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화음으로 하나 될 때 큰 보람 느껴요”

포천 세계합창페스티벌 대상 받은 마포구립합창단 김진수 지휘자·박현정 회장

등록 : 2022-09-15 16:16

크게 작게

지난 2일 마포구 염리동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난 마포구립합창단 김진수 지휘자(왼쪽)와 박현정 회장이 지난 7월 열린 포천 세계합창페스티벌&경연대회에서 받은 대상 트로피와 상금액이 적힌 알림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2016년부터 김 지휘자와 호흡 맞춰

국내외에서 대상 3회, 금상 1회 수상

단원 대부분 ‘열정 넘치는’ 전업주부

“프로도 이길 수 있는 장르가 합창”

“합창올림픽에서 대상을 받아 국내 최고 아마추어 합창단으로 인정받았죠.”

마포구립합창단의 지휘를 맡은 김진수(51) 지휘자는 지난 2일 마포구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오랜 시간 동안 단원들과 함께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어서 기쁘다”며 “마포구와 마포문화재단의 꾸준한 지원이 없었다면 이런 성과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마포구립합창단은 지난 7월28일 포천반월아트홀에서 열린 포천 세계합창페스티벌&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올해 처음 열린 이 대회는 포천문화재단과 아시아태평양 국제합창연합회가 주최하고 포천시가 후원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합창경연대회다. 그런 만큼 대상 상금도 국내 아마추어 합창대회 최고액인 2천만원이나 된다.


이번 대회에는 일반합창, 시니어합창, 장애·다문화합창, 어린이합창 등 4개 부문에서 전세계 48개 팀이 참가했다. 마포구립합창단은 전국 성인 아마추어합창단 12개 팀이 참가한 일반합창 부문에서 루마니아 출생 헝가리 작곡가 죈죄시 레벤테가 작곡한 ‘주를 찬미하라’와 경상도 민요 ‘뱃노래’(오병희 편곡)를 연주했다. 최고 난도의 무반주 여성합창곡을 섬세한 화음과 함께 역동감 있게 연주해 일반합창 부문 금메달을 받았고, 4개 부문 금메달 팀을 포함해 8개 팀이 겨룬 결선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번 대회 참가팀 중에는 단원 90%가 음악 전공자로 이뤄진 팀도 있었죠. 마포구립합창단은 음악 전공자가 가장 적은 3명으로 대상을 차지한 데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포천 세계합창페스티벌&경연대회는 시립합창단원처럼 합창단에 소속돼 정기적으로 급여를 받는 사람은 참가할 수 없다. 하지만 솔로로 활동하는 음악 전문가는 합창단원으로 참가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2년 이상 연습하기조차 힘들었던 활동 공백기를 이겨내고 좋은 성적을 거뒀죠.” 이날 김 지휘자와 함께 만난 박현정(50) 마포구립합창단 회장은 “코로나19로 연습할 수 없는 어려운 시기에도 한 명의 이탈자 없이 꾸준히 공부하고 온라인으로 연습한 결과 좋은 성과를 얻게 돼 기쁘다”며 “모두 하나가 돼 이룬 결과”라고 했다.

마포구립합창단은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3시간씩 연습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2년 동안 거의 대면 연습을 할 수 없었다. 이 기간에 온라인 개별 강의와 동영상을 활용한 연습으로 부족한 부분을 꾸준히 메웠다. 제대로 연습한 기간은 4월부터 대회 직전까지 석 달 남짓 된다. 박 회장은 “모이는 것 자체가 힘들었지만 짧은 기간 동안 집중력을 높여 최선을 다해 연습했다”며 “함께 마음을 모아준 단원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마포구립합창단은 1972년 마포구 어머니합창단으로 시작해 2003년 현재 명칭으로 바꿨다. 5년 뒤인 2008년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열린 제5회 세계합창경연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은상을 받으며 존재를 과시했다. 현재 단원은 총 26명, 단원들 연령은 38살부터 55살까지로 다른 일반부 합창단과 비교해 젊은 편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지휘과를 졸업한 김 지휘자가 2013년 처음 지휘봉을 잡은 곳이 마포구립합창단이다. 김 지휘자는 9년 동안 마포구립합창단을 이끌면서 여러 대회에 참가해 대상 3회, 금상 1회, 지휘자상 1회를 수상하는 성과를 일궜다. 김 지휘자가 지휘봉을 잡은 이후 마포구립합창단은 2016년 제20회 전국합창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고, 2017년 제13회 부산국제합창제 클래식 동성 부문에서 은상을 받았다. 2019년에는 경사가 겹쳤다. 7월 제4회 광주 전국여성합창경연대회에 참가해 금상과 지휘자상, 9월 제16회 거제전국합창경연대회에서 대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받았다. 마포구립합창단은 2016년 지휘자 국제교류프로그램(ICEP)에 참가해 젊고 유망한 지휘자 패트릭 듀프레 퀴글리의 지휘 아래 훌륭한 연주를 선보여 호평받기도 했다.

마포구립합창단은 앞으로 계속 다양한 합창대회에 참가할 계획이다. “합창은 프로들이 모인다고 잘할 수 있는 게 아니죠. 프로를 이길 수 있는 장르가 합창입니다.” 김 지휘자는 “단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대회에 참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마포구립합창단원 대부분은 전업주부다. “주부로 느끼는 행복감도 있지만 노래를 부르는 성취감이 크죠.” 고교 시절 합창단원이었던 박 회장은 “마포구립합창단원이 돼 첫 연습을 하던 날, 눈물이 핑 돌 만큼 늘 합창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며 “화음이 잘 맞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마포구립합창단은 그동안 열두 차례 정기연주회와 찾아가는 음악회를 비롯해 연 10여 회의 크고 작은 공연을 꾸준히 하고 있다. 또한 각종 대회 참가와 초청 공연 등으로 마포구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김 지휘자와 박 회장은 “내년에도 합창대회에 나가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