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체력 상태 알게 되니 내 몸에 필요한 운동이 보여요”

이현숙 선임기자 ‘국민체력100 송파 체력인증센터 프로그램’ 체험기
건강·운동 체력 6개 항목 측정·평가 통해 맞춤형 운동 등 처방받아

등록 : 2024-01-18 15:20

크게 작게

“지구력은 괜찮고, 근력은 부족…손아귀 힘 키우기부터” 처방

노년기 일상생활 불편 안 생기려면

낮은 수준 체력 요인 개선 운동해야

큰 근육 위주, 밴드 등 소도구 활용

국민체육진흥공단은 2014년부터 체력인증센터를 운영해오고 있다. 센터의 ‘국민체력100’ 프로그램은 체력을 측정·평가해 운동 상담과 처방을 해주는 스포츠 복지 서비스다. 국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운동 계획을 세우거나 건강 관리를 할 때 활용하면 매우 유용하다. 지난 9일 송파 체력인증센터에서 이현숙 선임기자가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순발력 검사를 하기 위해 제자리멀리뛰기를 준비하고 있다.

나는 ‘저체력자’다. 컴퓨터를 쓰며 앉아 있는 시간이 길고 신체 활동은 늘 부족하다보니 근육량은 적고 지방량은 많다. 중년기에 접어들며 홈트레이닝, 헬스 등 이런저런 운동을 여러 차례 시도해봤다. 하지만 건강한 몸과 운동 습관 만들기는 생각대로 잘 이뤄지지 않았다. 헬스장에서 근력을 키우는 기구들로 몇 달 운동했는데 손가락, 어깨, 발등 등 아픈 곳이 생기면서 흐지부지 끝나기 일쑤였다.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려면 어떻게 운동해야 할까?’ 새해를 맞아 운동 계획을 세우기로 마음은 먹었지만, 운동 방법을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마침 기회가 닿으면 꼭 활용해보고 싶었던 곳이 떠올랐다. 국민체력100 체력인증센터의 프로그램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2014년부터 시행해온 무상 스포츠 복지서비스 사업이다. 유아(4~6살)와 11살 이상 국민 누구나 무료로 체력을 측정하고 평가해, 맞춤형 운동 처방과 국가공인 체력인증서를 받는다. 현재 센터는 전국엔 75곳, 서울엔 9곳(강북·동작·마포·서대문·서초·성동·송파(2)·중구)이 있다.

지난 9일 프로그램 체험을 위해 공단에서 직영하는 송파 체력인증센터를 찾았다. 올림픽공원에 있는 센터는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1번 출구에서 걸어 약 300m 거리에 있다. 대설주의보가 내려지고 눈이 오후까지 이어지는 궂은 날이었지만, 실내는 따뜻하고 환했다. 안내데스크에서 신분증 확인과 사전 설문을 한 뒤 탈의실에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체력 측정장으로 나왔다. 체력 측정에 앞서 혈압, 키, 몸무게, 허리둘레를 잰 뒤 인바디 검사가 뒤따랐다. 영상을 보면서 준비운동을 3분 정도 했다.


국민체력100 송파 체력인증센터 외관.

윤혜옥(40) 운동처방사가 국민체력100 프로그램과 측정 방식에 관해 설명해줬다. 생애주기별(유아기, 유소년, 청소년, 성인, 어르신) 특성에 맞춰 측정 항목과 종목을 구성해 건강 체력과 운동 체력을 잰다. 건강 체력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 운동 체력은 스포츠 등에서 기술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신체 능력이다. 측정 항목 수는 건강 체력은 네 가지(근력, 근지구력, 심폐지구력, 유연성), 운동 체력은 두 가지(민첩성, 순발력)다. 항목에 따라 필수 종목과 선택 종목이 있다.

먼저 건강 체력 측정을 진행했다. 심폐지구력 측정을 위해 의자에 앉아 측정기기를 손가락에 끼고 심박수를 잰 뒤 스텝 검사를 시작했다. 높이 약 30㎝의 스텝 박스에 오르고 내리는 동작을 한다. 메트로놈 박자(96bpm)에 맞춰 3분 동안 계속하는데, 무릎을 펴고 양발 뒤꿈치가 모두 박스 위에 올라가야 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금세 다리가 후들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윤 운동처방사가 30초 단위로 시간을 알려주며 ‘잘하고 있다’고 격려도 해줘 끝까지 할 수 있었다. 걷고 난 뒤 의자에 앉아 1분 정도 지난 뒤 심박수 변화를 기록했다. 심박수가 원래대로 회복되는 시간이 짧으면 심폐지구력이 좋은 것이라고 평가 기준을 알려줬다.

상대 근력 측정을 위해 악력(손으로 쥐는 힘) 검사를 하고 있다.

근력(상대 근력) 측정을 위해 왼손과 오른손의 악력(꽉 쥐는 힘)을 쟀다. 고등학교 체력장에서 철봉 매달리기, 멀리던지기 등을 가장 못했고, 평소 손아귀 힘이 약해 병뚜껑도 잘 열지 못해 포기하는 마음으로 측정에 나섰다. 악력 측정기를 왼손으로 잡고 옆으로 살짝 들었다. 윤 운동처방사가 “세게 꽉 잡으세요. 더 더 더…” 하고 응원해줬지만, 결과는 20㎏도 채 되지 않았다. 연령 평균(25.3㎏)에도 한참 못 미쳤다. 오른손은 그나마 조금 나았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근지구력 재기는 1분간 윗몸일으키기로 했다. 양팔을 엇갈려 어깨에 붙이고 올라올 때는 팔꿈치가 허벅지를 찍고, 누울 때는 등이 바닥에 닿아야 센서에 감지돼 개수로 인정됐다. 유연성은 앉아서 윗몸을 굽히고 양팔을 곧게 펴 손끝으로 앞에 있는 측정기를 쭉 밀어 쟀다. 틈틈이 윗몸일으키기와 스트레칭을 하는 편이라 두 종목 측정은 비교적 어렵지 않았다.

