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선생님은 ‘을’이 아니다

학기초 어린이집 교사와 신뢰 쌓기 어떻게?

등록 : 2016-03-31 14:53 수정 : 2016-03-3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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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유치원에서 5살 반 담임을 맡고 있는 송아무개(26) 교사는 며칠 전 학부모와 나눈 전화 통화가 계속 마음에 걸린다.

점심 반찬으로 나온 김치가 발단이었다. 아이들이 먹기 좋게 한 차례 씻어 나온 김치여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맛있게 먹었는데, 한 아이가 유독 머뭇거렸다. 학기 초에는 편식 지도보다 원 생활 적응이 우선이라 송 교사는 “먹고 싶지 않으면 안 먹어도 돼”라고 아이를 다독였는데, 문제는 하원 뒤에 일어났다. 아이가 집에 가서 엄마에게 “김치가 매웠는데 선생님이 먹으라고 해서 먹었다”고 전한 것. 전화로 아이의 엄마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했지만 학부모는 “그런데 우리 애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요? 거짓말 같은 거 못 하는 아이인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의심을 풀지 못하는 듯했다.

학기 초 학부모와 신뢰관계가 어긋나면 일 년 내내 고생이란 사실을 알기에 송 교사의 고민이 더욱 깊다.

3월은 교사가 아이들과 신뢰를 쌓아가는 시기다. 특히 영유아를 돌보는 보육교사는 아이뿐 아니라 학부모와의 관계 형성도 중요한데, 관계는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좋아지지 않는다.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교사와 학부모가 손을 맞잡고 협력해야 하는 까닭이다.


어린이집 시간을 지켜주세요

어린이집에도 엄연히 시간표가 있고 그 계획에 따라 운영된다. 그런데 불규칙하게 등원하는 아이가 있다면 간식이나 바깥놀이 등 어린이집 활동에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간혹 예기치 못한 일로 등원이 늦어질 수는 있지만, 부모의 필요나 불규칙한 생활습관으로 등원이 들쭉날쭉한 경우는 피해야 한다.

부모 스스로 어린이집 시간을 지키며 규칙과 약속을 준수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더욱이 어린이집에 처음 적응하는 시기라면 등·하원 시간은 철저히 지키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등원은 아이 스스로 하루 일과를 예상할 수 있게 하고, 아울러 어린이집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게 만든다. 특별한 사정으로 등·하원 시간이 바뀔 때는 미리 담임교사에게 알려주자.

생활수첩으로 소통해요

교사들이 겪는 고충 중 하나는 퇴근 후 학부모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다. 밤늦게까지 울리는 메신저 알림은 보육교사들의 ‘저녁 있는 삶’을 방해하는 주범이다.

교사에게 상의하거나 물어볼 것이 있다면, 어린이집 생활수첩을 활용하자. 어린이집에서는 날마다 특이한 에피소드나 전달사항을 수첩에 적어 보낸다. 부모도 아이의 가정생활이나 걱정되는 점 등을 적어 보낼 수 있다. 수첩에 소소한 내용을 적으면 유난스러워 보일까 걱정하는 학부모도 있는데, 가능한 한 부모의 생각은 교사에게 전달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음식 관련해서 “밥양을 늘려주세요” “과일은 먹기 어려워하니 억지로 먹이지 마세요” 등을 적어 보내면 된다. 수첩을 본 선생님은 자연스레 아이의 일상에 좀 더 신경을 쓰고 관심을 갖고 살펴보게 된다. 생활수첩은 어린이집과 가정을 이어주는 중요한 소통창구다.

교사는 자신을 신뢰해주는 부모의 아이와 더 편한 관계를 형성한다. 왜 그랬는지 이유를 사사건건 따지는 부모의 아이에게는 방어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이 ‘양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도 아닐뿐더러 학부모와 교사도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다. 아이의 인생이 올곧게 항해할 수 있도록 돕는 공동체로서 보육교사에 대한 신뢰가 필요한 때다.

윤지혜 기자 wisdo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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