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지방정부 최초로 자체 동선조사팀 꾸려

<서울&> 긴급 설문조사에 나타난 악전고투 2개월의 생각│문석진 서대문구청장

등록 : 2020-04-02 15:41 수정 : 2020-04-0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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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두 달 넘게 ‘코로나19’ 방역 행정의 최일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서울 25개 자치구 구청장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일반 주민들에게 전염병 방역을 통해 자치구의 중요성이 여느 때보다 부각됐다는 점에서 구청장들이 방역 현장에서 느꼈던 생각을 원문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 온라인에서는 축약없이 전재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활동 중인 서대문구 동선조사팀. 서대문구청 제공

서대문구 마스크 나눔 캠페인. 서대문구청 제공

1. 코로나사태를 통해 방역 최일선에서 뛰는 자치구의 중요성이 높아졌습니다. 구청장으로서 가장 위기를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으며, 어떻게 대처했는지요.

지방정부는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보건소를 중심으로 선별진료소를 설치하여 검사 시행, 자가격리자 밀착 관리, 확진자 방문지 방역 작업 등 사후 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합니다. 역학조사관은 확진자의 휴대전화 GPS,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 확인 할 수 있지만 기초지방정부는 그러한 권한이 없습니다.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관이 턱없이 부족하였기에 확진자 동선 파악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지난달 26일에 코로나3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지방정부에서도 적극적인 방역을 펼칠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으나 사후약방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서대문구에서는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함에 따라 역학조사관이 그들의 방문지나 접촉자를 빠르게 확인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2월 26일부터 지방정부 최초로 자체 동선조사팀(6개조 24명)을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확진자 진술을 토대로 현장 탐문, 이동 시뮬레이션, 방문지 CCTV 확인 등으로 조사를 진행합니다. 특히 서대문구가 불법주정차단속, 방범, 공공청사관리, 재난감시 등을 위해 설치한 2495대의 CCTV 녹화화면을 동선 파악에 적극 활용합니다.

이러한 조사를 토대로 원거리에 있는 역학조사관과 실시간 소통체계를 만들어 신속한 판단 후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활동 결과로는 확진자 탑승 차량번호, 방문지 및 접촉자 추가 확인 등을 통하여 이동 동선을 세밀하게 파악했으며, 홈페이지 공개를 통하여 주민 불안 심리를 해소하였습니다.

2. 방역대책을 펴면서 가장 보람찬 순간과 아쉬운 장면을 꼽아주세요.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스크 대란, 5부제 시행 등 마스크가 부족한 상황인데도 기업이나 독지가로부터 많은 양의 마스크와 소독제를 기증받아 어르신 및 임산부 등 취약계층에 무료로 배부 할 수 있었습니다.

일부 개인의 사례이지만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한 방역에 혼선을 초래한 일도 있었습니다. 신천지 신도인 확진자의 거짓 진술로 인하여 방문지 방역이 지연되기도 했었고, 거주지 공개시 집값 하락을 이유로 아파트명 공개에 항의 민원을 제기 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반하는 주말 예배 강행으로 코로나 확산 저지를 위한 국민적 염원을 무시한 사례도 안타깝습니다.

3. 큰 틀에서 앞으로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집단 전염병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서 일선 행정기관에서 보완해야 할 시스템이 있다면? 마스크를 일선 통반장을 통해 일괄 배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지방정부는 오래 전부터 자치분권을 통해 지방에 권한과 책임을 이양해 줄 것을 요청해 온 바 있습니다. 주민의 필요에 따라 가장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건 주민과 가장 밀착해 있는 지방정부 이기 때문입니다. 3월 4일 개정된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이 경찰관서에 확진자 등 위치추적 요청이 가능하도록 개정되었으나, 종전과 비슷한 단계를 거쳐서 보내야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등 실질적 개선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직접 통신사에 의뢰하고, 직접 회신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마스크 통반장 배포 문제는 접근성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마스크 대란’이 일면서 재고 확인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손쉽게 정보를 확인 할 수 있게 되었지만 65세 이상 고령자, 임산부, 중증장애인 등은 일반인처럼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것이 어렵습니다. 누구보다 마스크가 절실한 취약계층이 오히려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현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지방정부의 지역전달체계(통반장 등)를 활용하여 마스크를 직접 전달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취약계층의 감염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며 일부 지방정부에서 시행하여 가능성을 증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각 지방정부에서 개별적으로 마스크를 구입해 나눠주는 기존의 방식은 지역에 따라 지급 대상이 다르고 수량이 제각각으로 형평성 문제가 발생 할 수 있습니다.

중앙과 지방이 협력하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중앙정부에서 마스크 공급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일괄 구매 후 지방정부에 배정하면 대상자 파악 후 직접 배부하는 방식입니다(일반시민-중앙정부, 취약계층(65세 이상·장애인·임산부)-지방정부 무상공급). 또한 지방정부에 마스크 판매 관리 시스템 사용 권한을 부여하면 약국에서 중복 구매하는 것을 차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는 마스크 구매 대기 시간 절약과 약국의 마스크 판매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등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 올 것입니다.

4. 코로나사태로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이 독거 어르신이나 기초 수급자 등 취약계층인 것 같습니다. 각 구청에서 지원책을 펴고 있지만 충분치 않은 듯합니다. 이에 대한 보완책은?

법과 제도에 의한 혜택 범위에서 벗어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의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서대문구에서는 ‘민간 참여를 통해 선진국형 기부문화 정착의 틀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도움이 필요하나 법적요건 미달로 법과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가정을 돕기 위해 2011년 1월부터 ‘100가정 보듬기’ 사업을 전개해 오고 있습니다.

당초 지역사회 내 종교단체나 기업, 개인후원자를 발굴해 한 가정씩 모두 100가정만 보듬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당초 목표를 훨씬 뛰어 넘어 2020년 3월 현재 602호 가정에 총 35억원의 후원금을 연계해 주었고, 그 결과 서대문만의 나눔복지시스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와 같은 연장선에서 전국적으로 추진 중인 재난기본소득 지급과 관련해서도 서대문 지방정부는 정부와 서울시 지급기준에서 제외된 취약계층이 발생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공백을 채울수 있도록 실제 생활상에 대한 우리 구 공무원의 현장 조사를 반영하는 등 투명하고 공정하게 추진하여 실효성 있는 생계지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5.불철주야 최일선 방역전선에서 진두지휘하면서 여러 감회를 느꼈을 줄 압니다. 소회가 있으면 어떤 것이든 써주세요.

지방정부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주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우수한 현장 대응 능력은 확인 되었으나 미흡한 권한으로 인해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의 처분만 기다리는 민낯도 드러났습니다. 코로나19가 지방정부로의 획기적 권한 이양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국가(중앙정부)의 투명한 정보공개로 일선 현장에서 시민들이 불편하지만 혼란 없이 질서를 유지한 것은 우리 사회의 한층 선진화된 시민의식을 체감하며 국민 모두에게 감사드리는 마음입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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