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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든 것을 다 보고 인식할 수 있을까?”
‘동시대 연극’의 차세대 연출가 구자혜(37)는 최근 몇 년간 ‘세상의 중심에서 멀어진 것’에 관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오는 25일까지 미아리고개예술극장에서 계속되는 <대성당>을 보면 연출가의 색깔은 더욱 확고해진다. 현대문학의 대표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1938~1988)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대성당>은 시각장애인이 겪는 에피소드를 다루는데 “시각적 요소를 최대한 줄이고, 청각이 모든 감각으로 확장되는 작품”이다. 가령, 극 중에 여자랑 시각장애인이 소통할 때 테이프에 녹음해서 서로에게 보내준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이중·삼중의 마이너리티를 건들고 있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비주류에 관심을 보였다. 세월호와 땅콩 회항, 검열을 소재로 한 <커머셜, 데피니틀리-마카다미아, 검열, 사과 그리고 맨스플레인>(2016)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구 연출가는 최근에 공연한 <그로토프스키 트레이닝>(2017)부터 작품을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었단다. 세월호 실종자로 대변되는 실종된 개와 주인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서 관심받지 못한 이들의 마음을 우리가 대변할 수 있을까?”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런 ‘소수자에 대한 관심’은 <셰익스피어 소네트>(2018)에서 최고조에 이른다. 연출가는 무대를 서로 바라볼 수 없는 네 구역으로 구분했는데, 각 영역에 앉은 관객은 다른 구역에서 진행되는 배우의 연기를 관람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의 연극에는 “우리는 모든 것을 인식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숨어 있다.
그는 이번 연극이 시각장애인을 다루지만 장애인을 위한 연극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보는 방식’이 아니라 ‘듣는 방식’으로도 소통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시각장애인이든 비시각장애인이든 서로 연결되는 삶의 순간이 있다는 점”이다.
■ 구자혜는 이화여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2010년 <먼지섬>으로 등단해 국립극단 조연출을 거쳐 <3월의 눈>(연출 손진책), <벌>(연출 김동현),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연출 김광보), <칼집 속에 아버지>(연출 강량원) 등 다양한 현장 경험을 쌓았다. 현재는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대표로 활동 중이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소통실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소통실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