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을 나눠 행복을 나누는’ 용답동 할머니들

등록 : 2016-12-01 16:09 수정 : 2016-12-0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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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찬찬 나누미’ 사업은 용답동의 할머니들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청소년 가정에 세 가지 반찬을 만들어 나눠주는 봉사활동이다. 지난달 24일 할머니들이 모여 ‘행 복공감’에서 무생채를 만들고 있다.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지난달 24일 성동구 용답동의 좁은 계단을 지나야만 닿을 수 있는 마을 공동체 커뮤니티 공간 ‘행복공감’. 매콤한 향과 할머니들의 수다가 어우러져 이야기꽃이 활짝 폈다. 수다를 떨면서도 할머니들은 커다란 양푼에 가득 담긴 무채에 저울보다 더 정확한 손대중으로 양념을 넣고 재빠르게 무친다. 이윽고 ‘무생채'는 정갈하게 반찬 그릇에 담겨 이웃에게 배달되기를 기다린다. 지난 9월부터 10여 명의 할머니들이 모여 저마다 익숙한 솜씨로 함께 반찬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는 ‘찬찬찬 나누미’ 사업 모습이다.

더 두터워진 이웃 간 정도 성과

서울시 주민참여 공모 사업으로 시작한 ‘찬찬찬 나누미' 사업은 용답동에 사는 할머니들이 자신보다 더 어려운 어르신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자원봉사활동이다. 일주일에 한 차례 모여 세 가지 반찬을 만들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청소년 가정에 직접 배달하고 안부를 묻는 등 말동무도 되어준다.

용답동에서 30년 넘게 살아온 이영임(79) 할머니는 혼자 사신다. 동 주민센터 복지 담당 김청혜 주무관의 권유로 ‘반찬 나눔' 자원봉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노인정에도 잘 나가지 않았지만, 자원봉사하는 할머니들과 어울리면서 성격도 밝아졌다. “용답동에는 저처럼 혼자 사는 노인이 많아요. 젊은 사람들이야 사는 게 바쁘지만, 우리야 남는 게 시간이니 자랑할 일도 아니죠. 몸 상태가 따라주지 않아 많이는 못 해도 할 수 있는 한 계속하고 싶어요.”

혼자 사는 이 할머니는 몸이라도 불편해지면 반찬은커녕 병원 왕래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최근에는 다리 수술로 거동이 불편한 이웃 노인을 병원까지 데리고 갔다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힘든 줄 모르겠다고 말한다.

‘주민참여 공모사업'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의 사업 중 하나다. 주민의 삶과 가장 밀접한 동 단위에서 마을공동체 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지역주민을 발굴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게 목적이다. 3인 이상의 주민모임이나 단체가 참여할 수 있으며, 3개월 동안 최대 80만원까지 사업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주민들과 ‘찬찬찬 나누미' 사업을 함께 시작한 김 주무관은 “이 지역 여건상 지속해서 반찬 나눔이 필요하고, 할머니들도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내년 초에는 ‘용답동 마중물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이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시적 사업으로 출발, 지속 사업 발판 마련

찬찬찬 나누미 사업의 또 다른 의미는 3개월 한시적인 주민참여 공모 사업이 지역의 호응으로 복지공동체 사업으로 확장된 사례라는 것이다. 구는 빠르면 2017년 1월부터 반찬을 나누는 도시락에 자살 예방 문구를 넣는 등 ‘자살 예방' 사업을 더해서 계속할 계획이다.

성동구는 지난 9월 기존의 ‘동 마중물 복지협의체'의 참여 인원 등을 확대하고 기능을 강화해 ‘동 마중물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구성했다. 찬찬찬 나누미 사업과 같은 민관 협력을 더 활성화해 사각지대 발굴과 함께 지역 자원을 연계하는 복지공동체를 확산하기 위해서다.

박용태 기자 gangto@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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