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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게 다가온 ‘빅데이터 서울’ “지금 판매된 아·아 숫자도 파악”

서울시, ‘서울혁신’ 주제로 ‘서울빅데이터포럼’ 개최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의 과거-현재-미래 설명

등록 : 2023-12-07 15:20 수정 : 2023-12-0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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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올해말까지 현장 구조요원에게 ‘실시간 혼잡 정보’ 제공”

대형 안전사고 발생 않도록 ‘시스템화’

“도시에 첨단기술 적용 때 디지털 격차↑”

‘데이터 콘퍼런스’ 개최 등 해결책 모색

지난 11월30일과 12월1일 이틀간 진행된 ‘2023 서울빅데이터포럼’에서는 빅데이터가 서울을 어떻게 변모시킬 수 있는지를 짚어봤다. 서울시는 빅데이터 활용 능력을 더욱 높여나가면 ‘현 시간대에 특정 지역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얼마나 팔리고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수마야 벤 다오우 ‘유엔유니버시티센터’ 연구원이 세계 70개 도시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행정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그는 “현재 많은 도시에서 디지털 격차가 오히려 증가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몇 년 뒤에는 여의도에서 지금 이 시각에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얼마나 팔리고 있는지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1일 진행된 ‘2023 서울빅데이터포럼’에 발표자로 나선 이원재 서울시 빅데이터 분석가의 말이다.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 이 분석가는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의 과거-현재-미래를 설명했다. 이 분석가는 그 과정에서 현재 서울시의 계획대로 빅데이터 활용이 이루어지면 ‘서울의 미래’가 크게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5회째를 맞는 ‘서울빅데이터포럼’은 서울시립대와 서울연구원, 서울디지털재단, 서울시가 공동 개최하는 국제 정례 포럼으로 올해는 통계청이 특별 공동 주관 기관으로 참여했다.


지난 11월30일과 12월1일 이틀간 진행된 ‘2023 서울빅데이터포럼’의 주제는 ‘빅데이터로 만드는 서울 혁신 비전’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빅데이터포럼’은 올해도 관련 글로벌 도시 문제 전문가와 선도 도시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공유했다. 특히 챗지피티(GPT)의 자연어 처리 모델을 처음 제시한 논문인 ‘트랜스포머: 어텐션 이즈 올 유 니드’의 공동저자인 일리야 폴로수킨이 기조연사로 참여했다. 인공지능(AI) 기술과 빅데이터 기술 발전을 조명한 폴로수킨의 기조연설에 이어, 2022 미국수리통계학회 ‘피터홀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한 웨이지에 수 교수가 공공기관의 안전한 데이터 활용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또 국내 연사로는 네이버 김유원 대표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과 비전을 발표했다.

발표 뒤 토론에 참여한 다오우 연구원.

이어 총 4개 세션으로 이어졌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행정혁신’이라는 큰 주제로 △전자정부의 역사 △행정서비스에 최신 빅데이터·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는 문제 △스마트도시 구현을 위한 전략 △미래 사회 기술과 윤리 문제까지 다각적으로 논의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둘째 날 오전에 진행된 제3세션 ‘빅데이터와 혁신: 빅데이터와 AI 활용 공공분야의 혁신’이었다. 이 세션에서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data.seoul.go.kr/SeoulRtd) 문제가 다루어졌기 때문이다.

발표자인 이원재 빅데이터분석가는 우선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의 현재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는 서울시 주요 장소에 대해 ‘분야별 실시간 정보’를 모아둔 데이터다. 가령 화면에 뜬 서울시 지도에서 한 지역을 클릭하면 그 지역의 실시간 인구, 도로 소통, 대중교통, 날씨·환경에 대한 정보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이원재 서울시 빅데이터분석가가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의 과거-현재-미래를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에서 지난 4일 저녁 8시30분 현재 여의도를 살펴보자. 당시 여의도 상업지구의 실시간 인구가 6만4천~6만6천 명임을 보여준다. 인구혼잡도는 ‘여유’ ‘보통’ ‘약간 붐빔’ ‘붐빔’의 4단계 중 ‘여유’ 단계였다. 그리고 이날 인구가 가장 많았던 ‘혼잡’ 시간대는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였다. 이때 여의도의 유동인구는 14만5천~15만 명이었다. 도로 소통은 원활했으며, 날씨·환경 현황을 누르자, 실시간 기온과 습도, 바람 정보 등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배치돼 있었다.

