마을의 평안과 풍요를 기원했다. 고유제는 2019년 주민 모두가 즐기는 ‘문정1동 느티나무 문화축제’로 발전해 송파구 대표 지역 축제 중 하나로 정착했다.

이처럼 도심 속 느티나무는 주민 단합, 인근 상권 활성화 등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장을 제공하며 지역공동체의 오랜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인문학적 가치를 바탕으로 ‘상생의 느티나무’라는 별칭을 얻으며 ‘올해의 나무’ 10선에 등극하게 됐다.

구는 올해의 나무 선정으로 지원받게 된 녹색자금 2천만원을 활용해 보호수의 가치를 높이고 관광 자원화할 방침이다. 또한 나무가 더 잘 자랄 수 있도록 생육환경을 개선하고 주변 시설물 정비에 힘쓸 계획이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문정1동 느티나무가 전국을 대표하는 보호수로 선정돼 기쁘다”며 “이 경사를 계기로 구민의 자긍심이 될 만한 송파만의 다양한 지역 자산을 발굴하고 가꿔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사진 송파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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