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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이 몰고온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재일동포 3세 의사인 안 가쓰마사의 책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박소영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은 1995년 1월17일 발생한 한신대지진을 배경으로 이 질문에 답을 던진다.
한신대지진은 효고현 고베시와 오사카 등지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대지진이었다. 모두 6434명이 참혹하게 숨졌다. 그러나 참혹한 상황에 처한 것은 숨진 이들뿐만이 아니다. 4만3천여 명에 이르는 부상자, 20여만 명에 이르는 이재민도 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이재민의 경우 초등학교·중학교 등 공공시설에 마련된 ‘대피소’에 모였지만, 가스와 수도가 모두 끊겨 씻는 것도 어려웠다. 사생활은 쉽게 노출됐다.
이에 따라 부상자뿐만 아니라 이재민 중 상당수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렸다. 또한 많은 이가 조울증을 겪었고 불안과 불면증에 시달렸다. 이 중 PTSD의 경우 트라우마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참사 당시의 참상을 파편적으로 반복해 떠올리게 하면서 피해자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과연 피해자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길은 무엇일까?
당시 고베 대학병원 신경정신과에 근무하던 저자는 대피소를 방문해 이재민들을 챙겼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재난 지역의 진료기록부’라는 제목의 칼럼을 연재했다. <마음의 상처를…>은 그가 당시 1년간 연재한 31편의 글과 이후 3년간 지진 피해가 복구되는 과정에서의 변화를 담았다.
그 기록은 “치료는 일시적인 기술이지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은 기술이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준다. 피해자를 치유하는 힘은 무엇보다 “함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유경근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그 치유의 비결을 이렇게 기술한다.
“도시 전체가 무너진 한신대지진 뒤 안 가쓰마사 선생이 택한 길은 대피소를 직접 찾아가 동고동락하는 것이었다. 이 선택만으로 트라우마를 새로운 공동체의 긍정적 가능성으로 길들이는 데 절반 이상 성공했다. 피해자 곁에서 그 마음을 듣고 공감하고 동행하는 것만큼 좋은 치유는 없기 때문이다.”
최근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지진의 피해자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이태원 참사와 세월호 참사 등 많은 참사의 희생자 모습을 떠올려본다. ‘과연 우리는 그들을 기술이 아닌 마음으로 위로하고 있는 것일까?’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최근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지진의 피해자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이태원 참사와 세월호 참사 등 많은 참사의 희생자 모습을 떠올려본다. ‘과연 우리는 그들을 기술이 아닌 마음으로 위로하고 있는 것일까?’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