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축제로 자라는 시민정치

청년이 바라 본 주민자치 ⑤ 축제로 시민 영역 키우는 은평구

등록 : 2016-11-1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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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에 열린 은평누리축제의 모습. 은평누리축제는 파발제, 영화제, 청소년 예술제, 광장 축제 등 다 양한 형태의 주민참여 활동을 만들어간다. 은평누리축제 페이스북

‘은평누리축제, 주인을 모십니다.’ 지난 7월부터 은평구 곳곳에 걸려 있던 걸개막의 문구다. 올해로 7회를 맞는 은평누리축제는 축제추진위원과 자원활동가가 ‘우리누리'를 꾸려 주민이 직접 축제를 기획하고 시행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올해에도 중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주민 57명이 축제준비위원회에 참여했다. 축제 프로그램도 주민들에게 공모한다. 이런 탓에 은평누리축제는 외부의 전문가가 참여해 꾸리는 소비지향적 축제가 아닌 지역의 관계를 개선하고 신뢰를 높이는 주민의 축제라는 평가를 듣는다.

은평누리축제의 전통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축제를 진행해온 은평구 시민사회의 오래된 경험에서 비롯된다. 그 시작은 2004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은평구에는 어린이날에도 아이들과 함께할 마땅한 문화시설이 없어 이를 개선하기 위해 9개 시민단체가 모여 ‘어린이날 잔치 한마당’을 열었다. ‘문화로 꿈꾸는 아름다운 은평 만들기’를 슬로건으로 모인 은평구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축제를 매개로 연대와 교류를 이어나갔다.

3년 동안 축제를 함께 준비하면서 시민단체들은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2006년 16개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모인 은평지역사회네트워크(은지네)의 시작이었다. 은지네는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과 접점을 찾는 데 목적을 둔 마을축제 ‘은평마을상상축제’를 기획한다. 기획과 진행 등 축제의 모든 과정은 70여 단체와 시민이 참여하는 조직위원들이 주도했다. 민성환 전 은평상상 이사는 “시민이 수동적으로 수혜자 노릇을 하는 것은 진정한 축제가 아니”라며 은평마을상상축제의 자발성을 강조한다.

은평마을상상축제는 이후 골목을 단위로 ‘골목상상축제’로 발전하면서 축제를 지역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마을을 상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키워냈다.

시민이 주도하는 축제의 경험은 기존의 구청이 주도하는 ‘통일로 파발제’의 성격을 바꿔놓았다. 2010년 은평구는 통일로 파발제를 관 주도에서 주민이 주도하는 참여형 축제로 변화를 선포하고, 이름도 시민 공모를 통해 ‘은평누리축제’로 바꿨다. 김우영 구청장은 “골목상상축제의 정신을 이어가며 더 많은 주민들이 더 쉽게 참여하는 축제가 은평누리 축제”라고 말한다.

구청은 축제기획자 양성 교육 등 축제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해 참여 주민의 전문성을 키워갈 수 있도록 도왔다. 구청의 이런 노력은 그동안 축적된 민간의 경험이 이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은평마을상상축제, 골목상상축제 등의 경험을 통해 성장한 민간 주체들은 구청과 협력하며 능숙하게 축제를 주도했다.

한 예로, 은평누리축제의 중요한 프로그램 중 하나인 광장 축제는 구민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것이다. 4차선 도로를 통제하고 축제의 광장으로 활용하자는 생각이 처음 제안되었을 때, 구청은 그 아이디어를 바로 수용하지는 못했다. “축제를 하는데, 길까지 막을 필요가 있겠느냐”라는 생각이 강한 탓이었다. 처음에 확신을 갖지 못한 공무원들도 점차 광장 축제의 장점을 인정하게 되었고, 광장 축제는 은평누리축제의 상징으로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다.


은평구에서 축제는 시민정치가 실현될 수 있는 공간을 무한 확장해가고 있는 셈이다.

유지연 서울대 정치학 석사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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