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머컬쳐로 느리게 살기

3차원 텃밭 만들기

등록 : 2016-06-02 18:05 수정 : 2016-06-0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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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가 비좁은 도시 텃밭에서 다양한 작물을 알뜰하게 가꾸려면 텃밭을 입체적으로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토양의 표면뿐 아니라 토양 위의 공간도 이용하는 게 방법이다. 넝쿨이 타고 올라가도록 만든 격자 구조물인 넝쿨시렁(트렐리스)을 이용하면 입체 텃밭 만들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넝쿨시렁은 각목, 대나무, 철사, 플라스틱 파이프 등으로 틀을 잡은 후 그물망을 연결하면 쉽게 만들 수 있다.

넝쿨시렁 아래에 호박, 오이, 토마토 등의 넝쿨작물을 심으면 작물이 그물을 타고 올라가 평면이었던 텃밭 공간을 3차원으로 확장할 수 있다.

넝쿨시렁은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 수 있어 원통형, 인디언 텐트형, 격자형 등 텃밭의 여건에 따라 디자인하면 된다.  

격자형 넝쿨시렁을 햇빛을 많이 받는 벽면에 설치하면 벽면 녹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린 커튼’ 구실을 해 여름철 과도한 햇볕으로 집이 더워지는 것은 막는다. 아파트의 발코니 창에 설치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텃밭을 3차원으로 만드는 데는 넝쿨시렁 외에 포대를 이용하기도 한다. 퇴비 섞은 흙을 포대에 넣고 세운 다음, 구멍을 뚫어 작물을 심으면 된다.

포대에는 넝쿨작물뿐 아니라 상추, 쑥갓, 치커리 등 쌈채소를 심어도 된다. 옆으로 심었다고 채소들이 수평으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알아서 굽어 위로 자란다.


포대를 이용하면 ‘녹색 벽’도 만들 수 있다. 시선을 차단해야 할 필요가 있는 곳에 흙을 넣은 포대를 쌓고 이 포대에 고구마줄기를 듬성듬성 꽂아놓는다. 고구마가 무성하게 자라면 포대 위를 모두 덮어 녹색 벽이 만들어진다.  

일본의 한 농장에서는 헌 옷가지를 적당히 재봉해 흙을 넣고, 대나무를 십자로 묶어 고정한 후 작물을 심어 놓은 것을 본 적이 있다. 허수아비 텃밭인 셈이다. 3차원으로 확장할 수 있는 도시 텃밭은 안전한 식량을 얻는 곳이기도 하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체험장이기도 하다.  

임경수 느린삶학교 대표 강사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 퍼머컬처는 지속가능한 생산과 정주 체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호주의 빌 몰리슨이 창안한 방법으로 전 세계의 생태마을과 생태적 지역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들의 지침이 되고 있다. 한겨레는 퍼머컬처를 기반으로 ‘느린삶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8월6일 3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궁금한 점은 전화(02-710-0743) 또는 이메일(tree@hani.co.kr)로 문의 바란다. www.hanih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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