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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겠지만, 자식에 대한 통제를 내려놓기를…

부모를 조롱하는 ‘중2’ 아들의 엄마 “너무 괴롭고 무서워…”

등록 : 2017-06-0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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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있습니다. 한 6개월쯤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이 지옥 같은 시간이. 첫째 아이는 부모인 저희를 조롱하고 비아냥거리고 욕설을 하며 친구에게 중계하기도 합니다. 저희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아이와 마찬가지로 욕설과 폭력으로 대응해봤으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아이를 보는 것이 너무 괴롭고 무섭기까지 합니다.

아이는 어렸을 때 자기가 원하던 것을 해주지 않았고, 체벌이 있었던 것을 말합니다. 그것은 저희 부부의 양육 철학(당시에 휴대폰이 교육적이지 않다는, 그래서 알뜰폰으로 대체)이었고, 회초리로 체벌하여 나름대로는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선에서 아이를 훈육했다고 생각했으나, 아이가 분노하고 있으니 그 모든 것에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외면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여성적인 성향이 강한 아이입니다. 남자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공감하는 것이 적어 보였습니다. 바로 그런 점이 중학교 1학년 때 반 친구의 타깃이 되어, 심각하진 않았지만 문제가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해당 건에 대해 엄마가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냐고 물었고, 제가 개입을 했습니다. 친구가 사과했다고 해서 잘 처리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아이의 학교생활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작년 가을이 되었고 그때부터 아이는 게임에 빠졌습니다. 온종일 게임만 했습니다. 그로 인해 갈등이 정말 많았지요.

갖은 협박과 가끔의 폭력도 아이를 바꿀 수는 없었고, 그러다 친구를 사귀었는데 좋지 않은 친구였던 것 같습니다. 아침이 될 때까지 통화하고, 새벽 2시, 3시에 나가 네댓 시에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같은 학교 한 학년 위 여자아이와 이성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 아이들이 통화하는 내용이며 문자 내용이 기가 찰 정도입니다. 여자아이가 성에 관심이 많은가 봅니다.

저에 대한 경멸, 모욕에도 아이에게 기다리겠다, 사랑한다 편지도 써보고 했으나 소용없고, 이제 저도 무력증에 빠져 작은아이에게도 친절하고 건강하고 안정된 엄마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도망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들 얘기처럼 이 또한 지나갈까요? 기다리면 정말 돌아올 수 있나요? 백미

A ‘중2병’은 가히 세계적인 경향입니다. <중학생은 왜 가끔씩 미치는 걸까?>라는 책을 쓴 리처드 마셜과 샤론 뉴먼은 중학생 시기의 아이들이 보이는 이해할 수 없는 증상을 뇌의 변화와 연관해 설명합니다. 어린아이에서 성인으로 옮겨가는 사춘기 아이들의 뇌는 아주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사춘기 뇌는 생식능력과 2차 성징을 발달시키고, 위험한 행동을 감행하려는 충동을 유발하는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의 성적인 느낌을 여과 없이 드러냅니다. 감정 관련 뇌의 부분도 그 시기에 가장 급격하게 발달하기 때문에 저자는 그것을 불꽃축제의 폭죽에 비유합니다. 불꽃이 폭발하듯 동시다발로 감정이 터진다는 말이지요. 하지만 감정과 충동을 절제할 수 있는 전두엽은 20대 중반에야 완전히 성숙하기 때문에 그때까지 아이들의 감정과 행동은 문단속이 안 되는 우리 속 야수와 같습니다.

제 맘대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들도 힘듭니다. 아이와 어른의 과도기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때고, 어린 시절의 막연한 환상과 전능감이 무너지는 때입니다. 무엇보다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하라는 내면의 요구에 따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행동하게 되는 상태이기 때문에 혼란스러움이 절정에 달해 있을 겁니다.


마음먹은 대로, 의지대로 행동할 수 없는 상태를 우리 어른들도 경험합니다. 그럴 때의 당혹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으며, 우리는 자신에게 실망하고 자기 비난에 빠져들지요. 사춘기를 심하게 앓는 아이들이 바로 그렇습니다. 통제되지 않는 감정과 충동에 대한 자기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외부에 공격할 대상을 만들어 그들을 비난하고 괴롭힙니다. 아마 백미님의 아이는 부모를 그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시기의 부모는 무력감과 모욕감에 시달리면서도 이렇다 할 해결 방법 없이 고통을 견뎌내야 하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완전히 내려놓으세요. 내가 낳은 자식이라도 내가 함부로 어찌할 수 없는 엄연한 타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상실감과 함께 의외의 홀가분함이 찾아옵니다. 그렇지만 부모로서 기본 할 일은 해야 합니다. <중학생은 왜 가끔씩…>의 저자들은 아이를 비난하지 말고 든든한 후원자로, 그리고 안전을 책임질 보호자로 남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이가 지독한 방황 끝에, 가장 부끄러운 모습으로도 결국은 부모에게 돌아올 수 있게 말입니다.

쉽지 않을 겁니다. 아이는 부모의 한계를 시험하듯 더 높은 수위로 자극할 거고, 부모는 그 교활한 시험에 자주 걸려들어 몸부림칠 겁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부모도 감정을 가졌으니 못난 모습을 보이며 휘청거릴 수 있습니다. 다만 ‘네가 어떤 모습을 보이더라도 우리는 너를 기다려줄 것’이라는 의지만 단단히 챙기세요.

이처럼 부모는 자식 때문에 의도치 않게 변화의 소용돌이에 말려듭니다. 이제까지 가졌던 삶의 철학, 양육에 대한 신념이 모두 흔들리고 무너지는 고통을 경험하고, 자식에게 깊은 배신감을 느끼면서요. 옳다고 여겼던 모든 것을 회의하고 점검하게 되지요. 야속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 시기는 우리 어른들이 성장하기 참 좋은 때입니다.

이참에 부부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성격과 삶에 대해서, 옳다고 믿었던 신념과 행동에 대해서,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대처하는 방식에 대해서 말입니다. 제가 추측하기엔 백미님 부부가 부모로서 굉장히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계시지만 너무 엄격했고, 당신들의 양육 방식에 대해 과신했던 것 같습니다.

상담도 권합니다. 추측건대 아이는 상담을 원치 않을 테니 부모님이라도 상담 과정에서 자식에게서 입은 상처와 분노를 숨김없이 드러내 위로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부모의 자기 치유와 성장이 이 시기를 견뎌낼 힘을 길러줄 것입니다.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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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 마음칼럼니스트·<천만번 괜찮아>, <치유하는 글쓰기> 저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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