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년, 길을 묻다

“도시농업 참여 과정 그 자체가 즐거움…도전 가치 충분”

신중년, 길을 묻다 ⑦ 일 영역 네번째 이야기 - 백혜숙 전 에코11 대표

등록 : 2021-07-2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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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농사 활동하는 ‘도시농업’

신중년에겐 건강관리, 일거리 기회

서울시 2012년부터 육성 정책 추진

2024년 자치구마다 지원센터 갖춰


교육 참가해서 커뮤니티 활동하거나

자격증 취득, 경험 쌓아 소‘ 득 활동’ 나서

‘은퇴 전 경력 접목’ 등 확장성도 높아


지원기관들의 특징 잘 파악해 활용을

8일 오전 송파구 가락몰에 있는 ‘도농상생 맛있는 농장’에서 백혜숙 에코11 전 대표가 방금 딴 싱싱한 가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농장은 서울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옥상 텃밭으로, 어린이·성인 대상 프로그램이 열리기도 했다.

도시민 열에 넷은 ‘귀농·귀촌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0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에서 도시민 응답자의 41.4%가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하지만 막상 실행하려면 고민이 많아진다. 삶의 터전을 옮겨 낯선 곳에서 적응해야 하고 농사일도 만만찮다. 시골로 굳이 가지 않아도 살던 곳 가까이에서 농사짓고 자연에서 꿈꾸는 일을 할 수 있는 길이 있다. 바로 도시농업이다.

도시농업은 다양한 생활공간(옥상, 베란다, 공원, 화단, 주말농장 등)을 활용해 농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2011년 ‘도시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이 제정되고, 서울시는 2012년 도시농업 원년을 선포한 뒤 본격적으로 육성정책을 펼쳤다. 이제는 60여만 명이 여러 공간(202㏊)에서 도시농업을 하고 있다. 서울시민 15명 가운데 1명꼴인 셈이다. 농작물 키우기에서 나무나 화초 재배, 곤충 사육 등으로 영역도 넓어지는 추세다. 자치구의 도시농업지원센터도 5곳(강동·금천·관악·서초·종로구)이 문을 열었다. 2024년엔 25개 자치구에 모두 들어설 예정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도시농업에 관심을 갖고 사회적기업 에코11을 운영했던 백혜숙 전 대표를 찾아 신중년이 도시농업에서 어떻게 길을 찾아가야 하는지 물었다. 그는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 도시농업 프로그램 강사로도 활동해왔다. 지난 8일 송파구 가락몰에 있는 ‘도농상생 맛있는 농장’에서 백 대표를 만났다. 농장은 서울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옥상 텃밭이다. 숲 형태라 ‘먹거리 숲 텃밭’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가 2018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전문위원으로 참여해 조성한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엔 어린이, 성인 대상 교육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진행됐다.

그는 “도시농업에 관심이 있다면 먼저 도시농업을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건강을 챙기고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소일거리로 할 건지, 소득 활동으로 할 건지부터 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생활비를 벌겠다는 생각으로 무턱대고 시작하면 실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건강관리와 소일거리로 하고 싶다면 이웃이나 교육 수강생 등과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서울시의 도시농업공동체 지원사업도 활용할 수 있다. 5가구 이상이 모여 텃밭 조성(100㎡ 이상), 곤충 사육(500~1만5천 마리), 양봉(봉군 5통 이상) 등의 운영관리계획을 마련하면 된다. 텃밭엔 상자 텃밭도 포함되고, 소유·임대 모두 지원 대상이다. 자치구에 참여 신청을 하고 공동체로 등록되면 영농자재, 서적 구매 등 경비지원(80만~200만원)을 받는다.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자치구 20곳에서 등록한 공동체는 80여 곳이다.

적정한 소득을 얻고 싶다면 자신에게 맞는 도시농업 관련 일자리를 살펴보고 필요한 자격을 갖추는 것이 좋다. 도시농업관리사는 2017년 개정된 도시농업법에 따라 신설된 국가 자격증이다. 도시농업 관련 교육과 기술을 보급하고 관련 시설관리 등을 맡는다. 주말농장과 자치구 텃밭 등을 관리하고 학교 텃밭 운영, 교육기관과 체험활동의 강사로도 뛸 수 있다.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을 갖추려면 도시농업 관련 기능사 이상의 국가기술 자격증을 따고,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도시농업 전문 인력 양성기관(각 지역 도시농업네트워크, 농업기술센터)에서 도시농업 전문과정 80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도시농업 관련 국가기술 자격이란 농화학·원예·유기농업·종자 등 9개 분야에서 기능사 이상에 해당하는 자격을 말한다.

