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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들이 지난 5월28일 노들섬 잔디마당에서 ‘문화가 흐르는 예술마당’ 개막 공연을 즐기고 있다. 오는 11월까지 노들섬 ‘문화가 흐르는 예술마당’에서는 다양한 장르와 주제의 공연을 만나볼 수 있다. 서울시 제공
2009년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호우시절>이란 영화가 있다. 영화 제목은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의 ‘춘야희우’(春夜喜雨)라는 시의 첫 구절에서 따왔는데,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好雨時節)는 뜻이다.
비록 함부로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지만, 코로나19로 더할 나위 없는 고통을 받은 시민들에게 과연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는 무엇일까? 당연히 최우선이 돼야 할 것은 큰 경제적 손실로 절실히 그 생존을 항변해야만 했던 사람들에 대한 좀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보상과 지원 마련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미처 경험해보지 못했던 닫힘과 단절, 그로 인해 낮게 침잠해버린 일상을 치유할 수 있는 무엇, 갇히고 닫혔던 절망을 풀어내 잇고 연결하고 희망을 직조할 수 있는 무엇, 그렇게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가 되어줄 무엇을, 필자는 감히 문화예술이라 하겠다.
문화예술은 섬처럼 단절됐던 사람들의 마음과 흥건하게 고여 있던 불안과 불편을 치유해준다. 이러한 예술이 멀리 고립되지 않고 시민들의 일상에서 함께 호흡하기 위해 필연적 문화지형으로 호명되는 것이 바로 ‘문화예술 공간’이다. ‘노들섬을 글로벌 예술섬으로 만든다’는 오세훈 시장의 발표가 반가운 이유이다.
노들섬은 한강대교 중간에 있는 타원형 모양의 땅으로 ‘백로가 놀던 돌’이라는 뜻의 ‘노돌’에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이 섬은 1930~1950년대 백사장, 스케이트장으로 사랑받는 공간이었으나, 1968년 시작된 한강개발계획 등으로 사람들 발길이 점차 끊어지게 됐다.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통한 예술섬 조성이 모색됐으나, 여러 상황적 함수와 다층적 이해관계가 작동된 탓인지 좌초됐다. 이후 다시 긴 시간 동안 친환경 도시농장 등으로 방치되다시피 하다가, 2019년 9월 라이브하우스, 노들서가 등 문화공간이 결합한 ‘복합문화기지’로 개장했지만, 활용도와 이용률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오세훈 시장은 ‘글로벌 예술섬’으로의 도약을 발표하면서 기존 건물을 업그레이드해 그 활용도를 높이겠다고 시사했다.
이러한 정책적 뒷받침을 바탕으로 이미 많은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시작됐고, 또 예정되어 있다. 서울시 주최로 지난 5월28일 시작된 ‘문화가 흐르는 예술마당’을 비롯해, ‘서울드럼페스티벌’(6월17~18일) 등이 곧 막을 올리고, 올가을이면 필자가 속한 서울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비보이 페스티벌’(9월24일), ‘서울거리예술축제’(9월30일~10월2일), ‘한강오페라 전막공연’(10월1~2일) 등이 펼쳐질 예정이다.
물론 여기에는 좀더 보완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예술섬’이라는 정체성에 맞게 다양한 예술 장르가 유기적, 효율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노들섬의 기존 하드웨어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질 야외 상설무대는 다양한 장르적 특성을 포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가 보완돼야 할 것이다. 예술섬의 정체성을 담아내면서도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는 매력적인 공간 조성에 대한 고민 역시 필요하다.
또한 각각의 프로그램이 하나의 ‘분절된 점’이 아닌, 특화된 기획과 스토리로 이어진 ‘연결된 선’이 돼야 할 것이며, 시민들이 항상 즐겨 찾아갈 수 있도록 중단 없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잘 보관된 호미는 녹슬 뿐, 밭고랑에 있을 때 비로소 온몸으로 빛날 수 있는 것처럼.
이제 더 이상 예술은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에만 있지 않다. 쇼팽도 칸딘스키도 한강에서 가끔 콧바람을 쐬면 좋지 않을까? 섬 남단에는 한강의 결빙상태를 확인하는 표지석이 있다는데, 한강의 결빙뿐 아니라 고된 일상으로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는 따뜻한 예술의 쉼터로도 작동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주말엔 501번 시내버스를 타고 노들섬의 저녁으로 오라! 한강 위로 스며드는 노을, 눈부신 야경을 바라보며 돗자리 펴고 팔베개 누운 그곳이 바로 예술의전당이므로.
이제 더 이상 예술은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에만 있지 않다. 쇼팽도 칸딘스키도 한강에서 가끔 콧바람을 쐬면 좋지 않을까? 섬 남단에는 한강의 결빙상태를 확인하는 표지석이 있다는데, 한강의 결빙뿐 아니라 고된 일상으로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는 따뜻한 예술의 쉼터로도 작동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주말엔 501번 시내버스를 타고 노들섬의 저녁으로 오라! 한강 위로 스며드는 노을, 눈부신 야경을 바라보며 돗자리 펴고 팔베개 누운 그곳이 바로 예술의전당이므로.
백승우ㅣ서울문화재단 문화시민본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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