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맑은 날 전기 덤으로 얻는 아파트

서울시 2017년 환경 대상 받은 홍릉동부아파트…93% 태양광 미니발전소 설치

등록 : 2017-06-08 16:05 수정 : 2017-06-0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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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릉동부아파트 베란다에 태양광 미니발전소가 일렬로 배치돼 있다.
지난 5일 낮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의 홍릉동부아파트.

371세대가 사는 이곳은 여느 아파트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외관이 눈길을 끈다. 4개동 대부분의 가구 베란다에 일렬로 보기 좋게 파란색 철판이 배치돼 있다. 가로 1.6m, 세로 1m 크기의 태양광 모듈 판으로, 흔히 ‘태양광 미니발전소’라고 하는 설비다.

“이렇게 맑은 날은 발전량이 많아서 좋아요.”

이 단지의 이용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청명한 하늘을 가리키며 밝게 웃었다. 홍릉동부아파트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지난 3월부터 전 가구에 미니발전소 설치 사업을 했다. 민한식 아파트 관리소장은 “전체 371가구 중에서 지금까지 346가구(93%)가 설치를 마쳤다”며 “주인이 외국에 체류 중이거나 설치를 꺼리는 집도 동의를 구해 되도록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곳처럼 주민 대다수가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참여한 아파트 단지는 전국에서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런 까닭에 홍릉동부아파트는 에너지 절약을 실천한 공로로 지난달 ‘2017 서울시 환경상’의 최고상인 대상을 받았다. 이 상은 맑고 푸른 서울 환경 조성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 기업에 1997년부터 서울시가 수여하고 있다.

이 단지 주민들이 미니발전소 설치에 선뜻 나선 것은 각 가구의 부담을 ‘0원’으로 만든 입주자대표회의의 통 큰 결단이 밑바탕이 됐다. 미니발전소가 전기료 절약, 환경 개선 등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10만원이 훌쩍 넘는 설치 비용을 모든 가구가 동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베란다용 미니발전소의 설치 비용은 63만원가량 되는데, 서울시한테서 최대 40만원, 자치구로부터 5만~10만원을 지원받아도 주민 부담이 13만~18만원에 이른다. 이 회장은 “주차장 외부 대여, 자원 재활용 등을 통해 지난해 마련한 6000만원의 단지 잉여금에서 가구당 12만5000원씩 설치비를 전액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볕이 잘 드는 남향집은 한 달에 1만3000원가량, 볕이 잘 들지 않는 집은 7000~9000원 정도 전기료를 아낄 수 있게 됐다. 나무 때문에 햇볕이 많이 들지 않는 1~3층 가구는 아파트 옥상에 미니발전소를 설치하고 스테인리스 관으로 전기를 보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단지에 미니발전소를 설치 중인 녹색드림의 허척 이사는 “이 정도 크기의 태양광 미니발전소는 한달에 평균, 가정에서 쓰는 양문형 냉장고의 한달 치 전기량을 생산해낸다”고 설명했다.


홍릉동부아파트는 한걸음 나아가 미니발전소를 텃밭 가꾸기에 활용하는 등 다양한 실험도 벌이고 있다. 단지 안 텃밭 옆에 설치된 2기의 미니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로 물탱크 모터를 돌려 텃밭 작물에 물을 주는 방식이다. 미니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로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태양광 벤치’도 설치했다.

이 회장은 “태양광 미니발전소 설치는 전기료 절약은 물론이고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 미세먼지 감축 등 ‘1석 3조’ 이상의 정책 효과를 낸다. 홍릉동부아파트가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모범이 되도록 다양한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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