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기, ‘강점’을 찾아 자신감 회복하는 것 중요”

고현숙 코칭경영원 대표코치의 ‘코로나 극복 코칭 비법’

등록 : 2021-02-04 14:51 수정 : 2021-02-0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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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칭1세대이자 ICF 마스터코치

“한국인은 혼나면서 자라 자존감 낮고

주인의식 뜻하는 몰입도도 낮은 수준”

코로나 상황까지 덮쳐 우울증 높아져


진단 등을 통해 개개인 강점 파악한 뒤

그 강점으로 잘할 일 찾는 것이 중요

재택근무 때 ‘재량권 향상’ 코칭도 필요


강점 발견 땐 ‘위기 속 나아가기’ 가능

고현숙 코칭경영원 대표코치가 1월29일 논현동 코칭경영원에서 직원들의 강점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오늘 집중할 나의 강점’ 게시판 앞에서 강점 코칭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어려워진 상황일수록 자신의 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 1월29일 고현숙 코칭경영원 대표코치가 한겨레 <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코로나 시대 코칭의 핵심’이다. 서울 논현동 코칭경영원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올해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을 ‘코칭적 방법으로 극복하는 방안’을 찾아보기 위해 마련됐다.

코칭은 2000년 전후 국내에 소개된 이후 지속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 무엇보다 코칭은 밀레니얼세대와 제트(Z)세대가 많아지는 현실 상황에 맞는 리더십이며, ‘미래지향적’ 소통·대화 방법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미국에서 체계화되기 시작한 코칭은 상대방에게 지시하지 않으며, 상대방 얘기를 깊이 경청한 뒤 의식을 넓히는 질문을 통해 상대방 스스로 해법을 찾아내게 한다.

국민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이기도 한 고현숙 대표코치는 2000년대 초부터 코칭을 배우고 전파해온 코칭 1세대다. 현재 국제코칭연맹(ICF) 마스터코치(MCC)이면서, 미국 갤럽의 강점 코칭 고급과정을 이수한 강점 코치이다. 강점 코칭은 한 개인이 가진 약점을 보완하기보다는 가장 큰 잠재력(강점)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발전하도록 돕는 코칭이다.

“우리는 너무 혼나면서 자랐습니다. 자기 강점을 모를 뿐 아니라 실제보다 자신감도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자신감이 없으면 대인관계도 잘 못 풀어가고, 우울감을 심하게 느끼기도 합니다.”

현재 전세계를 뒤덮은 코로나 팬데믹은 가정 내에서 이루어졌던 ‘혼나면서 자라는 분위기’를, 전세계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듯하다. 최근 신문 사회면 등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인 ‘코로나 블루’라는 단어를 빈번히 보게 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상황일수록 자신감 같은 긍정 정서가 필요합니다. 유대인들의 경우 힘든 상황 속에서 지켜온 ‘후츠파 정신’이 유명한데요, 자신감의 끝판왕 같은 것입니다.”

후츠파는 히브리어로 무례·뻔뻔함이라는 의미와 함께 용기와 도전이라는 의미도 함께 담은 말이다. 많은 심리학자가 성공한 스타트업 기업가 중에서 유대인이 많은 이유 중 하나로 후츠파 정신을 꼽기도 한다. 상당수 유대인 창업가들이 기업을 시작할 때 부닥칠 수 있는 여러 어려움을 ‘뻔뻔하게까지 보일 수 있는 용기’를 통해 극복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고현숙 코칭경영원 대표코치 겸 국민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지난 1월29일 논현동 코칭경영원에서 자신이 번역한 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고 교수는 유대인의 후츠파 정신은 장점을 중시하는 이스라엘 교육방식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유대인 교육에서는 약점이 아니라 강점을 알아주고 이 강점을 키우는 데 집중합니다. 험담하는 건 금기시하죠. 공동체를 파괴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강점 중심으로 키워지니 자신감이 생기면서 후츠파 정신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고 교수는 지금 코로나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국민도 후츠파 정신을 키워가는 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유대인의 교육에서처럼 개인이 가진 강점을 찾는 것이다. 이에 따라고 교수는 직장 상사나 가정의 부모가 갤럽의 강점 진단 등을 통해 부하 직원이나 자녀의 강점을 파악한 뒤 그 강점을 북돋워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렇게 강점을 중심으로 코칭을 하면 자신감을 갖게 되고, 이에 따라 “남들과 비교하기 위한 성과가 아니라 본인의 열정을 발휘한 결과로서 성과를 내게 된다”고 말한다.

