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을 품고 아이를 키우는 ‘지하실 문화원’

등록 : 2016-03-3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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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동 햇살문화원 한경애 강사 제공

대부분의 아파트는 지하공간을 갖고 있다. 아파트 지하공간은 과거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될 때는 만약을 대비한 대피소로 역할이 규정됐지만 1999년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주차장이나 체육시설 등 아파트 거주 주민의 공용공간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법 개정 전에 지어진 아파트들이다. 2개 동 167가구가 모여 사는 극동아파트의 지하공간 역시 1993년 지어질 때부터 대피소로 설계된 지하공간이 오래도록 ‘죽은 공간’으로 방치됐었다. 그러나 2013년 9월 주민문화센터 ’햇살문화원’으로 변신하면서 극동아파트의 지하공간은 마을 사람이 모이고 전국에서 견학까지 오는 유명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햇살문화원을 만들기 전부터도 아이들과 주민들이 배울 수 있는 문화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2013년 실시된 공동주택 커뮤니티 활성화 공모에 원영례 관리소장과 함께 ‘한번 해보자’며 제출한 제안서가 선정되었죠.” ‘어쩌다 보니 마을 일을 하게 되었다’는 이미실 공동체 활성화 회장. 이 회장과 뜻을 같이하는 원영례 관리소장과 주민들은 지하실을 ‘살 만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밤낮없이 매달렸다. 난방시설을 제외하고 모두 직접 만들어 나갔다.

 햇살문화원에서 서양자수 강사로 활동하는 한경애씨는 그때를 떠올리면 새삼 신기하다고 한다. “도깨비처럼 움직였어요. 뭔가에 홀린 것처럼 그냥 정신없이 했던 것 같아요. 주워온 가구 닦고 칠하고, 선반도 달고, 새벽 한두 시 넘기는 것은 보통이고, 아침 해가 떠오르는 것도 몇 번 봤어요. 실내 공간 만드는 데 열흘도 안 걸린 것 같아요.” 60여평의 죽었던 지하공간은 그렇게 마을사람들의 힘이 모여 밝고 쾌적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공간이 확보되고 나자 강사가 문제였다. 크지 않은 아파트였지만 거주 주민들은 또 힘을 모았다. 입주민들의 재능기부가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건강관리를 돕는 ‘요가교실’,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하는 공방 등의 문화강좌를 열 수 있었다. 스스로 하는 일인 만큼 강사의 열정은 넘쳤고 넘치는 열정을 반영한 강의도 질이 높았다. 양질의 강좌를 저렴한 수강료로 제공하는 햇살문화원의 활동은 문을 연 뒤 1년쯤 지나면서 주변 지역까지 알려졌다. 도봉구청 로비에서 회원들의 수공예품 전시회도 열었다. 다른 자치구에서도 보러 오는 손님들이 많았다. 강사들의 지인들에게도 햇살문화원의 활동이 알려졌다. 요즘은 극동아파트 주민보다 주변 동네에서 온 회원 수가 더 많다. ‘햇살’ 내 수공예 커뮤니티인 ‘수제Bee’로 시작해 캘리그래피 강사로 활동 중인 윤정화씨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햇살문화원에서 회원들과 맺어지며 느끼는 친밀감이 있어요. 요즘은 제가 사는 동네보다 햇살문화원 근처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있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사 와야 하나?’ 얘기도 하죠.”

 많은 사람들이 찾는 문화원으로 성장했지만 아직 숙제는 남아 있다. 이미실 회장은 앞으로 여성 회원들은 물론 더 다양한 계층의 많은 사람들, 특히 남성들의 이용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아빠들의 참여가 저조해서 등산이나 캠핑 등 가족 단위로 할 수 있는 활동을 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200가구 미만인 아파트가 가까이에 있는데 벼룩시장을 함께 여는 것도 추진해볼까 싶고요. 작은 아파트 단지들끼리 서로 연결되다 보면 또 공통의 관심사가 생길 테고, 그 가운데 뭔가가 새로 만들어질지도 모르죠.”

김민주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웹진 <서울마을이야기>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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