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일, 지역에 더 많아”

우리동네 예술인 금천구①
싱어송라이터 및 문화기획자 하림

등록 : 2023-04-27 17:14 수정 : 2023-04-2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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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제공

“예술가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은 아니지만 재밌는 일은 더 많은 지역이라고 생각했죠.”

대중에게 뮤지션으로 잘 알려진 하림은 금천구민에게는 더욱 친숙한 예술가 중 한 명이다. 금천구 시흥동에 20년째 거주 중인 그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홍대 앞의 작업실에서 금천구로 옮겼다. 이후 금천구에 있는 옛 군부대 터를 예술을 통해 활성화될 수 있을지 실험하는 ‘도하 프로젝트’를 비롯해 지역과 연계한 프로젝트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북유럽의 예술가들이 자기 거주지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지역의 문화예술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고 한다.

지난 26일에는 자신이 기획부터 대본·연출 등 작품 전반을 맡은 <소녀의 꿈>을 금천구에 있는 금나래아트홀에서 선보였다. 국내 최초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의 생애와 사랑을 다룬 음악공연으로 하림의 스토리텔링에 피아노와 가야금 연주가 어우러져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그는 금나래아트홀에서 올라오는 작품을 꾸준히 지켜보다가 ‘공연하기 괜찮은 곳’이라고 마음을 열었다.

“사람들은 집 근처에 있는 맛집은 잘 가지 않으려 해요. 같은 맥락에서 보면 예술 역시 가까운 공연장에서 하는 작품보다 중앙에서 하는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 동네에는 좋은 공연장이 있으니, 저도 잘 활용하고 싶었어요.”

하림은 나혜석의 이야기를 무대화하기 위해 자료를 찾던 중 나혜석의 아버지가 시흥군수(옛 금천구 일대)였다는 점을 알게 됐다. 100년 전 나혜석이 거닐었을 곳을 관객인 금천구민도 걸었을 테니 실제 공연 때도 “이 동네 이야기예요”라는 말로 시작했다고. “도시의 시간은 끊임없이 부서지고 발전하며 변화하지만 그 시간을 다시 거스를 수 있고 연결할 수 있는 것 역시 문화예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그는 앞으로도 동네의 숨은 이야기를 발굴해볼 예정이다.

“예술가들도 가까운 곳에서 공연하는 것이 편해요. 저 역시 작업실과 공연장이 가까워 관계자와 자주 만나고 재밌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지역주민은 작품을 믿고 공연장에 자주 방문하고, 공공에서는 예술가를 믿으며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할 기회를 준다면 더욱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홍지형 금천문화재단 정책실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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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자치구가 문화의 중심으로 피어나고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를 격주로 찾아간다. 편집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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