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활동 공간 마련하고, 주거비도 아꼈어요”

3년차 맞은 SH·사회투자지원재단 청년 공동체주택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등록 : 2022-06-02 15:04

크게 작게

서울시의 ‘빈집활용 프로젝트’와 사회투자지원재단의 ‘터무늬있는집’ 시민출자기금이 손잡고 추진하는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는 지역 청년단체의 활동공간이자, 무주택 활동가의 주거공간으로 활용된다. 사진은 예술교육단체 ‘해당사항없음’이 지난 4월 입주한 주택 안팎 모습. 거실에서 활동가 (왼쪽부터, 닉네임) ‘람’과 ‘산선’, ‘자라’가 테이블의 단체 홍보물을 올려다보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8곳에 청년단체 13곳, 42명이 입주

SH, 빈집 중 선호도 등 협의해 공급

지역활동 중점둔 공모로 대상 선정

재단, 시민 출자금으로 보증금 지원

“6월중에 첫 연장 심사, 기준 마련 중”

예술교육단체 ‘해당사항없음’은 지난 4월 단체 활동 공간 겸 활동가 2명의 주거 공간으로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69.7㎡(21평)의 1층짜리 단독주택이다. 방 2개, 화장실 1개, 거실, 주방에 다락방, 옥상도 있다. 5월23일 <서울&>은 이곳에 입주한 ‘자라’와 ‘산선’, ‘람’(닉네임) 3명을 만났다. 모두 엠제트(MZ)세대 사회참여 예술인이다. 이들은 “60년 된 오래된 집이지만 해가 잘 들고 리모델링을 해 깔끔하다”며 “작은 마당도 있어, 몸과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고 했다.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희망아지트)는 방치된 빈집을 주거와 지역활동이 연계된 청년 공동체주택으로 꾸미는 사업이다. 서울시의 ‘빈집활용 도시재생 프로젝트’와 사회투자지원재단의 ‘터무늬있는집’ 시민출자기금이 손잡고 만들었다. 터무늬있는집은 터무니없는 주거 현실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뜻 있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 보증금을 지원해주는 시민운동이다.

작은 마당에서는 식물을 키운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희망아지트 사업은 2020년 3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사회투자지원재단이 업무협약을 맺으며 시작되었다. 2022년 5월 말 현재 10호가 공급됐다. 지역은 강북(4), 성북(2), 종로(2), 관악(1), 도봉(1)구다. 2020년 6월 성북청년시민회가 첫 입주 했다. 현재 8호까지 입주를 마쳤고 청년단체 13곳, 입주자 수는 42명이다. 한상혁 SH 빈집사업부 대리는 “청년들의 주거, 창업, 커뮤니티 등 다목적공간이다”라며 “주거비 부담이 나날이 높아지는 시기에 청년들이 꿈을 이루는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SH가 매년 초 빈집 후보 리스트를 뽑고 사회투자지원재단과 함께 주택을 답사한다. 주변 환경, 교통, 청년 선호도 등을 고려해 주택을 정하고 공모를 통해 입주단체를 선발한다. 희망아지트 공급 대상은 지역활동을 하는 무주택 청년(18~39살)이 소속된 단체다. 박상후 SH 도시재생기획부 주임은 “기존 임대주택과 달리 청년들의 지역활동 기획안을 바탕으로 입주자를 선정하고 있다”고 했다.

희망아지트 입주자 1인당 월 주거비는 4만4천~12만5천원 정도다. ‘해당사항없음’활동가 2명이 내야 하는 월 임대료는 약 19만원이고 여기에 기금 사용료(월 2만7990원)와 공동체 기금(월 2만7990원)이 더해진다. 저축성인 공동체 기금을 빼면 월 주거비는 1인당 11만원 정도다. 산선은 “관리비 포함 여부 등으로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이전보다 주거비 부담은 줄었다”고 했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책 읽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이들에게 주거비 절약만큼이나 좋은 점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함께 마련한 것이다. 람은 “그동안 청소년 대상 예술교육 지원 사업을 하면서 대관비 비중이 컸다”며 “올해 마을공동체지원 사업인 동네 어린이프로그램은 희망아지트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들은 단체의 실험 공간으로 아지트를 사용할 계획에 즐거운 상상을 이어가고 있다. 산선은 “다양한 예술교육 프로그램, 세미나, 책읽기 모임을 하는 작당의 공간이기도 하고, 전시도 기획하며 주제를 가진 영화제와 공연도 열 계획이다”라고 했다.

지난 4월 온라인으로 열렸던 사회투자지원재단의 교류 프로그램도 도움이 되었단다.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거주 청년단체와 시민출자자 등이 함께한 ‘방구석 집들이’ 화상회의에 참석했던 자라는 “다른 단체들의 공유 공간, 생활 공간 등을 보면서 앞으로 공간 운영을 어떻게 할지 감이 잡혔다”고 했다.

이들은 희망아지트 사업의 지원 절차가 수월한 편이었다고 말한다. 람은 “무주택자이면서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청년 등 최소 요건만 갖추면 되고, 까다롭지 않았다”

며 “공간을 활용해 지역에서 어떤 활동을 할지를 중점적으로 봤다”고 전했다. 시민출자기금 덕분에 보증금 부담이 없었던 것도 이들에겐 의미 있게 다가왔다. “필요한 청년들이 사용할 수 있게 시민이 자원을 나누는걸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굳이 가난하다는 걸 증명하지 않아도 돼 훨씬 기분 좋게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희망아지트는 2년 계약 뒤 재계약 심사를 통해 2년을 더 연장해 살 수 있다. 오는 6월 첫 재계약 심사가 시작된다. 성승현 사회투자재단 부설 터무늬제작소 선임연구원은 “희망아지트에서 생활하며 어떻게 성장했고, 이들의 경험이 사회적으로 어떤 가치와 의미가 있는지의 관점에서 심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사업이 안고 있는 과제도 있다, SH가 매입한 빈집이 강북권의 특정 지역에 몰려 있어, 다양한 지역으로 확장이 어려운 한계가 있다. SH의 지속적인 지원도 중요한데 올해 예산이 지난해보다 줄었고 관련 부서의 규모도 축소됐다.

희망아지트의 공급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시민출자기금의 규모도 늘어야 한다. 출자금은 지난해 연말 누적 기준 8억2600만원 정도로 이 가운데 약 75%가 보증금으로 지출됐다. 현재 개인 151명과 단체 15곳이 출자했다. 출자방식은 재단에 직접 출자하거나 북서울신협의 소셜예금 가입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자세한 안내는 터무늬있는집 누리집(themuni.co.kr)에서 볼 수 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