고 교수는 또 현재 약점처럼 보이는 사회적 제도를 강점으로 바꾸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최근 크게 늘어난 재택근무와 재택학습에도 주목한다. 코로나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늘어난 측면이 큰 재택근무와 재택학습이지만, 이를 재량권과 자율성을 키워나가게 할 절호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고 교수는 재량권과 자율성을 잘 키워가면 기업과 가정에서 일·공부와 관련한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몰입도가 높아지면 주인의식을 갖고 기쁘게 일과 공부를 해나가면서 궁극적으로 성과도 높인다고 한다.

“몰입도는 일하는 사람에게 성취감을 주고 성과를 내게 합니다. 하지만, 직장인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몰입도가 15% 수준에 그치고 있고, 우리나라도 17% 정도입니다. 33%인 미국에 비하면 낮은 편입니다. 이 몰입도만 높여도 신나게 일하면서 성과도 더 낼 수 있습니다.”

고 교수는 우리나라 직장인의 몰입도, 즉 일에 대한 주인의식이 낮은 이유에 대해 “재량권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상사가 일일이 이것저것을 지시하는 상황에서는 ‘이것은 내 일’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재택근무는 이런 재량권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직장 상사들이 이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상사는 부하 직원을 믿지 못하고 시도 때도 없이 카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업무 지시를 하고, 조금만 답변이 늦어도 ‘다른 일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일의 내용에 대한 사소한 것까지 관여하다보니 직원들은 그 일을 ‘내 작품’이라고 여기지 않게 된다. 회사에서 얼굴을 보고 지시하는 것과 달리 SNS상의 업무 지시는 감정 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탓에 부하 직원이 느끼는 일방성은 더욱 강해진다.

고 교수는 부하 직원의 재택근무 상황에서 상사가 코칭적 접근법을 사용하면 이런 부작용을 차단하면서 부하 직원이 재량권을 키워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때의 코칭적 대화는 △ 부하 직원이 해야 할 목표를 명확히 하고, △ 그 직원의 강점을 환기해주며, △ 부하 직원의 상황과 생각을 적극적으로 경청해주면서 △ 스스로 생각하도록 질문하고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고 교수는 이런 코칭적 방법이 지속되면 부하 직원의 몰입도가 높아지면서 생산성도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온라인 수업이 확대돼 집에서 학습하는 자녀가 있는 경우에도 부모가 이런 코칭적 대화법을 활용할 것을 권한다. 그렇게 하면 공부와 관련한 자녀의 재량권과 자율성이 높아지면서 성적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고 교수는 “지금과 같이 굉장히 크게 변화하는 시기에는 기존의 성공 문법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위기의 시대에는 그런 ‘돌연변이’의 성공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 새로운 성공문법의 하나를 ‘강점 코칭’이라고 본다. 이에 따라 “코칭경영원에서는 강점 코칭 확산을 국민의 행복감을 높이기 위한 운동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 교수는 이와 관련해 영국 출신 긍정심리학자이며 코치인 로버트 비스워스 디너(49)의 말을 인용하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약점을 보완하는 것은 배에 난 구멍을 고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배의 구멍을 막았다고 해서 배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이에 반해 강점은 추진력입니다. 강점을 더욱 발전시킬 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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