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표준+서울다움’ 균형, 서울 지하철노선도

최인규ㅣ서울특별시 디자인정책관

등록 : 2023-09-2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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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최근 바꾼 서울지하철 노선도는 23개 노선 600여 개 역을 디지털 환경에서도 알기 쉽게 표현했으며 (왼쪽), 브랜드화를 위해 에코백 등 굿즈도 제작했다. 서울시 제공

서울은 이제 국제적인 도시다. 세계인들에게 서울은 방문하고 싶은 도시 중 하나가 됐다. 볼거리의 밀도가 높고 문화적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산과 강 그리고 개성 있는 시가지가 그러하다. 서울을 방문하면 교통혼잡으로 우리는 지하철을 이용하게 된다. 지하철은 시간을 맞출 수 있는 가장 정확한 교통수단이다. 서울을 모르는 사람도 몇 개 규칙만 알면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 쉬운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서울이 발전하면서 1980년대 4개 노선 100여 개 역이 현재는 23개 노선 600여 개 역으로 확장됐다. 서울지하철은 정말 정확하면서도 더욱 정교하게 발전했다. 그러나 몇 개 규칙만 알면 쉬운 노선도가 지금은 절대적인 숫자의 증가로 이해하기 만만치 않다. 다양한 앱들이 도와주지만 서울을 머릿속에 그리는 일은 쉽지 않다. 지하철노선도가 정보를 담는 과정에서 원칙과 서울다움을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올해 초 디자인서울2.0을 발표하면서 디자인서울1.0이 도시의 기본을 만드는 작업이었다면 디자인서울2.0은 도시 이미지 만들기라고 했다. 또한 디자인서울2.0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충실하면서 서울의 아이덴티티를 구현하겠다고 했다. 이번 서울 지하철노선도가 이 원칙을 충실히 실천한 사례다.

서울 지하철노선도는 세계표준 측면에서 8선도(Octoliner)와 등간격, 신호등 방식의 환승역 원칙을 도입했다. 1980년대 이후 8선도 도입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번만큼 충실한 적은 없었다. 또한 광역도시철도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계를 세운 것도 큰 성과이다. 그리고 서울 방문객과 외국인의 이해방식을 고려해 호선과 역 번호를 적극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서울만의 친절함을 보여줬다.

서울은 한강과 여러 개의 산을 가지고 있다. 인접 도시인 인천광역시는 국제공항과 바다가 있다. 이번 서울 지하철노선도에서는 한강을 표현해 강남북의 역 위치를 이해하기 쉽게 했고 2호선을 원형으로 디자인해 서울의 중심부와 외곽 그리고 인접 도시와의 시각적 균형감이 있는 노선노가 됐다. 디테일이지만 바다의 경우 물결을 표시해 강과 바다의 표현방식도 달리했다.

이번 노선도에는 지리적 랜드마크를 활용해 그 역의 경관적 특징을 담았다. 노선도에 사용한 랜드마크는 철저하게 장소찾기와 길찾기에 충실한 남산타워, 서울역, 시청역, 경복궁 등 서울다움을 담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런 픽토그램은 박물관을 위한 노선도, 서울 산 하이킹을 위한 노선도 등으로 다양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서울다움의 확장성을 고려한 결과다. 장기적으로는 민간 참여를 통해 더욱 다양성이 있는 노선도로 발전하리라 기대해본다.

서울은 지하철 문화도시이다. 서울지하철은 교통수단을 넘어서 서울의 문화지리적 중추이다. 그렇기에 노선도는 누구나 읽기 쉬워야 하며 서울다움을 담아야 한다. 절제된 공간에 호선, 환승역, 랜드마크, 서울 지리, 서울 장소성, 외국인을 위한 배려를 담아내는 작업이다. 그러므로 서울 지하철노선도는 세계표준과 서울다움의 균형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최인규ㅣ서울특별시 디자인정책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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