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야, 놀자

먹을거리도, 놀이 기회도 공평하게

등록 : 2016-08-0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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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먹을거리를 나눠 줄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공평함이다. 박찬희 제공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먹을거리 역시 늘어난다. 엄마나 할머니는 아이들이 갈증이나 허기를 느낄 때쯤 빵이나 음료수 또는 과일을 준비해 나온다.

“얘들아, 빵 먹자!”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외치면 아이들은 놀이를 멈추고 순식간에 우르르 모여든다. 이때 모인 아이들에게 먹을거리가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만약 한 아이라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이처럼 난감한 일이 따로 없다. 예상보다 아이들이 많이 오거나 먹을거리가 떨어진 뒤에 오는 아이가 있을 때가 그렇다. “저 먹을 것은 없어요?” 하며 아쉽고 서운한 표정을 짓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차라리 가지고 오지 말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이때는 다시 집으로 들어가 더 가지고 나오든지, 가게에서 뭔가를 사 오든지 해야 한다.

잘 모르는 아이가 왔을 때는 어떻게 할까? 당연히 아는 아이와 마찬가지로 골고루 나눠 줘야 한다. 아이들은 어른과 달라서 비록 먹을거리를 주는 어른이 누군지 몰라도 먹을 것을 본 이상 먹을 권리가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어떤 아이는 먹을 것을 보고 오기는 했지만, 낯선 얼굴들이어서 달라고 못하고 주위에서 어정쩡하게 서 있곤 한다. 이때는 그 아이에게 먼저 “같이 먹자”며 손을 내밀어야 한다. 먹을거리를 손에 쥔 아이 얼굴이 환해진다. 먹고 싶은 걸 먹어서, 또 소외되지 않고 다른 아이들과 동등하게 대접받았다는 느낌을 받아서가 아닐까?

먹을거리를 나눠 줄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공평함이다. 모든 아이에게 하나를 주기로 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누구는 두 개 받고 누구는 한 개 받으면 당장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쟤는 두 갠데, 왜 나는 한 개예요!”

골고루 돌아가도록 애써야 하는 건 단지 먹을거리에 그치지 않는다. 놀이할 때도 마찬가지다. 하루에 한 번은 아이들이 그네를 밀어 달라고 하거나 시소를 같이 타자고 한다. 하늘로 솟구치는 스릴을 느끼기 위해서, 순식간에 튀어 오르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는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소나 그네를 탈 때는 타기 전에 미리 약속한다.


“스무 번씩! 오케이?”

이 말이 끝나면 아이들은 “나 일 번!” “나는 이 번!” “나는 삼 번.” 이런 식으로 알아서 순서를 정해 기다린다. 때에 따라서는 시소를 타면서 “한 번 두 번” 하며 아이들이 잘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외치기도 한다. 약속한 횟수대로 시소를 타다 다리에 힘이 쭉 빠져도 맘대로 멈출 수 없다. 아이들이 모두 탈 때까지는 견뎌야 한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달리 체면치레를 하지 않는다. 먹을 게 보이면 먹고 싶어 하고, 친구가 하나를 받으면 나도 하나를 받아야 한다. 어른들이 바라는 양보심과 이해심은 이런 욕구가 인정되고 채워진 다음에 생기는 게 아닌가 싶다.

글 사진 박찬희 자유기고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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