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공부 말고 딴짓에 쓰세요”

성북구 13살 전원에 용돈 10만원씩

등록 : 2017-06-0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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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동행카드를 설명하는 김영배 성북구청장. 김 구청장은 아이들의 미래가 우리의 미래인 만큼 동행카드 사업을 새 정부가 전국으로 확대해 시행할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성북구 제공
아동·청소년 동행카드 사업 6월 중 시행

“아이들에게 용돈 10만원(연간)을 지급하겠습니다.”

지난달 24일 성북구(구청장 김영배)가 발표한 ‘아동·청소년 동행카드 지원 사업’(이하 동행카드)의 골자다. 대상은 성북구에 주소를 둔 중학교 1학년과 만 13살 학교 밖 아이들이다. 외국인 아이들도 포함된다.

식음료, 노래방, 학습참고서 사는 건 안 돼

성북구는 대상 아동을 모두 3880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필요한 예산 4억원도 확보했다. 상·하반기 두 차례 적립되는 5만원의 포인트는 영화관이나 서점 등 동행카드 가맹점에서 쓸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준비에 들어간 동행카드는 지역 여론을 수렴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동행’이란 카드 이름과 사용처, 제한 업종 등을 결정하는 데도 성북구 내 18개 중학교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했다.

동행카드 포인트는 영화관과 서점, 스포츠 경기장, 박물관, 교습소 등 문화예술체육 분야의 진로 체험이 가능한 가맹점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다. 구가 시민사회단체 등과 함께 준비하는 특별 프로그램 참가비도 이 포인트로 결제할 수 있다.


다만 학습참고서는 살 수 없다. 노래방과 피시(PC)방 이용, 식음료를 사는 것도 안 된다. 가족 외식이나 식료품 구매 등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동행카드는 온전하게 아이들의 ‘놀 권리’를 지원하는 데 쓰여야 한다는 원칙을 담은 결정이다.

‘건강한 딴짓의 기회와 권리 보장’이란 동행카드 사업 목적에는 아이들을 시민으로 대우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아이들은 카드를 쓸 때마다 스스로 선택해야 합니다. 책임도 자신이 져야 하구요. 이런 과정은 시민의 권리입니다. 또 더 훌륭한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요.” 김 구청장의 생각이다.

“‘마을이 학교다’ 실천하는 매개체 될 것”

카드 결제 시스템이 마련되는 6월 중에는 동행카드 사업을 시작하려 한다. 동주민센터에서 카드 발급 신청도 받고 있다. 서울 시내 대형 영화관과 성북구 내 7개 서점 등 사용처가 많을 것으로 기대되는 업체와는 가맹점 협의도 끝냈다고 한다. 가맹점 신청은 계속 받을 계획이다.

성북구는 가맹점 950개 확보를 자신한다. 공연장, 경기장 등의 시설은 부족하지만, 질적으로 우수한 시민사회단체와 기관, 마을공방 등의 프로그램을 염두에 둔 수치다. 김 구청장은 동행카드에 대해 “마을이 아이들을 키우고 이웃이 아이를 돌보는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매개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동행카드는 지역사회의 프로그램에 아이들의 참여를 늘리고, 아이들이 지급한 비용은 이들 단체의 경제적 토대를 튼튼하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윤승일 기자 nagneyoon@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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