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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에 공공 돌봄 필요성 절감”

서비스 개시 300일 맞은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주진우 원장

등록 : 2020-05-2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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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장애인 돌봄 공백 해소 위해

3월 긴급돌봄지원단 꾸려 방문·입소

재가센터 5곳, 어린이집 2곳 운영중

“공공 돌봄 시스템 안착에 중점 둘 터”

‘언제든 어디서든 믿음직한 동반자‘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슬로건이다. 5월21일 마포구 서울시사회서비스원 교육장 복도에 세워진 홍보 배너 옆에서 주진우 원장이 미소 짓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구로구에서 사는 50대 ㄱ씨는 3살 지능의 발달장애인 20대 아들을 홀로 돌보고 있다. 지난 3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아들을 두고 입원할 수 없어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 구로보건소에서 서울시사회서비스원 긴급돌봄 서비스를 연결해줬다. 직원 3명이 아들과 서울시가 마련한 격리생활시설에 입소해 그를 2주간 돌봤다.

“이번 코로나19 위기 때 공공 돌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보람도 느꼈어요.” 지난 21일 오후 마포구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원장실에서 만난 주진우 원장이 차분하고 단정한 말투로 사례를 전하며 한 말이다. 코로나19로 돌봄 공백뿐만 아니라 요양보호사 등 돌봄 종사자의 일자리 불안도 가중됐다. 주 원장은 “감염병 심각 단계의 시기에 공공 돌봄 기관으로서 민간이 하기 힘든 서비스를 하며 사회서비스원의 역할을 다시금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서울시민에게 돌봄 서비스를 직접 하는 공공기관이다. 좋은 돌봄,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서울시 출연 재단법인으로 출범했다.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에도 참여해 돌봄 종사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고용환경을 개선해 질 좋은 돌봄 서비스 운영 모델을 만들어 확산해가려 한다. 현재 소속 서비스 종사자는 230명이고 모두 월급을 받는 정규직이다. 올해 예산은 364억원으로 대부분 서울시 재정 지원이다.


지난해 7월 말 첫 종합재가센터를 열어 서비스 개시 300일을 맞았다. 장기요양, 노인 돌봄, 장애인 활동지원 등 통합 돌봄 서비스를 하는 종합재가센터는 성동을 시작으로 현재 5곳(은평, 강서, 노원, 마포)에서 운영한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든든 어린이집’은 올해 노원(3월), 서대문(5월)에서 개원했다. 영등포, 중랑, 은평, 강동도 수탁이 확정돼 올 안에 차례로 문을 연다.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사회서비스원의 설립 취지에 맞게 제공한 통합 돌봄 서비스의 사례가 차근차근 쌓이고 있다. 성동종합재가센터는 90㎏이 넘는 최중증 와상 장애인을 두 사람이 한 팀을 이뤄 안정적으로 돌봐준다. 장기요양보험 수가 기준이 일대일 지원이라 활동지원사 교체와 서비스 중단이 빈번해 민간기관에서 센터로 돌봄을 의뢰한 사례다. 지체장애인 아들과 사는 경증치매 어르신 식사 지원을 위한 단시간 다회 방문서비스 제공, 욕창 증세가 심한 저소득 어르신 집을 찾아 방문요양, 방문간호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사례도 있다.

주 원장은 “비용 대비 수익성이 낮은 서비스 등 민간 돌봄 서비스 제공 기관이 꺼리거나 하기 어려운 돌봄 서비스를 해 이용자와 민간기관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했다. 하반기에는 정식으로 만족도 등 종합 평가를 해 향후 사업 진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출범 때 민간 돌봄 서비스 제공 기관의 우려와 노동 단체 등의 기대가 혼재했다. 민간기관은 자신들이 오랫동안 헌신해 만들어온 돌봄 서비스 시장을 공공이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 원장은 민간기관의 불필요한 오해는 많이 풀렸다며 “공공 돌봄의 운영 모델을 만들어 제시하고, 현행 돌봄 서비스의 개선점을 찾아 정책제언을 하면 결국 민간기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 단체, 장애인 단체 등은 공공 돌봄 시스템 중심으로 돌봄 영역이 다시 짜이길 기대했다. 이들은 사회서비스원이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하고, 더 많은 공공 서비스를 해 돌봄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 원장은 “민간이 맡아온 영역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공공이 들어간 것이기에 속도가 생각만큼 확 높아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례를 쌓아가며 신뢰를 만들어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회서비스원의 안정적 운영과 전국적인 확산을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주 원장은 근거 법 마련을 꼽았다. ‘사회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과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률안’이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결국 폐기됐다. 현재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보건복지부 시범사업 지침과 조례(‘서울시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지원 등에 관한 조례’ ‘서울시 출자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조례’)에 기반을 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방 출자출연기관이면서 종합재가센터는 사회복지사업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및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 등 서로 다른 법적 근거로 운영돼 회계 등 상호 충돌하는 부분이 있어 행정력 낭비가 적잖다”며 “21대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이 꼭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초대 원장으로 임기 3년 동안 주 원장은 안정적인 운영 시스템 마련에 힘을 쏟으려 한다. 특히 시급하고 서비스 체감도가 높은 장기요양, 장애인 활동지원, 보육 등의 서비스를 일정 수준으로 올려놓고 싶단다. 그는 “양적인 확장도 중요하지만, 전체 시스템을 만들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데 중점을 두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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