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읽기 통한 ‘문학치료’

‘신화, 치유, 인간’

등록 : 2023-03-0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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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인간 치유의 이야기다.”

구비설화 연구자인 신동흔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신작 <신화, 치유, 인간>(아카넷 펴냄)의 핵심 테마다.

저자는 신화를 ‘문학치료학’ 관점으로 접근한다. 인간이 만든 가장 오래된 스토리 중 하나인 신화는 가장 원초적으로 인간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문학이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인간이 만든 제도와 윤리가 이런 인간의 ‘원초적 내면’을 가리게 된다. 신 교수는 이렇게 가려진 원초적 내면을 신화를 통해 드러내어 살펴보면서 치유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리스 신화의 신과 영웅, 북유럽의 토르와 오딘, 인도의 삼주신, 한국의 바리데기 등 전세계 수백 가지 신화는 ‘우리는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또한 신화 속 인물들은 자연재해와 질병, 차별, 아픔, 죽음 등 살면서 겪는 수많은 고난을 마주하고 그것을 헤쳐나간다. 이런 신화 속 영웅들의 모습에서 독자는 온갖 고통과 방황 속에서도 길을 찾는 방법을 배울 것이다.

<신화, 치유, 인간>은 창조 신화, 자연 신화, 영웅 신화, 애정 신화, 생사 신화를 기준으로 다섯 장으로 나뉜다. 이들을 모으면 곧 인간의 일대기를 상징하게 된다. 세상에 태어나(존재의 시원), 세계와 관계를 맺고(세계와 나), 갖가지 한계와 고난을 만나며(한계와 투쟁), 그에 맞서 사랑하고 애정을 나누고(연결과 확장), 하나의 삶을 마무리해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삶과 영원) 이야기는 하나의 완결된 서사를 이룬다.

이렇게 신화를 한 사람의 일대기를 상징하는 존재로 볼 때 우리는 신화에서 △존재(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경쟁(내 안의 무한 다툼을 다스리는 법) △조화(자연과 인간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진화(평범한 나도 영웅이 될 수 있다면) △쟁투(필요하다면 부딪혀 싸워야 한다) △결전(나와의 싸움에서 백전백승할 묘안) △질병(전세계적 코로나19 위기를 타개할 방안) △차별(편견과 억압의 벽을 어떻게 뚫을 것인가) △자기애(내 안에 갇히지 않고 오롯이 사랑하는 자세) △결핍(자신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 △죽음(삶이라는 이야기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상실(사랑하는 이를 보내고도 살아야 하는 이유) △삶(다시 ‘지금 여기’를 살아가야 한다) 등 13개의 깨달음을 얻게 된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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