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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직 은퇴 뒤 라이나전성기재단에서 제2인생을 시작한 한문철 상임이사가 18일 중장년층을 지원하는 재단의 다양한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노년층은 증가하는데 은퇴 이후 삶에 대한 준비는 안 돼 있는 중장년층이 많아요. 이런 분들께 미력이나마 보탬이 되려고 합니다.”
18일 서울 종로구 시그나타워에서 만난 한문철 ‘라이나전성기재단’ 상임이사는 서울시립대 교수직 대신 민간 기업의 공익재단 일을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서울시의회 사무처장을 끝으로 30여년간의 공직에서 은퇴했다. 그 뒤 서울시 고위직 퇴직자들에게 2년간 주어지는 서울시립대 교수로 가지 않고, 라이나전성기재단에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이 재단은 라이나생명이 설립한 공익법인으로, 중장년층의 ‘제2인생’ 개척을 돕는 사회공헌재단이다.
한 이사는 전성기재단에서 8개월가량 일하며 더욱더 사명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은퇴한 지 얼마 안 되거나 은퇴를 앞둔 사람들 가운데 은퇴 이후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우왕좌왕하고 막연히 걱정만 하는 이들이 많은 현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현직에 있을 때 생태·환경이나 문화 등 어느 정도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의 강의를 듣거나 취미교실 등에 참석한 이들은 은퇴 뒤 시간을 보내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아요.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은 직장·모임·가정의 삼각 구조 속에서 생활하다 은퇴를 하면 한 축이 무너지게 돼 당황하게 되더군요.”
그는 ‘명함’을 중시하는 문화도 특히 남성들이 인생 이모작 준비에 소극적으로 임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은퇴 뒤 내밀 명함이 없으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위축돼 모임에 나가는 횟수가 줄어들고, 대부분 명함을 만들 수 있는 자리를 찾는다는 것. “우리 재단 프로그램의 참가자 80%가 여성으로, 남성들은 참여를 어색해합니다. 아직 사회를 위한 봉사에는 익숙지 않고, 우리 사회에 그럴 만한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라이나전성기재단이 운영하는 ‘전성기캠퍼스’가 이런 비슷한 고민을 가진 중장년층에게 자아 성찰과 열정을 회복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는 이유다. 전성기캠퍼스는 중장년층의 노년 취미 활동뿐 아니라 건강을 챙기거나 제2의 직업을 준비할 수 있는 강의를 다양하게 열고 있다. 전문 강사가 진행하는 수업 외에 중장년층이 직접 자신의 재능과 지식을 나누는 ‘노노(老老)케어’ 수업 방식도 도입했다. “독서 클럽에 가입해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온 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대화하다 보면 또 다른 세상을 만나기도 합니다. 시니어들이 잘 다루지 못하는 스마트폰 활용법이나 블로그 만드는 법도 배우고, 몇 년 뒤엔 강사로 나서 배움을 나눌 수도 있어요.”
전성기재단은 중장년층 스터디 모임이나 동아리에 캠퍼스 공간을 빌려주기도 한다. 이 밖에도 시그나타워 1층에 중장년층이 공연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주고, 일부 팀에게는 음반 발매와 프로필 촬영까지 지원하는 등 중장년층을 지원하는 다채로운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 이사는 은퇴자들이 치열하게 살아온 과거를 위로하고 온전히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며 숨겨왔던 꿈을 펼치는 소중한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고 권했다. “고령화 시대에, 중요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노년 세대가 활력 넘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재단이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겠습니다.”
윤영미 선임기자 youngm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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