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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곤증을 날려줄 쑥, 냉이, 달래 등 텃밭 봄나물. 흙 기운 가득한 텃밭 채소는 맛과 향기와 영양에서 시장 나물과 격이 다르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춘분이 지나면 텃밭은 봄나물로 지천이다. 하루가 다르다. 쑥, 냉이, 달래, 민들레, 미나리, 씀바귀, 엉겅퀴, 지칭개, 별꽃나물, 광대나물 등 한결같이 약동하는 기운으로 가득 찬 것들이다. 향기만 맡아도 춘곤증이 가시고 머릿속이 파란 하늘처럼 갠다.
겨우내 김장김치와 묵나물, 저장 무로 밥상을 차렸다. 김장김치를 씻어서 김치밥과 찌개를 하고, 묵나물로 된장국을 끓였다. 무는 생선조림에 잘 어울렸다. 이제 춘분이 지났으니, 미안하지만 묵은 것들은 뒤로 물려야겠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텃밭 한 고랑만 훑어도 바구니에 봄기운을 가득 채울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밭을 갈아엎지 않는다(무경운). 봄나물들이 상하지 않기 때문에 이맘때면 일부러 재배한 밭처럼 풀들이 아우성이다.
냉이와 달래는 시중에서도 많이 팔지만 농약, 비료, 비닐 없이 일군 밭에서 자란 것들과 비교할 수 없다. 맛과 향기, 양분에서 품격이 다르다. 달래, 냉이에 치여 잘 드러나지 않지만 둘째가라면 서러운 봄나물이 별꽃이다. 단백질, 칼슘, 미네랄이 풍부해서 영양 만점이다. 나는 일부러 별꽃나물 씨를 받아 여기저기 뿌려놓고 봄을 기다린다. 민들레도 빼놓을 수 없다. 민들레는 버릴 게 없다. 잎은 겉절이나 샐러드 혹은 쌈채로 좋다. 데쳐서 초고추장에 무치면 쌉쌀하고 새콤한 맛에 시들한 입맛이 살아난다. 뿌리는 그늘에 말려두었다가 열감기 상비약으로 쓴다. 감기가 온다 싶을 때 달여 먹으면 멀리 내쫓을 수 있다. 꽃은 덖어서 차로 마시거나 효소를 담가 음료용이나 요리용으로 쓴다.
나물이 준비되면, 불린 밥쌀 위에 갖가지 나물을 올려 밥을 안친다. 종류별로 올려 냉이밥, 별꽃밥, 쑥밥을 지을 수도 있다. 밥이 익는 동안 집간장에 들기름 한두 방울 넣고 달래 송송 썰어 되직하게 달래장을 만든다. 지난해 담근 된장과 고추장에 참기름 살짝 넣고 조물조물 무치기도 한다. 냉이로는 된장국을 끓이고 거기에 달래를 조금만 넣으면 봄향기는 더욱 깊어진다. 냉이와 달래는 차고 더운 기운이 있어 궁합이 찰떡이다. 별꽃나물은 살짝 데쳐서 된장만으로 담백하게 무친다. 씻고 무치고 데치는 동안 이미 입안엔 침이 가득 고였다.
뜸이 들면 나물밥을 널찍한 대접에 담고, 달래장을 식성대로 넣어 비빈다. 달래장 나물비빔밥은 입이 미어지도록 넣고 씹어야 제격이다. 한데 밥알이 삐져나오도록 머금어도 몇 번만 씹으면 다 넘어가고 없다. 숟가락 든 손이 바쁘다. 산삼이 좋다지만 이보다 더 힘을 주지는 못할 것 같다.
시장에서 돈 주고 사 오는 것들은 반드시 쓰레기를 남긴다. 그러나 밭에서 자란 것들은 다듬을 때 나온 것이나 먹고 남은 것이나 모두 밭으로 돌아간다. 지나간 자리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그 비어 있음이 아름답다. 내 삶도 그러하다면…. 밥 먹었으니 ‘무엇이 올라왔나’ 밭으로 나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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