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 바꾼 ‘이야기 치유’

‘밀턴 에릭슨의 심리치유 수업’

등록 : 2022-11-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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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을 증상의 원인이 아닌 문제 해결의 원천으로 여긴다.”

‘프로이트, 융을 잇는 정신의학의 숨겨진 거장’인 밀턴 에릭슨(1901~1980)의 특징을 간결하게 요약한 말이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가 무의식을 여러 심리 현상의 원인으로 봤다면, 에릭슨은 무의식은 바뀔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이를 심리치료에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출간된 <밀턴 에릭슨의 심리치유 수업>(시드니 로젠 엮고 해설, 문희경 옮김, 어크로스 펴냄)은 1980년 세상을 떠난 에릭슨이 말년에 진행한 심리치유 수업 등을 모은 책이다. 영문 초판은 1982년 나왔지만, 40년이 지난 지금도 에릭슨을 따르는 ‘에릭소니언’들에게는 크게 참고가 될 심리학의 고전이다.

에릭슨은 생애 동안 두 번이나 소아마비에 걸렸으나 이를 이겨냈으며, 선천적으로 색맹이었고, 난청이었다. 더욱이 난독증까지 있었다. 이런 그가 여러 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뛰어난 관찰력이다. 그는 소아마비에 걸린 뒤 아기였던 여동생이 걸음마를 떼는 과정을 지켜보며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행동과 학습에 관한 지식을 습득한다. 그리고 1년 뒤 에릭슨은 침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런 그이기에 그가 세상을 지각하는 틀은 일반인과 달랐다.

그는 이후 정신과 의사가 된 뒤에도 자기 나름의 독특한 의료 최면과 가족 치료를 진행해 명성을 얻었다. <밀턴 에릭슨…>에는 초기 일대일 면접치유에 집중하던 그가 말년에 진행한 심리치유 수업 내용을 담았다. 에릭슨은 일대일 치유보다는 수업하는 것이 훨씬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비법을 전수할 수 있다고 판단해 수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밀턴 에릭슨…>은 그의 수업 내용을 다시 ‘강력한 동기 부여하기’ ‘내 무의식의 방으로 들어가기’ ‘상대의 무의식 이끌어내기’ ‘마음의 근육 스트레칭하기’ 등 11개의 주제로 재정리했다.

책에 수록된 에릭슨의 수업은 이론 대신 재미와 감동과 교훈을 주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은유로 가득한 에릭슨의 이야기들은 내담자나 치료자의 내면적 무의식을 움직이게 하고, 그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이야기들에는 에릭슨 치료법의 주된 특징인 ‘저항 끌어내기’ ‘더 나쁜 대안 제시하기’ ‘반응을 방해해서 반응 끌어내기’ ‘생각 심어주기’ ‘편차 증폭시키기’ 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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