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어르신도 ERP로 경로당 운영”

양천구, AI 기반 회계 자산 시설 통합 관리 시스템 도입

등록 : 2025-07-0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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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운영진이 경로당 모바일 시스템에 정보무늬(QR코드)로 접속하고 있다. 양천구 제공

QR코드 배정해 쉽게 스캔 접속
어르신 여가 프로그램 확인하고
생생한 현장 의견 수집도 가능
국내외 관계자 방문 체험 이어져

양천구(구청장 이기재)가 전국 최초로 156개 모든 관내 경로당에 정보무늬(QR코드) 기반 통합전산시스템(ERP)인 ‘인공지능(AI) 마을살림이(e)’를 도입한다. 경로당 운영을 위해 필요한 종이 영수증, 지출결의서, 각종 보고서 등 수많은 문서를 종이가 아닌 QR코드와 AI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로 관리하게 되면서 고령의 경로당 어르신들이 쉽고 체계적으로 회계·자산·시설 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

구 관계자는 “관내 경로당 운영을 책임진 회장과 총무 평균 연령이 80살이다보니 이용자 현황 등록, 자산·시설 관리, 예산과 비용 정산 등 대부분 업무를 수기로 처리해 그동안 시간과 품이 많이 들었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운영비의 투명한 예산 집행 관리를 위해 디지털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구는 지난해 10개 경로당 시범 운영을 거쳐 올해 3~4월 경로당 운영자 대상 시스템 사용 교육을 해 이달부터 전체 경로당으로 확대하는 단계적 방식으로 추진했다.

키오스크와 스마트테이블이 비치된 신원스마트경로당 내부 모습. 양천구 제공

‘AI 마을살림e’ 시스템은 경로당 운영에 필요한 회계, 자산, 시설 등을 자동으로 관리하는 ERP 기반의 통합전산시스템으로, 경로당마다 QR코드를 배정해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스캔·접속하도록 했다. 경로당 운영비·회비 등 정산과 자산의 내용연수 경과와 시설물 보수, 물품 신청·관리를 할 수 있고, 문화 프로그램 조회와 공지사항, 운영비 사용 내역 등 관리도 디지털 기반으로 할 수 있다.


구 관계자는 “시스템 도입으로 근무시간에 맞춰 매번 전화로 내용연수 경과된 경로당 물품 접수 배급 및 물품 수리를 신청해야 했던 번거로움이 깔끔하게 해결됐다. 언제든 QR코드로 시스템에 접속해 클릭 한 번으로 물품 관련 신청이 가능해졌으며 물품 수리는 해당 물품 종류에 따라 자동으로 애프터서비스로 연계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경로당 자산관리가 훨씬 편리해졌다”고 했다.

ERP 도입으로 종이 영수증 증빙 대신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만 등록하면 운영비 정산이 가능하도록 처리 절차가 크게 간소화됐다.

또 경로당·복지시설에서 운영하는 각종 어르신 여가 프로그램을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확인하고, 시스템에 연계된 만족도 조사로 현장의 생생한 의견까지 수집할 수 있게 됐다.

구는 ‘AI 마을살림e’ 시스템 조기 적응을 위해 경로당 회장과 총무를 대상으로 시스템 활용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노인 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QR매니저’ 20명을 선발해 경로당에 순환 배치했다.

이 시스템은 경로당 이용 편의성과 업무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혁신 모델로 인정받아 2024년 행정안전부 주관 중앙우수제안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양천구는 서울시 약자와의 동행사업 일환으로 2023년 경로당 10곳(새말, 백석, 마장, 신원, 소망, 지양, 남부법마을, 서부, 오금, 목동힐스테이트)을 스마트경로당으로 전환했다. 이어 구는 올해 20곳(구립 10곳, 사립 10곳)을 추가 조성해 스마트경로당 조성사업을 활발하게 펼칠 계획이다.

경로당 모바일 시스템 안내 홍보물. 양천구 제공

스마트경로당에는 스마트건강측정기기, 화상플랫폼 스튜디오, 스마트테이블, 스마트워킹 기기 등이 설치돼 있으며, ‘얼굴인식 아이오티(IoT) 혈압계’ ‘화상플랫폼 여가복지 프로그램’ ‘건강 노래방’ 등 어르신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스마트경로당에 대해 “전북 고창군, 관악구, 노원구, 경기도 남양주시·광주시 등 12곳이 벤치마킹했다”며 “지난해 미국 인디애나대학 엠비에이(MBA·경영전문석사) 과정에 재학 중인 의사 40명이 신원경로당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체험한 데 이어 올해 3월 오스트리아 빈응용과학대학 율리아 달비크 교수가 방문하는 등 국외에서도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기재 구청장은 “초고령화와 디지털 사회로 빠르게 진입 중인 가운데 어르신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다양한 여가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스마트경로당을 지속 확대할 것”이라며 “경로당 운영도 ERP를 활용해 선도적으로 디지털화함으로써 어르신들 삶의 질을 높이는 차별화된 정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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