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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변신한 서울 대표 푸줏간

성동구 마장축산물시장

등록 : 2018-07-1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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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는 마장축산물시장(사진)이 눈을 뜨는 시각이다. 도축장에서 배달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만지는 상인들의 손길이 분주해진다. 새벽바람을 맞으며 부산하게 움직이던 상인들은 아침 녘이 되자 손님 맞을 채비를 한다. “싱싱한 고기 있어요!” “모든 부위가 맛있어요!” 목청을 높여 손님을 끈다. 곱창을 만들기 위해 내장 등의 부속물을 손질하는 상인과 축산물시장에 없어서는 안 될 칼을 가는 할아버지 모습이 정겹다. 상인들의 모습에는 정열이 살아 있다.

오후 풍경은 또 다르다. 전국 각지에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납품하는 트럭과 오토바이가 하나둘 줄지어 선다. 시장은 북새통을 이뤘지만 신기하게도 경적 한번 나지 않는다. 상인과 납품업자들의 묵계 같은 게 느껴진다.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을까. 모든 고기를 정찰·정품·정량으로 파는 3정 제도 등 더 나은 시장으로 성장하기 위한 상인들의 노력이 믿음직하다.

약 20여 곳의 육류 음식점으로 구성된 일명 먹자골목은 시장 찾는 재미를 더한다. 상가에서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산 신선한 고기를 밑반찬 등 차림비만 내고 그 자리에서 구워 먹을 수 있는 식당도 있다. 시장에서 운영하는 ‘고기 익는 마을’(성동구 고산자로24길 11-1 3층)은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성동구청이 인증한 마을기업으로 위생, 원산지, 중량, 가격 등급 등을 철저히 관리하는 곳이다. 수익금은 장학금, 이웃돕기성금 등으로 사회에 환원한다.

마장축산물시장에 활력을 더해줄 도시재생사업도 시작됐다. 최근 서울시와 성동구는 마장동 주민·상인공동체 등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마장 도시재생 주민공모사업 19개를 선정했다. 오는 7월부터 11월까지 마장 허브 정원 운영, 도심 환경 정비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5개 주민공모사업이 추진되고, 소의 무게를 재는 임시 계근소 설치, 마장투어 프로그램 운영 등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한 14개 기획공모사업도 진행된다.

마장축산물시장이 있는 마장동 일대는 서울의 광역 중심인 왕십리와 청량리를 잇는 곳이다. 마장동이라는 지명은 조선 시대 이곳에 말을 기르던 목장인 마장이 있었던 데에서 유래했다. 인근에 있는 ‘장안평’도 목장 안 넓은 들판이라는 뜻이다. 마장동에 본격적으로 축산물시장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1958년 숭인동 가축시장이 옮겨오면서부터다. 도축장을 따라 건너온 상인들은 인근 집에 상점을 차리고 부산물을 팔기 시작했다. 이렇게 형성된 마장축산물시장은 오랜 세월 불황과 호황을 반복하며 서울의 대표 푸줏간 구실을 맡아왔다. 60년의 역사를 지닌 마장축산물시장은 현재 11만6150㎡(약 2만5천 평) 대지 위에 자리잡은 3천여 개의 점포, 1만2천여 명의 종사자, 연간 200만여 명의 소비자 등 한국 최대 규모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육류 전문 유통 축산물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소와 돼지의 모든 부분을 팔고 있으며 수도권의 육류 60~70%를 공급하고 있다. 2013년에는 축산시장으로서의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미래유산으로 등재됐고, 2016년에는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된 이후 ‘미스(Miss) 마장’ 사업이 한창이다. 미스 마장 사업은 마장(Majang)시장을 재미있고(Interest), 볼거리가 많아(See) 머물고 싶은(Stay) 시장으로 만드는 사업이다. 청계천 등 인근 관광지와 연계한 한우 시식 행사에 시장축제와 문화공연까지 다채로운 즐거움이 기다리는 미스 마장축산물시장으로 지금 떠나보자.

김규임 성동구 언론팀 주무관, 사진 성동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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