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집 안 수리 그냥 해드립니다”

초점& 지난달 27일 문 연 마포구 ‘그냥해드림센터’ 동행

등록 : 2026-11-0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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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마포구(구청장 유동균)가 문을 연 ‘그냥해드림센터’가 개소 사흘 만에 122건의 접수 실적을 기록하며 주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 30일 마포구 신공덕동의 80대 어르신이 홀로 거주 중인 집 화장실을 마포구청 치수과 직원들이 실리콘으로 보수 작업을 하고 있다.

개소 나흘째인 지난달 30일 서울&이 구청 직원들과 동행해 방문한 신공덕동의 올해 만 여든여덟 살 홀몸 어르신 댁은 손길 한 번만 닿으면 해결될 소소한 고장이 노년의 삶을 얼마나 오랜 기간 괴롭히는지를 보여줬다. 5년 전 수리했던 화장실 실리콘이 다 마모되면서 수돗물이 방구석으로 스며들어 장판 밑이 썩어가던 상황이었다. 구청 직원들이 찾아와 실리콘으로 다시 매끈하게 메워주자 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한 달 전엔 답답해서 제가 직접 발라봤는데 도무지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구청에서 와서 깔끔하게 메워주시니 맨날 물 스며들까 걱정하던 마음이 싹 사라졌습니다.”

같은 날 마포구 염리동 의 한 어르신 거주 아파트에서 안방 문손잡이를 마포구청 치수과 직원들이 수리하고 있다.

이날 구청 직원들이 연이어 찾아간 염리동의 한 아파트 어르신 자택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방문 손잡이를 거꾸로 달아 반시계방향으로 손잡이를 돌려야 문이 열리는 불편을 겪던 상황이었다. 직원들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문손잡이를 뜯고 작동 원리를 파악해 10여 분 만에 바로잡았다. 어르신 혼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이사 온 뒤 2년 동안 참아왔던 일상 속 불편이 베테랑 일꾼들의 손길 아래 순식간에 해결된 순간이었다.

소소한 고장에 갇힌 노년의 일상

혼자 사는 어르신에게 집 안의 작은 고장이나 수리일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전등이 수명을 다해 꺼져도 멀리 사는 자녀들이 올 때까지 어둠 속에서 답답하게 지내야 하기 일쑤다. 동네 전문 기술자를 부르자니 출장비와 인건비만도 큰 금액이라 노령연금 등에 의존해 생활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커다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결국 전등 교체와 고장 수리를 방치한 채 참고 사는 일이 벌어진다.

신공덕동 거주 어르신은 “이젠 나이가 내일모레 아흔이라 몸이 말을 안 들어요. 자식들도 바쁜데 전화해서 이거 갈아달라 하기도 그렇고…. 출장비 부담 때문에 엄두를 못 냈는데, 구청에서 이런 서비스를 해준다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라며 거듭 직원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했다.

빗물펌프장 지키던 베테랑들의 ‘효자손’ 변신

어르신들의 해결사로 나선 이들은 다름 아닌 마포구 치수과 소속 기술직 공무원들이다. 빗물펌프장 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치수과 기술 인력 19명은 이미 2000년부터 20여 년간 동절기마다 관내 취약계층의 가가호호를 방문하며 전기 관련 시설 자원봉사를 해온 베테랑들이다. 지난달 27일 마포구가 ‘그냥해드림센터’의 문을 연 뒤 내년 4월 전담 상근 인력이 정식 채용되기 전까지 현장을 이끌 수리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20년 봉사 노하우를 지닌 치수과 직원들이 나서 순환 지원 근무 형태로 센터의 초기 현장 지원을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

현장을 확인해야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꼭 맞는 부품을 사러 두 번씩 어르신 댁을 왕복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현장 직원은 “어둡게 지내시던 어르신들이 밝아진 전등 아래서 고쳐진 문을 보며 환하게 웃으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미소를 지었다.


소득 제한 없애고 생활 밀착 복지 확대
소소한 고장 구청이 나서니 ‘뚝딱’ 해결


문턱 낮춘 ‘생활밀착형 복지’…어떤 일을 도와주나요?

마포구가 신촌로20길 15에 문을 연 ‘그냥해드림센터’는 “작은 고장도 그냥 편하게 불러달라”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기존 ‘돌봄 에스오에스(SOS) 주거서비스’ 등이 엄격한 소득 제한을 두고 대규모 집수리 위주로 운영됐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구는 65살 이상 마포구 거주 홀몸노인·노인부부·조손가정이라면 소득 제한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크게 넓혔다. 지속적인 지원을 위해 관련 조례까지 제정해 복지 문턱을 파격적으로 낮췄다. 가구당 연 4회, 1회당 5만원 이내(연간 최대 20만원)의 재료비를 구청이 지원해준다. 1회 한도인 5만원을 초과하는 자재는 개인이 구입한 뒤 작업을 요청하면 된다.

센터는 어르신들이 혼자 해결하기 힘든 생활 속 소소한 수리를 지원해준다. 엘이디(LED)등·스위치·콘센트 교체 같은 전기 작업, 문손잡이 수리, 방충망 보수, 화장실·창틀 실리콘 작업 등이 주요 지원 서비스다. 전기·가스 등 법에 따라 면허나 자격이 필요한 공사, 도배와 장판 교체, 배관, 보일러, 가스 수리, 가전제품 수리와 대규모 집수리는 제외된다.

정든 집에서의 노후를 지키는 든든한 울타리

강서구 등 다른 자치구 사례를 벤치마킹해 시작된 이 사업은 주민들의 절실했던 생활 밀착형 수요를 확인한 마포구가 내년 4월부터 센터에 상근 전담 인력 4명(2개 조)을 정식 채용해 운영을 본격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마포구 고용복지지원센터 등에서 운영하는 중장년 집수리 양성과정 수료자들과 연계해 지역 내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거두겠다는 구상이다.

작은 문손잡이 하나, 실리콘 한 줄을 매끄럽게 메우는 손길은 어르신들에게 단순한 수리를 넘어 ‘일상의 온기’를 되찾아주고 있다. 지금은 치수과 기술직 공무원들이 본업 틈틈이 현장을 누비고 있지만, 전담 상근 인력이 채용되고 지역 중장년 집수리 교육 수료자들과 연계되면 ‘노인 복지’와 ‘중장년 일자리’라는 두 토끼를 잡는 모범적인 선순환 모델이 완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냥해드림센터’의 작은 보수 작업이 초고령사회 속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Aging in Place) 지켜주는 든든한 효자손이자 훈훈한 지역사회 울타리로 어떻게 뿌리내릴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글·사진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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