이들 정보는 서울시가 여러 개의 데이터 세트를 받아서 제공했다. 가령 서울시가 서울 각 지역의 인구혼잡도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것은 통신 데이터 덕분이다. 각 이동통신 회사로부터 데이터를 넘겨받아 활용하는 덕에 서울시는 실시간 총인구뿐만 아니라, 성별과 연령별 정보까지도 파악해 제공할 수 있다.

‘2023 서울빅데이터포럼’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를 더욱 발전시켜 서울시민의 안전 확보에 대한 기여도를 높일 예정이다. 이 분석가는 “올 12월 말까지는 서울소방재난본부 상황실뿐 아니라 현장에 출동한 구조요원들도 실시간 정보를 제공해서, 현장에서 화재 진압 계획을 세우는 데 활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시스템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분석가는 더 나아가 내년부터는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민간부문이 가진 정보도 다양하게 가져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분석가는 이를 위해 우선 “판매 시점 정보 관리 시스템(POS) 관련 회사나 카드사와 협력해 데이터를 받아서 테스트 중에 있다”며 “이것이 구현되면 여의도에서 지금 이 시각에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얼마나 팔리고 있는지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분석가는 또 “더 많은 민간 정보가 모이게 되면 어떤 카페·레스토랑의 혼잡도뿐만 아니라 병원의 예약 정도, 은행의 대기번호 등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서울의 특정 지점에서 은행이나 병원을 찾을 때 예상 대기시간이나 소요 시간을 측정하는 게 더욱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서울시민의 삶이 더욱 편리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세션에서 발표자로 나선 수마야 벤 다오우 ‘유엔유니버시티센터’ 연구원은 “각 도시가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을 행정에 적용할 때 특히 ‘디지털 격차 심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오우 연구원은 “전세계 70개 도시 사례를 연구한 결과, 각국의 도시들은 사물인터넷(IoT) 등과 결합해 시민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사례가 제일 많았다”면서도 “디지털 격차가 오히려 증가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실 서울시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노력 가운데 하나가 지난 11월24일 열린 ‘빅데이터캠퍼스 콘퍼런스’다. ‘빅데이터캠퍼스 콘퍼런스’는 서울시가 주최한 공모전으로, ‘빅데이터캠퍼스’가 보유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빅데이터캠퍼스는 이를 위해 시민이 접하기 어려운 카드 매출 데이터, 택배 데이터, 대중교통 환승 데이터, 생활인구 및 이동 등의 데이터를 시민에게 개방하고, 다양한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과 각종 분석용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 등 기반인프라를 공개해 시민들이 직접 분석에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지난 9월11일~11월3일 모집을 진행한 ‘제8회 2023 서울시 빅데이터캠퍼스 공모전’에는 모두 74개 팀 217명이 참여했으며, 서면으로 진행된 1차 예선 평가 결과 10개 팀이 선정됐다. 이들 10개 팀이 11월24일 본선을 치른 것이다.

지난 11월24일 마포구 빅데이터캠퍼스에서 열린 ‘빅데이터캠퍼스 콘퍼런스’ 모습. 빅데이터캠퍼스 콘퍼런스는 빅데이터 캠퍼스가 보유한 자료를 바탕으로 일반시민들이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서울특별시장상과 상금 300만원을 받는 ‘대상’은 ‘젠트리피케이션 단계 구분 및 대처 우선순위 지표 제시: 서울시 상권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참여한 ‘데이벳’ 팀에 돌아갔다. 서울시의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기존 젠트리피케이션 위험단계 기준보다 세부적인 분류 기준을 제시한 것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서울특별시장상과 상금 각 100만원을 받는 ‘최우수상’은 도시환경 및 인구 데이터를 활용한 지역별 침수 요인 분석과 대비책 제안을 한 ‘침착맨’조와 서울시 범죄 취약 구역에 따른 안심 귀갓길 안내 및 치안 안전시설효과 분석을 한 ‘잠자는 사자’조, 그리고 거주 취약계층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그린 리모델링 우선 지역 선정 및 활성화 제언을 한 ‘동그리’조에 돌아갔다.

‘데이벳’ 팀의 대표를 맡아 콘퍼런스에 참여한 손지영(대학 4학년)씨는 “우리 동네에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상권 위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공시지가 데이터와 함께 ‘서울시 열린데이터 광장’이 제공하는 음식점 개·폐업 자료, 소매업 매출금액 등의 자료를 이용해 좀더 세분화된 젠트리피케이션 지표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씨는 또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이 있다”며 “보다 많은 서울시민이 자신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이용하고 그 결과를 분석할 수 있다면 서울시민들의 삶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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