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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오후, 양천구 주최로 서부여성발전센터에서 열린 제1회 시니어 남성 요리경연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의 평균 연령은 놀랍게도 73세다. 이 대회에 참가한 한영모(76) 할아버지가 약고추장나물비빔밥을 만들려고 준비해온 조리법을 들여다보고 있다.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어이쿠, 닭을 먼저 양념에 볶았어야 했는데 순서가 바뀌었네!” “아니, 프라이팬이 왜 이리 말을 안 들어. 고기들이 다 들러붙네!”
요리사 복장을 정갈하게 갖춰 입은 어르신들은 “천천히 하셔도 된다”는 진행자의 안내에도, 흐르는 땀을 제대로 닦지 못할 만큼 바쁘게 움직였다. 요리대회 참가를 위해 서너 번씩 연습한 요리인데, 실전에서는 예상치 못한 실수들이 튀어나왔다. 마음이 아직은 서툰 손보다 앞선 탓이다. 지난달 28일 양천구 서부여성발전센터에서 열린 제1회 시니어 요리대회 풍경이다.
양천구가 주최한 이번 요리대회는 맛을 겨루는 일반 요리대회와 다르다. 평생 부엌에라고는 얼씬해본 적 없는 어르신들이 누군가에게 요리를 대접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참가자 15명은 모두 65살 이상 남성들로 양천구 시니어요리교실에서 기본기를 갈고닦았다. 게다가 참가자들은 지난 8월부터 한 달 이상이나 요리대회 준비를 해왔다. 먼저 자신이 만든 요리를 대접하고 싶은 대상을 정하고 대상이 좋아할 만한 메뉴를 골랐다. 요리 선생님 지도로 실전 연습을 반복했다.
정복환(68) 할아버지가 준비한 요리는 ‘대하잣즙무침’. 요리를 대접할 대상은 40년 가까이 함께해준 아내다. “와이프가 잣을 좋아해서 메뉴로 정했는데, 초보 요리사에게는 조리 과정이 너무 복잡하다”며 활짝 웃었다. 손주를 위해 말없이 ‘바삭치즈돈가스’를 만들기에 열중한 임종웅(75) 할아버지는 “기름에 튀길 때 더운 것 빼고는 괜찮다. 맛있게만 먹어주면 좋겠다”며 과정의 어려움보다는 손주가 ダ斂 먹어줄지를 먼저 걱정했다.
참가자들이 저마다 초대 손님에 맞추다 보니 요리대회 메뉴도 된장국부터 쇠고기새송이버섯구이, 가을근채된장덮밥, 새우라이스페이퍼롤까지 다양했다. 어르신들은 자신의 요리를 대접하고 싶은 손님으로 주로 ‘아내’를 꼽았다. “40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상을 차려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꼈다”는 진재원(69) 할아버지는 그 마음을 ‘김치말이닭고기’에 담아냈다. 정태을(72) 할아버지는 “내가 만든 요리를 먹으면서 옛날 연애하던 시절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어르신들의 요리가 완성될 때쯤 초대받은 가족, 친구들이 도착해 함께 요리를 즐겼다. 정복환 할아버지의 ‘대하잣즙무침’을 맛본 아내 이승희(60) 씨는 “남편이 만든 요리는 처음 먹어보는데, 맛있다”고 평했다. 접시에 할아버지가 만든 치즈돈가스를 한가득 담은 이하음(11)은 “밖에서 파는 돈가스보다 훨씬 맛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양천구는 앞으로 요리대회를 정례화할 방침이다.
윤지혜 기자 wisdom@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윤지혜 기자 wisdom@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