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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장보다 높은 게 뭐게? 고추장! 고추장보다 높은 게 뭐게? 초고추장! 그럼, 초고추장보다 높은 건 무엇일까요? 태.양.초.고.추.장!” 우리 집 열 살 아이가 이런 시답지 않은 자문자답을 하며 깔깔거린다. 그리고 다음 날도 이 퀴즈를 남녀노소에게 반복하며 여전히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이다.
순수하게 깔깔거려 본 지가 언제인가. 어른이라서 삶이 덤덤한 것인지, 요즘 세상이 특별히 갑갑해서 묵묵한 것인지 헛갈리지만, 재지 않고 깔깔거리는 순간은 어른에게 더 필요한데, 안타깝다.
잠잠한 일상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갈 일이 생겼다. ‘유아인 카페’로 알려진 한남동의 ‘스튜디오 콘크리트’라는 카페에 들른 날이다. 배우 유아인의 개념 글에 몇 번 반했지만 그 호감으로 카페를 찾아갈 성정은 못 되어 곁을 지날 때도 일 없이 들러보진 못했다.
그날은 입구에 걸린 안내판의 깜찍한 그림에 이끌렸다. 일러스트레이터 장 줄리앙의 전시 포스터. 어떤 남자가 망치로 벽을 깨고 안을 들여다보는 그림 아래 콩크레티제숑(Concrtisation)이라 적혀 있다. ‘실현, 현실화’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작가가 온라인으로 보여 주던 이미지를 프린트해 ‘현실화’했다는 전시 설명이 적혀 있다. 제목 붙임이 단순하고 쉽다.
83년생 프랑스 아티스트의 그림은 그림체가 또렷하고 내용이 직관적이라서 산뜻하고 명쾌하다. 얼굴이 벌게진 남자가 티셔츠를 올리니 판 초콜릿 모양의 ‘초콜릿 복근’이 나오고, ‘BURGER’(버거)라는 제목의 그림은 배에 햄버거가 끼워져 있고, 속옷만 달랑 걸친 뚱보의 알몸에는 구획을 나눠 프링글스, 코카콜라, 누텔라 등 고칼로리 간식 이름을 적어놓았다. 짐작 가는 뻔한 이야기인데 저렇게 그려서 보여주니 괜스레 웃음이 난다. 태닝한 남자의 옆모습 그림은 귀 부분만 휴대폰 모양으로 하얗게 남아 있고, 아이스크림콘을 먹다 흘린 남자의 발 곁에 강아지가 한 마리 있는데, 땅에 떨어진 두 덩이가 아이스크림인지 강아지의 ‘그것’인지 구분이 안 간다.
일상을 관찰하는 작가의 시선이 세심하고 위트 있다. ‘BEFORE INSTAGRAM’(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전)이라는 그림은 음식을 두고 사진부터 찍는 모습이 담겨 있어 우리나라뿐 아니라 그들도 그렇구나 싶어 친근하고 재밌다. 개는 안고 아이는 목줄에 매어 걸어가는 여인 그림 ‘leash’(개줄·사진)는 그 마음을 어찌 알았나 하고 뜨끔하면서도 공감대가 생겨 안도된다.
‘MONDAY’라는 그림은 MONDAY라는 큰 글씨를 사람이 암벽 등반하듯 기어 올라가는데, 지금껏 본 글과 그림을 통틀어 월요병을 저토록 와 닿게 표현한 것은 못 보았다. 작가도 일상의 관찰과 장난기 어린 실험으로 창작했고, 자신이 꼽은 몇 가지 현상에 대한 친절하고 익살스러운 반응을 담았다고 설명한다. 얼른 인스타그램에서 ‘jean jullien’을 찾아 친구 추가했다. 깜찍하고 재밌다. 한남동 콘크리트 스튜디오 11월13일까지.
글 그림 이나래 생활칼럼리스트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글 그림 이나래 생활칼럼리스트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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