다음은 운동 체력 측정. 순발력(제자리멀리뛰기)과 민첩성(전신반응) 두 가지이다. 운동신경이 좋지 않다보니 더 많이 긴장됐다. 민첩성은 발판 위에 서 있다가 삑 소리가 나오면 최대한 빨리 발을 발판에서 떼면 되는데, 몸이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았다. 순발력은 제자리멀리뛰기로 쟀는데, 역시나 생각만큼 멀리 뛰지 못했다.

체력 측정을 끝내고 5분 남짓 지나자 결과지가 나왔다. 윤 운동처방사가 결과지 3장과 체력인증서를 보여줬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직인이 찍힌 체력인증서에는 2등급이 적혀 있었다. 성별과 연령별 각 검사 항목의 백분위 등을 참고해 1(70% 이상), 2(50%), 3(30%)등급과 참가 등급을 매긴다. 일반적으로 볼 때는 저체력이지만, 개인 조건을 반영했을 때는 괜찮은 체력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는 이유다.

윤혜옥 운동처방사가 기자에게 운동처방을 하며 평소에 하면 좋은 상체 근력 운동을 가르쳐주고 있다.

국민체력100 프로그램의 의미는 등급 인증보다는 부족한 체력 요인을 확인해 개선할 수 있는 운동을 처방받고 실천하도록 하는 데 있다. 근지구력과 심폐지구력, 유연성은 상위 30%에 들었지만 근력과 민첩성, 순발력은 상위 50%를 겨우 넘은 결과지를 보면서 윤 운동처방사가 분석과 운동 방법을 안내해줬다. 그는 “운동 체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같은 연령대, 신체조건의 사람들 사이에선) 건강 체력은 괜찮은 편”이라며 “건강 체력 가운데 근력이 다른 체력 요인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와 근력 증진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낮은 악력의 개선을 강조하며 상체 근력 운동도 함께 처방해줬다. 그는 “(악력이) 최소 20㎏ 이상은 돼야 노년기에도 일상생활에 불편이 생기지 않는다”며 평소 주머니 속에 악력기를 넣고 손아귀 힘을 기를 것을 권했다. 집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벽 짚고 팔굽혀 펴기, 의자에 앉아서 다리 폈다 굽히기 등도 알려줬다. “무게를 드는 저항 운동도 괜찮고 맨몸보다 소도구(탄력밴드, 덤벨, 헬스 기구 등)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그는 덧붙였다.

큰 근력(복부, 가슴, 허벅지 등) 중심의 운동(스 등)과 단백질, 무기질 위주의 식습관도 추천했다. 엉덩이 근육을 단련하는 운동으로 집에서 다리를 뒤로 들거나 차는 동작, 엎드려 다리 드는 동작, 옆으로 차는 동작 등을 알려줬다. 근력 운동(20~30분) 뒤 유산소 운동(30~40분)을 하는 순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근력 운동으로 탄수화물을 태우고 유산소 운동으로 지방을 태우는 게 운동 효과를 높인다”고 했다.

지난 9일 국민체력100 송파 체력인증센터 안내데스크에서 윤혜옥 운동처방사가 기자에게 체력 측정 항목과 종목에 대한 안내 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운동 처방을 받았지만 혼자서 운동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국민체력100 누리집(nfa.kspo.or.kr) 체력증진교실 메뉴 활용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센터별로 운영하는 대면 체력증진교실도 있고 연령대별 체력향상, 목적별 프로그램 정보를 자세하게 볼 수 있다. 운동처방 동영상에는 연령대, 체력항목, 운동부위와 도구, 질환 등을 지정해 맞춤 영상을 만날 수 있다. 윤 운동처방사는 “운동을 꼭 어딘가를 가서 하는 것만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몸을 움직이며 손쉽게 하며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체력 측정도 개인 여건에 맞춰 주기적으로 하면 운동 의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송파 센터엔 하루 평균 약 30명이 찾는다. 현재 주 이용자는 공공기관·항공사 등 취업준비생이나 취업생, 공공일자리 참여 어르신들이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체력이 어떤지 궁금해서 오거나, 체중과 체지방이 많이 나가는데 어떻게 운동해야 하는지 도움을 받고 싶어 찾는 이들도 있다. 자녀들이 고령의 부모님 건강 관리 방법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윤 운동처방사는 “아주 유용한 무료 프로그램이니 더 많은 사람이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민체력100 프로그램을 이용해보고 싶은 사람은 온라인(누리집)이나 전화로 예약한 뒤 방문하면 된다. 운영시간은 월~토요일 오전 9시~오후 6시이고, 한 타임(30분)마다 2명씩 측정한다. 센터별로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으니 누리집이나 전화로 확인해야 한다. 송파 센터의 경우, 기차표 예약처럼 한 달씩 예약을 받는다. 예를 들어 오늘(19일)은 2월19일부터 3월18일까지 예약할 수 있다. 예약 시작 뒤 하루 이틀이면 거의 다 차는 편이라고 한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