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년, 길을 묻다

“설레는 마음과 현장교육실습…신중년 창업 필수조건”

신중년, 길을 묻다 ⑥ 일 영역 세 번째 이야기 조현구 경영지도사

등록 : 2021-06-2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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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보다 ‘하고 싶은 일’로 접근

체험 통해 진짜 하고 싶은 건지 확인

설레지 않을 때는 창업하지 말아야


열정 있어야 어려움 헤쳐갈 수 있어

현장교육훈련 기간을 충분히 잡고

소상공인 상권정보 시스템 등 활용해

창업 절차 직접 해보는 편이 좋아


서두르지 말고 ‘창업 길 한 걸음부터’

3일 오후 마포구 공덕동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과 만난 조현구 경영지도사가 남 따라 창업해 실패한 두 번의 경험을 살려 신중년에게 맞는 창업 전략을 이야기하고 있다.

“남 따라 창업했다 두 번이나 실패한 저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조현구(62) 경영지도사는 이런 실패의 경험을 살려 강의도 하고 책도 쓴단다. 지난 3일 마포구 공덕동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창업 실패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는 중견기업에서 23년간 일했다. 2006년 퇴직한 뒤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창업했다. 외식업을 꼭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니다. 남이 잘되는 것을 보고 자신도 하면 잘될 줄 믿었다. 첫 창업을 너무 크게 한 것이 실수였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궁여지책으로 횟집, 수입 쇠고기 전문음식점 등으로 아이템을 바꿔봤지만 회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1년 만에 외식업을 접고 7개월이 지날 즈음 새로운 각오로 휴대전화 판매점을 열었다. 첫 번째 사업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나름대로 준비했지만, 자신에 대한 이해 부족과 고객의 트렌드를 읽지 못해 휴대전화 판매점 창업도 실패로 끝났다. 그는 “실패 원인은 내 일이 아닌 것을 ‘내 일’로 잘못 판단한 데 있었다”고 했다. 두 번의 시련을 겪은 뒤 그는 진짜 자기 일을 찾았다. 지금은 강의하고 컨설팅을 하고 책을 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많은 신중년이 은퇴 뒤 30~40년을 더 살다 보니, 돈만큼이나 일도 중요해졌다. 재취업해도 오래지 않아 또 일거리를 찾아 나설 수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창업에도 눈을 돌린다.

하지만 창업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특별한 기술 없이 하는 창업의 현실은 더 열악하다. 조 지도사의 경험처럼 남 따라 하는 창업은 실패 확률을 높일 뿐이다. 그에게 신중년에게 맞는 창업 전략을 물었다.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창업해야 한다”고 조 지도사는 말했다. 이런 열정이 있어야 창업해 겪는 여러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 “설레는 마음이 없으면 창업하지 말아야 한다”고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간절하게 하고 싶은 업종으로 창업하면, 창업은 더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자아실현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지도사는 창업자가 ‘내가 창업해도 되는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등 자신에 대한 분석을 가장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종 선택, 상권 분석, 사업 타당성 분석 등에 앞서 창업자 스스로 오랫동안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인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지도사는 적성에 따라 창업해 잘 이어가고 있는 지인의 사례를 들려줬다. 지인은 50대 후반에 우연히 경기도 펜션에 들렀다가 마음이 확 끌렸다. 몇 차례 더 가보았다. 명퇴하고 창업하기로 결정했다. 아침형 인간이 갖는 성실함과 부지런함, 자연과 농사일을 좋아하고 다양한 사회 경험으로 몸에 밴 서비스 정신이 펜션 창업에 잘 맞았다. 힘들 때도 있지만 펜션 일은 누구보다 잘할 수 있고 재미있으며 보람도 있었다. 조 지도사는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이었기에 지인은 창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먼저 체험을 해보라”고 권한다. 실제 체험 뒤에 생각이 바뀌는 경우가 적잖다. 일식집, 여행업, 배달업 등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창업지원기관에 체험을 문의해볼 수 있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을 체험해보고 진짜 하고 싶은 건지를 점검할 수 있다.

조 지도사는 또 창업을 취미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창업은 취미와 달리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나 대학 등의 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이다.

“어떤 업종이나 창업 방식이든 ‘현장교육훈련’(OJT)을 꼭 해야 한다”고 조 지도사는 힘줘 말했다. 현장교육훈련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해야 한다. 대개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하는 짧은 기간이 아니라 3~6개월, 경우에 따라서는 1년 이상을 해야 한다. 현장교육훈련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많다. 창업 프로세스 전체를 알 수 있고, 적정 투자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손익구조를 파악할 수 있으며, 사업 타당성도 판단할 수 있다. 그는 “현장교육훈련에 들이는 시간이 늘수록 실패 확률이 줄어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신중년 창업도 일반적인 창업 절차를 따라 이뤄진다. “전체 창업 절차를 어설프더라도 직접 해보는 게 좋다”고 조 지도사는 조언했다. 현장교육훈련에서 창업 절차에 관해 파악하고, 상권 분석, 사업계획서, 점포 계약 등은 관련한 공공기관 등의 정보를 확인해가며 스스로 할 수 있다. 상권 분석의 경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소상공인마당 상권정보시스템을 활용하면 혼자서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창업에는 반드시 돈이 든다. 노년기의 과잉투자는 금물이다. 잘되면 확장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도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 투자비용의 70%는 자기자본을 갖고 있는 게 좋다. 자금이 부족하면 창업 규모를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조 지도사는 모델링 창업을 권한다. “투자 자금의 절반 이하로 줄여 작은 규모로 창업해 수익모델을 파악한 뒤 넓혀야 한다”고 했다.

창업 관련 제도나 지원 기관은 여럿 있다. 중소벤처기업부(K-Startup 창업지원포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상공인마당), 서울시 창업스쿨, 서울산업진흥원, 서울시50플러스재단 등이다. 각 기관의 제도나 지원 사업 가운데 신중년에게 맞는 것을 찾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다. 창업 자금의 경우 대개 사업자등록 뒤 3개월 등의 조건이 있어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조 지도사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할 것을 당부한다. 그리고 창업교육에 부부가 꼭 함께 참여하길 권한다. 창업에서는 시작이 반이 아니다. 시작은 한 걸음을 뗀 것일 뿐이다. 창업은 하나씩 쌓아가면서 나아가는 것이다. ‘천 리 길처럼 창업 길도 한 걸음부터 차근차근 가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소상공인마당에서 제공하는 상권정보 시스템.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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