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위한 마을에 의한 마을의 방송

등록 : 2016-03-3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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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미디어 ‘용산에프엠‘의 녹음모습, 황혜원 국장과 진행자 좌인(뒷모습)씨가 용산 주민들에게 알려줄 한 시간 분량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장철규기자chang21@hani.co.kr

서울 용산구 후암동 마을버스 종점 108계단 들머리에 자리잡은 조그만 동네 사랑방 ‘종점 수다방’. 마을 라디오 용산에프엠(FM) 간판 프로그램 <해방촌이다> 녹음에 한창이다. 활동가들이 직접 만든 나무 탁자 위에는 다과와 믹서, 마이크 등 방송 장비가 가득하다. “도시재생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저 같은 세입자는 세가 오를까봐 걱정이 앞섭니다. 도시재생센터 차원의 대책이 있을까요?” “센터에서도 도시재생이 젠트리피케이션을 촉발하지 않기 위해 대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선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했어요. 예를 들어 인테리어 등 공적 자금이 투자되면 건물주는 의무적으로 5년간 임대료를 동결해야 합니다. 마을 공동체 규약도 만들어 임대료에 대한 주민들의 합의를 담으려 합니다.” 해방촌 주민이자 진행자인 ‘좌인’(본명 배민혜)의 질문에 서울시 해방촌 도시재생 담당 주무관이 조심스레 대답한다.

마을의 이야기를 전하는 용산에프엠은 2012년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교육에서 시작한다. 용산에프엠의 자랑은 다양한 주민의 참여다. 70대 어르신부터 10대 청소년까지, 동네 토박이부터 이주민까지 마이크 앞에 앉아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음악방송에서부터 동화책을 읽어주는 엄마들의 방송까지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해방촌은 한국사의 아픔을 그대로 간직한 동네예요. 수십년 토박이 주민과 젊은이들이 공존하는 재미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도 많이 살고요. 동네 라디오를 하는 만큼 해방촌 주민들을 제대로 만나고 싶었고, 같이 수다를 나누는 창구가 되고 싶었습니다.” 황혜원 용산에프엠 대표가 전하는 용산에프엠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해부터 해방촌 도시재생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용산에프엠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도시재생은 재개발과 달리 상향식으로 이루어지기에 주민들의 상호소통이 필수적이다. 용산에프엠은 지난해 9월부터 도시재생을 비롯한 마을 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 <해방촌이다>를 제작해 마을의 소통창구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매회 출연자를 초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는 이 프로그램의 가장 재밌는 부분이다. 도시재생과 관련된 이들뿐만 아니라 동네 커뮤니티를 일구는 이들이나 동네 예술가를 부르기도 하고 토박이 주민을 모셔와 해방촌의 옛얘기를 듣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해방촌에서 도시 양봉을 하는 이도 출연자로 초대했다.

진행자 좌인은 <해방촌이다>가 동네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준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알고 지내던 이웃이라도 깊은 얘기를 듣는다는 건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동네 사람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같이 관계를 맺고 돕고 의지하며 살아갈 이웃의 범위가 조금씩 넓어지고 있어요.”

용산에프엠은 마을에 부는 변화 바람을 주의 깊게 살피며 지역 이슈를 방송으로 담아 왔다. 몇 년 전부터 예술가의 스튜디오와 공방들이 해방촌에 하나둘 모여들었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의 물결이 경리단길을 따라 해방촌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한남동의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는 유명 연예인 싸이와 지역 예술가인 세입자가 싸움을 벌이고 있고, 동자동에서는 사람이 사는 건물을 철거하는 황망한 일도 있었다. 원효로 성심여고 주변에서는 화상경마장 운영을 둘러싸고 시작된 마을 주민들과 마사회 간의 싸움이 1천일을 넘겼다. “우리 사회가 돈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많은 분이 땅과 건물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것 같습니다. 뜬다 싶은 마을에는 어김없이 변화가 찾아오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한 고민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이 모든 변화가 자본의 논리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황혜원 대표의 말이다.

용산에프엠은 주민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했다. 테이크아웃드로잉 대표를 게스트로 초대해 2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고, 원효로 화상경마장의 경우 아예 주민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진행자로 나서기도 했다. 지역에 기반한 마을 미디어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세상이 변하는데 마을만 변화를 비켜갈 수는 없다. 하지만 황혜원 대표는 주민들이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용산에프엠 같은 마을 미디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믿는다. “마을의 변화를 지켜보는 언론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날마다 마을의 변화를 기록하고 알리는 역할을 마을 미디어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주민들에게 마을의 변화를 알린다면 주민들의 참여로 주민들이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을 겁니다.”


양제열 용산에프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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