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위한 신발’을 위해 뭉친 장인정신

등록 : 2016-03-3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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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수제화소상공인협동조합은 수제화 장인 16명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으로 ‘3D 풋 스캐너’ 최신장비를 갖추고 고객 맞춤형 신발을 만들고 있다.

우리동네협동조합-수제화소상공인협동조합

지하철 3호선 녹번역에서 은평초등학교 방향으로 조금만 걸으면 ‘한 사람만을 위한 수제화 수제화소상공인협동조합’ 간판을 만난다. 매장에서 신발을 주문하려면 단순하게 사이즈만 재는 다른 구두가게와 달리 병원에서 체질량을 재는 인바디와 비슷한 ‘3D 풋 스캐너’에 올라 발과 몸의 균형 등을 진단받아야 한다.

 ‘3D 풋 스캐너’는 고객의 정확한 발 형태와 사이즈를 측정할 수 있는 최신 장비다. 매장에는 이외에도 보행과 보폭 측정기, 족압 측정기 등의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고객에게 편안한 착용감과 발 건강에까지 도움을 주는 신발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고객의 ‘편한 발’을 위한 노력은 최근에는 무지외반증이나 평발 등 발이 불편한 사람들을 교정할 수 있는 특수 깔창을 직접 제작하는 데까지 이어지고 있다.

 신발이 고객에게 단 하나뿐인 ‘나만의 신발’이 되게 하려면 신발 구조 못지않게 디자인도 중요하다. 신발은 개성을 드러내는 패션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제화협동조합은 고객이 직접 마음에 드는 디자인과 소재, 부소재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굽 높이, 폭, 감싸는 정도 등까지 세부적으로 직접 정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물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신발 장인들은 기술과 긍지가 높지만 일하는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좁고 낡은 공장에서 혼자 또는 한두 명이 근무체계도 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다. 벌이가 일정치 않으니 생활도 불안정하다. 게다가 업종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도 점차 낮아지다 보니 자긍심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대형 구두브랜드가 시장을 좌지우지하면서 평생 수제화를 만든 장인들의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와중에 내수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수제화 시장의 찬바람은 더 차가워졌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수제화 장인들이 공동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 조합원 8명과 준조합원 8명이 모여 수제화소상공인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생존을 위해 장인정신이 모인 만큼 생산과 마케팅을 새롭게 혁신하기 위한 노력 또한 게을리하지 않았다. 매장에서 만난 정석규 이사장은 “수제화 생산자들이 살길을 찾기 위해서는 숙련된 수제화 기술만으로는 부족하고, 수제화의 특성을 잘 살린 새로운 생산방법과 마케팅 포인트를 개발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협동조합은 숙련된 조합원들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기술 수준을 상향평준화하고자 애를 쓰고 있다. 그래서 조합원들의 특허를 공유하고 있는데, 현재 협동조합이 제휴한 특허는 100여개에 이른다. 이런 특허 기술과 인체 전반에 대한 이해도도 높이기 위해 조합원 교육을 계속하고 있단다.

 수제화 시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결과 작년부터는 생활협동조합에 수제화를 공급하게 되었다. 이번달에만 500켤레를 공급할 수 있어 협동조합과 조합원들의 걱정이 한결 줄어들었다.


 일반 수제화가 아니라 맞춤형 수제화를 찾는다면 수제화소상공인협동조합 매장을 찾아보면 어떨까?

 서울특별시 은평구 녹번동 42-24 1층

 누리집: www.handmadeshoes.co.kr

 월~토요일: 오전 10시30분~ 저녁 8시30분(일요일 휴무)

글·사진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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