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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제 철거 그만’…“중앙정부 법제화 필요”

지난달 29일 '정비사업 강제 철거 예방 종합대책' 발표

등록 : 2016-10-06 14:19 수정 : 2016-10-0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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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현장에서 용역업체 직원들과 시민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9일 재개발 등 정비사업 과정에서 시민이 삶터와 일터를 잃고 거리로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재개발 현장에서 충분한 협의 없이 시민을 길거리로 내모는 강제 철거가 서울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29일 ‘충분한 사전협의 없는 강제 퇴거’와 ‘강제 퇴거 과정에서의 불법행위’를 예방하고자 ‘정비사업 강제 철거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충분한 협의 없는 강제 철거 단속

서울시는 2009년 강제 철거로 생긴 용산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2013년 세입자 이주 대책과 사전협의 절차 등을 도입했다. 이번 종합대책은 조합을 주체로 한 사전협의체가 실질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것 등을 보완한 내용이다. 사전협의체는 조합과 가옥주, 세입자, 공무원 등 5명 이상으로 구성하고, 세입자가 자발적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최소 5회 이상 대화를 거치도록 한 제도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설명회에서 “사람은 결코 철거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강제 퇴거는 편의가 아니라 최종 수단이 되어야 한다”며, 재개발사업 과정에서 사람과 인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비사업에서 시민보호·인권보호에 관한 서울선언’도 발표했다.

 종합대책의 핵심은 ‘주민의견을 반영한 정비구역 지정 요건 강화’, ‘충분한 협의를 위한 사전협의체 보완’, ‘강제 퇴거 시 불법행위 금지’ 등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정비사업구역 지정 단계에서 지역의 노후도뿐 아니라 주민 동의 현황 및 세입자 의견조사 등의 지정 요건을 강화했다. 둘째,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도록 사전협의체 운영 시점을 사업 실행 이후 ‘관리처분 인가’에서 보상금액이 확정되기 전 ‘사업 실행 인가’로 앞당겼다. 또한, 조례 개정으로 사전협의체 구성 주체를 기존 조합에서 자치구청장으로 변경해 공정성을 더한다. 셋째, 이주와 철거가 이뤄지는 ‘집행 단계’에서 공공의 사전 모니터링과 현장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특히, 집행관이 아닌 조합 측 고용인력의 폭력 등 불법행위를 단속하고 위법 행위가 있을 경우 고발 조처할 계획이다. 또한, 서울시는 현재 이주 단계에 접어든 서울 시내 45곳에 대해선 강제 철거가 일어나지 않도록 갈등 조정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전협의체 등 법적 근거 마련 필요

 시민들은 인권을 강조한 이번 서울시의 종합대책을 반기면서도, 중앙정부 차원의 법 제도화와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현재 이주 단계에 접어든 녹번 1-2구역의 주민 심정순(47) 씨는 “이번 종합대책이 우리처럼 이주 단계에 접어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하지만 초기 단계의 정비구역 시민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방침이 아닌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지역 주민 이강령(69) 씨는 “보상금액도 모르는 시점에서 동의해야 하는 현재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감정평가액이 산출된 시점에서 주민투표로 정비구역 철회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거재생을 담당하고 있는 한 공무원은 “반복되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법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철거와 이주 시점의 땅값과 감정평가액 차이가 갈등을 조장한다”며 감정평가 시스템의 보완도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강제 철거 예방을 위한 조례 개정 등 자체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사전협의체 법적 근거 마련, 상가세입자 손실보상제도 보완, 인도적인 법적 퇴거 등의 제도 개선을 위해 중앙정부, 국회, 대법원, 경찰 등과 적극적으로 협의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정엽 기자 pkjy@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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