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광복 75년에 ‘마라톤 특화공원’ 재탄생

중구 손기정체육공원

등록 : 2020-08-13 16:26

‘광복’(光復), 한자어 그대로 뜻을 풀면 ‘빛을 되찾다’라는 의미다. 1945년 8월15일 국권을 회복한 날을 일컫는 말이다. 광복 75주년을 맞은 올해, 새롭게 빛을 찾기 위해 변신한 곳이 있다. 바로 중구 만리동에 있는 ‘손기정체육공원’이다.

손기정체육공원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조선인 최초로 금메달과 동메달을 동시에 안겨준 손기정과 남승룡 선수의 모교 터에 만들어졌다. 일본의 식민지배를 당하면서도 좌절하지 않는 도전정신으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준 두 선수를 기념하기 위해 공원을 조성했다.

그러나 공원 조성 뒤 30년이 흐른 지금까지 축구장이나 독서실 등으로 활용되며 본래 취지와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중구와 서울시가 함께 공원 전면 재단장에 나섰다. 공간 재배치와 신규 시설 구축으로 손기정공원을 마라톤 특화공원이자 역사적 함의를 가진 곳으로 재탄생시켰다.

손기정공원의 중심이 되는 곳은 ‘손기정기념관’(사진)이다. 위치상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아 시설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기념관을 처음 마주했을 때 시선을 사로잡는 건 건물 외관이다. 어린아이 손바닥을 닮은 초록빛 담쟁이넝쿨이 붉은 벽돌 건물을 둘러싸고 있어 독특한 멋과 분위기를 풍긴다. 건물 내부에는 상설 전시실을 두고 손기정 선수의 생애와 업적을 체험하도록 꾸며 놓았다. 손기정 선수가 “내 것이 아닌 민족의 것”이라며 기증한 그리스 청동투구와 금메달 등의 올림픽 우승 부상품도 모형으로 만나볼 수 있다. 지금은 기념관을 리모델링하고 있어 9월부터 방문할 수 있다.

기념관을 나와 뒤편으로 가면 동일한 모습의 벽돌 건물 한 채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손기정문화센터다. 센터 안에는 누구든지 책을 볼 수 있는 공공도서관을 만들어 문화적 즐거움을 이어가도록 했다. 고요한 공간에서 책장을 사그락 넘기며 읽는 맛이 일품이다.

아이들과 함께 왔거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책을 보고 싶다면 언덕 아래로 내려가 ‘손기정어린이도서관’을 찾으면 된다. 이달 초 새롭게 문을 연 어린이 도서관은 이제 막 책을 접하기 시작한 아이들을 위한 ‘북스타트 존’, 놀이처럼 책을 보고 싶은 아이들을 위한 ‘클라이밍 존’, 휠체어를 이용하는 아이들을 위한 전용 좌석까지 함께 어우러지도록 구성했다.

손기정체육공원의 또 다른 매력은 다목적 운동장과 이를 둘러싼 263m 길이 러닝트랙이다. 애초에는 트랙이 좁아 뛰는 사람, 걷는 사람이 한데 섞여 제대로 된 운동을 즐기기 어려웠지만, 새롭게 태어난 러닝트랙은 달리기와 걷기 전용 길을 구분해 넉넉한 보행 공간을 만들었다. 여기에 두 트랙 사이 곳곳에 손기정 선수가 금메달 수상 당시 받았던 월계수 상징목인 대왕참나무를 심어 트랙 간 혼선을 막고 시원한 그늘까지 제공한다.


러닝트랙 북쪽에는 남승룡러닝센터도 새롭게 건립했다. 오는 10월10일 오픈 예정인 러닝센터 1층에는 그간 손기정 선수에게 가려 조명받지 못했던 남승룡 선수와 우리나라 대표 마라톤 영웅들을 기념하는 전시 공간과 카페, 기념품 매장을 조성한다. 지하 1층에는 운동시설 이용자의 편의 증진을 위해 전용 샤워실과 사물함까지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이번 광복절 연휴에는 새롭게 단장한 손기정체육공원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80여 년 전 손기정 선수가 남녀노소를 불문한 모든 사람에게 희망과 긍지를 일깨웠듯이, 이곳 역시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영감과 휴식을 선물할 것이다.

박혜정 중구 홍보전산과 언론팀 주무관

사진 중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