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근육 회복해 삶의 질 높인다

초점& 성동구가 보여준 건강복지의 미래

등록 : 2025-11-13 16:28 수정 : 2025-11-1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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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헬스케어센터에서 서재영 건강운동관리사의 도움을 받아 80대인 조순분 어르신이 스마트 헬스기기로 운동을 하고 있다. 성동구 제공

참가자 신체지표 모두 상승 확인
첨단 기기와 관리사 도움에 성과
성공버스 덕분에 멀리서도 방문
국내는 물론 국외서도 견학 봇물

성동구 사근동 스마트헬스케어센터 1층. 스마트 헬스기기에 앉은 어르신의 팔 근력 수치가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기록된다. “예전엔 이걸 세 번만 해도 힘들었어요. 지금은 스무 번도 거뜬히 해요.”

올해 81살 김성준 어르신은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스마트헬스케어센터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가한 뒤 스스로를 “팔에 생명이 돌아온 사람”이라 표현했다. 팔뿐 아니라 다리 근력도 크게 회복돼 “전엔 3분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8분 코스 운동도 무리 없다”며 웃었다. 그의 신체수행능력(SPPB) 점수는 9점에서 만점인 12점으로 상승했다. SPPB(Short Physical Performance Battery)는 보행속도, 균형 유지, 5회 의자 일어서기 등 세 가지 평가로 노인의 기초 신체기능을 평가하는 국제표준 지표다. 12점 만점 중 10점 이상이면 ‘건강군’으로 분류되는데, 김어르신처럼 점수가 높아지는 것은 노년기 독립적인 일상생활 능력의 회복을 뜻한다.

같은 기간 함께 프로그램에 참가한 80살 조순분 어르신은 더 극적인 사례다. 그는 9월 초 퇴행성 관절염으로 수술을 받은 뒤 한달 만에 복지관에 복귀해 춤과 체조 등 가벼운 운동을 하고 있다. “의사 선생님도 회복이 빠르다고 놀라셨어요. 보통 수술 뒤 석 달 이상 꼼짝 못한다는데, 저는 수술 전 근력 운동을 열심히 한 덕분이라고 믿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일부 개인이 아니라 프로그램 참가자에게 전체적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부터 사근동과 송정동 두 스마트헬스케어센터 정규 프로그램에 참가한 132명의 평균 SPPB 점수는 8.6점에서 10.3점으로 상승했다. 참가자의 58%가 노쇠 전 단계에서 건강군으로 회복됐다. 4m 보행속도는 평균 초당 0.27m 빨라졌고, 5회 의자 일어서기 시간은 3초 이상 단축됐다. 김태경 센터장은 “참가자 가운데 신체기능이 악화된 분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노쇠는 되돌릴 수 있다는 걸 실제 데이터로 입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SPPB 점수가 1점 증가할 때마다 입원 또는 사망 위험이 14% 감소한다는 연구도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스마트헬스케어센터에서 조순분 어르신이 스마트 헬스기기 모니터를 보며 운동을 하고 있다. 성동구 제공

김태경 센터장은 성동구형 모델을 단순한 운동 시설이 아닌 ‘사람 중심 복지 플랫폼’으로 정의했다. 플랫폼 운영의 핵심은 국가공인 건강운동관리사인 서재영씨가 맡고 있다. 서 관리사는 임상·보건 데이터를 바탕으로 운동 처방을 돕는 전문가다.

서 관리사는 매주 56명의 어르신을 8개 반으로 나눠 맞춤 지도한다. 그는 “스마트기계는 무게를 자동 조절해주고, 데이터는 서버로 저장된다”며 “그만큼 시간을 아껴 더 많은 어르신을 지도할 수 있는데 일반 헬스장에서는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 기계는 인공지능이 전자태그(RFID) 카드를 인식해 개인별 맞춤형으로 작동된다.

관리사가 데이터를 해석해 “당신의 근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과정 덕분에 참여 어르신들의 ‘자기효능감’ 점수는 평균 67.6점에서 72.4점으로 상승했다. 김 센터장은 운동이 신체 건강뿐 아니라 “내가 내 몸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가져와 삶의 질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센터는 복지관 회원 관리 시스템과 운동 데이터를 연동해 건강 추적이 가능한 통합 관리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김 센터장은 “이 시스템을 통해 사회복지사들도 건강 데이터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취약계층을 발굴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헬스케어센터는 무료인 만큼 프로그램 참여 경쟁률이 2 대 1을 넘을 정도로 주민들의 인기가 높다. 정규 프로그램을 수료한 뒤에도 성실 참여자에게는 ‘자율운동반’ 이용 기회를 주고 있다. 주민들의 인기를 반영해 성동구(구청장 정원오)는 사근동에 이어 송정동·왕십리도선동·금호동 등 4개 권역으로 센터를 확대 설치하며 ‘권역별 1센터 체계’를 정착시켰다.

흥미롭게도 사근동 센터의 경우 이용자의 약 60%가 사근동 바깥 지역 주민이다. 그만큼 다양한 지역에서 올 수 있는 결정적 계기는 공공기관을 연결하는 ‘성공버스’ 운행이다. 센터 개관 후 공공버스 노선이 신설되면서 어르신들의 이동이 한결 편해졌다.

사근동 스마트헬스케어센터는 지난 1월 문을 연 뒤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국외에서도 견학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고령화 문제를 우리나라보다 앞서 겪은 일본조차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복지 모델은 한국보다 뒤처져 있어 복지 관계자와 대학 연구진이 의외로 많이 방문한다. 또한 보건복지부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방문해 높은 정책적 관심을 받았다.

성동구 사례는 단순한 지역 실험을 넘어 고령사회 대응 모델로서의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보건복지부의 ‘돌봄 통합’ 정책과도 맥이 닿아 있다.

정원오 구청장은 “성동형 스마트헬스케어 모델을 통해 기술과 복지가 결합된 지역돌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오래’ 살아갈 수 있도록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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