도시농업을 통한 치유와 힐링에 관심이 있다면 반려식물관리사, 치유농업사 등도 있다. 그는 “자격증을 따더라도 경제활동으로 이어지는 데 2~3년의 세월이 걸린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턴 등 현장 경험을 쌓으며 역량을 키워야 실제 소득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농업 교육과정에 참여해 목표를 정하고 진행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교육정보는 서울시 도시농업포털(cityfarmer.seoul.go.kr),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도시농업 종합정보서비스 ‘모두가 도시농부’(modunong.or.kr) 등에서 볼 수 있다. 텃밭보급소, 서울도시농업네트워크 등의 민간단체에서 도시농부 교육과정을 수강하고 활동할 수도 있다.

도시농업 교육, 도시 텃밭 가꾸기, 관련 자격증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관이 여럿 있다. 서울도시농업 포털은 교육정보를 제공하고, 농업기술센터(agro.seoul.go.kr)에선 도시농업인 지원, 기술과 연구, 새로운 트렌드를 알 수 있다. 농업기술센터의 귀농·귀촌 프로그램에서는 농기계 다루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농촌에서 한 달 살기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농촌진흥청(rda.go.kr)에는 학교 텃밭, 치유농업 정보가 잘 나와 있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모두가 도시농부’에서는 도시농업에 대한 종합정보를 볼 수 있다.

이밖에 민간단체(서울도시농업네트워크, 텃밭보급소 등) 프로그램에선 전통농업, 토종씨앗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는 “자연으로부터 멀어져 지치고 힘든 삶을 치유하고 나를 돌아보며 제2의 인생을 새로 살고 싶을 때, 민간단체의 맞춤형 프로그램을 들으면 도움이 된다”고 했다.

“도시농업은 은퇴 전의 경력을 접목할 수 있는 확장성이 큰 분야”라고 그는 말했다. 그간의 경력을 접목해 일거리나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예컨대 정보기술(IT) 기업에 근무했던 사람의 경우, 도시 텃밭과 각각의 농산물을 볼 수 있고 직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사회적기업으로 운영하는 일을 할 수 있다. 흙, 종자, 물(빗물 활용, 물순환), 병충해, 수확, 판매(도농장터), 요리(마을부엌), 교육 등 관련 분야가 넓다.

실제 상자 텃밭 가꾸기에 참여해 지렁이 퇴비 만들기를 경험한 뒤 지렁이 분변토를 만드는 회사를 차린 사람도 있다. 텃밭 가꿀 때 화분에 분변토가 들어간 흙을 사용하면 잘 자라, 원예상에서 꾸준히 팔리고 있다. 지역 환경실천단에 참여해 활동하다 커피 찌꺼기로 퇴비 만드는 방법을 배워 주민자치센터에서 강의하는 이도 있다.

그 역시 현장에서 이런 확장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대학에서 농업, 대학원에서 유아 교육을 전공한 그는 한국베이비시터협회를 운영하면서 영유아 교육에서 자연과 가까워지는 보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는 “아이들의 정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텃밭 놀이 프로그램, 학교 텃밭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개발했다”고 말했다.

텃밭 가꾸기를 하며 냄새나지 않는 퇴비를 찾다가 커피 찌꺼기 퇴비를 연구하게 됐다. 2012년 농·공·상 복합 사업 공모에 선정됐고, 2014년부터 3년간 기업 사회공헌사업으로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커피 찌꺼기 퇴비 만들기, 교육과정, 판매도 이뤄졌다. 그는 “연구를 통해 커피(찌꺼기) 퇴비가 작물 성장에 큰 효과가 있다는 근거를 찾아내고 기업 사회공헌 프로그램과 연계해 커피 찌꺼기 퇴비를 두루 알려, 해가 갈수록 커피 퇴비에 대한 문의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계도 덧붙였다. “생산 설비 문제 등으로 판매 규모를 늘리기 어려웠고, 자치구 퇴비발전소 시범사업은 1년으로 끝났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그는 “신중년에게 도시농업은 일석이조의 분야”라고 말했다. 집 근처에서 건강도 챙기고 농업 관련한 일도 탐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농촌진흥청의 2019년 자료에 따르면, 도시농업 참여 노인들은 우울감이 60% 줄고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아졌다. “씨 뿌리고 물 주고 수확하고 나누는 과정 그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크다”며 “신중년들이 용기 내 도전해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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