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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야적장이 예술작품 전시 공간으로

중구 필동 스트리트 뮤지엄

등록 : 2018-03-1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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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선비의 마을, 중구 ‘필동’(筆洞)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인쇄·출판 집적지인 충무로와 맞닿아 있어 인쇄소가 먼저 떠오를지 모르겠다. 낡고 오래된 이미지다.

하지만 필동엔 이런 느낌과 거리가 있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 4번 출구로 나와 남산골한옥마을 방면으로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스트리트 뮤지엄(길거리 미술관·사진)이다.

흔히 ‘뮤지엄' 하면 평소에 만날 수 없는 화려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고급스러운 건물을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곳은 전형적인 미술관처럼 한정된 공간이 아닌, 이름 그대로 길거리에서 누구나 쉽게 다양한 예술작품을 즐길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도심 한복판, 그것도 골목 구석진 자리에 왜 이런 곳이 있을까 의문이 들 법도 하다. 7년 전만 해도 이곳은 주인 모를 각종 쓰레기와 무단 적치물 등이 널브러진 으슥한 골목에 불과했다. 하지만 필동의 귀한 가치를 알아본 중구는 이곳을 남산골한옥마을과 남산을 다녀가는 관광객들까지 즐겨 찾는 명소로 만들기 위해 문화시설 유치에 힘을 쏟았다. 마침내 이곳에서 광고회사를 운영하는 박동훈 대표의 도움을 받아 쇠락한 필동 뒷골목이 예술 공간으로 변신하는 결실을 얻었다.

2016년 첫선을 보인 스트리트 뮤지엄은 모두 8개의 예술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 ‘모퉁이’ ‘우물' ‘이음' ‘골목길' ‘둥지' ‘사변삼각' ‘컨테이너' ‘ㅂㅂㅂㅂ벽'이라는 이름을 갖고 예술통 거리부터 남산골한옥마을 내부까지 곳곳에 숨어 있다. 보물찾기하듯 하나하나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물 형태로 땅을 깊이 파고 우물 안에 배치된 작품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감상할 수 있는 ‘우물', 옆으로 길게 난 창으로 주변 자연이 액자 속 풍경처럼 담기는 ‘이음', 비탈길 자투리땅에다 6m 높이의 대형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설치한 ‘사변삼각', 수백 개의 나뭇가지를 이용해 외부는 둥지 모양, 내부는 터널 모양으로 만들어 입체적으로 작품을 볼 수 있게 한 ‘둥지' 등으로 다양하다.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아트뿐만 아니라 디자인어워드 수상작 등 신진작가부터 중견작가 작품까지 예술을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포인트다.

전시 작품과 작가에 대해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디지털 안내판도 설치했다. 길거리예술이라는 특성상 무거운 주제의 작품보다는 지나가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주제를 전시해 시민들의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유명 작가의 경우 오랜 시간 전시해 놓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약 3개월마다 전시물을 바꿔가며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또 8개 뮤지엄에 비치된 스탬프를 찍어오면 음료 할인쿠폰도 준다.


예술작가와 지역 주민이 한데 어우러져 예술을 향유하는 골목축제 ‘예술통'도 2015년부터 해마다 이곳에서 열리고 있다. 8개의 스트리트 뮤지엄과 현대의 살롱 문화를 꽃피운 남학당 서재, 작은 공연장 코쿤홀 등을 무대로 다수의 퍼포먼스와 공연, 강연, 화초 가꾸기(가드닝) 등을 펼치고 있다. 예술을 매개로 일상이 축제가 되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 시민들의 호응이 뜨겁다.

유난히 길었던 추위를 뒤로하고 싱그러운 봄 향기가 풍기기 시작한 요즈음 누구나, 언제나, 문턱 없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이곳에서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예술의 매력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 이은혜 중구청 공보실 주무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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