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제로웨이스트 MZ회담’을 통해 본 희망

등록 : 2022-05-2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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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서울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온스튜디오에서 ‘2022 서울 제로웨이스트 캠퍼스 MZ회담’을 열어 대학 환경 동아리, 청년 환경단체 회원 등과 만나 대학 내 생활 쓰레기 문제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서울시 제공

지난 3월 서울시에서 주최한 ‘2022 서울 제로웨이스트 캠퍼스 엠제트(MZ)회담’에 참석했다. 21세기 지구 최대 해결과제인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대학생들이 스스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아이디어를 토론하는 자리였다. 제로웨이스트 캠퍼스 실천을 위한 일회용품 대체 방법, 더욱 효과적인 분리배출과 수거, 그리고 나아가 캠퍼스 환경 개선에 관한 캡스톤 디자인 과목 개설 같은 훌륭한 의견이 나왔다.

누구나 지적하지만 제대로 된 실천은 여전히 요원한 분야가 바로 환경문제다. 세대별로 느끼는 위기감이 다른 까닭에 대응하는 속도와 방향도 천차만별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미래의 변화를 주도해나갈 대학생들과 자리를 마련한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나 또한 이들의 의견을 들으며 많은 에너지를 얻었다.

서울시 제로웨이스트 MZ회담에 숙명여자대학교 총장으로서, 그리고 한국여자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참석해 어떤 이야기를 할지 고민하다가 ‘오늘의 작은 시작이 큰 운동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주기를 부탁’하는 마음에서 3P를 당부했다. 3P는 첫째, ‘열정’(Passion)이다. 즉 MZ회담에 참석한 모두의 열정이 캠퍼스 전체 그리고 우리 사회로 확장되기 위한 노력을 부탁했다. 둘째, ‘지속성’(Persistence)이다. 이러한 열정의 불꽃이 한 번 타오르고 사라지는 것이 아닌 지속가능한 열정이 되도록 인내하며 끝까지 경주해줄 것을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힘’(Power)이다. MZ회담 같은 프로젝트의 목적은 혼자의 작은 힘이 아닌 공유, 협력, 소통을 통해 큰 힘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그 자리에 참석한 청년들이 내뿜는 선한 영향력이 거대한 변화의 동력으로 작용하기를 바라면서 숙명여대도 동참할 것을 약속했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코로나19로 인해 캠퍼스 생활의 설렘을 경험하지 못한 신입생들에게 기후변화는 미래의 내 문제이며 현실이다. 청년 세대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기후변화를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과거 선배들의 무관심과 상승작용을 하여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대학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자원 절약과 재활용 활성화 같은 생활 속 실천을 체질화하는 교육과 체험의 장이 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가 대학 내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제로캠퍼스’ 조성 계획을 세운 것은 의미가 있다. ‘제로캠퍼스’는 교내 카페에서 다회용 컵을 사용하고 배달 다회용기 회수기 설치, 포장재 없는 상점 만들기 등 서울시가 추진 중인 제로웨이스트 사업을 도입한 일회용품 없는 대학 캠퍼스를 말한다. 올해 20여 개 대학을 시작으로 서울 시내 모든 대학으로 확대한다고 하니 캠퍼스 내 제로웨이스트 문화 확산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숙명여대는 지난해 ‘세계 최상의 디지털휴머니티 대학’ 비전을 선포하면서 핵심 실천과제 중 하나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실천혁신’을 제안했다. 지구공동체 일원으로서 환경과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관련 분야의 연구·교육을 통해 지속가능한 대학으로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마련하겠다는 다짐이다. 이를 위해 업사이클링과 지역 내 환경개선 활동을 하며 환경 이슈에 대한 메시지를 다각도로 전달하는 한편, 탄소중립 ESG 미래선도 실전문제연구단 컨소시엄을 구성해 탄소중립 캠퍼스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미래를 지향하는 대학이라면 다가오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기후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앞으로 대학의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21세기를 선도하는 대학이 될지, 아니면 그저 변화를 좇아가기에 급급한 대학이 될지 결정하는 중대한 갈림길 앞에서 우선 MZ회담에서 나온 학생들의 해결 대안부터 실천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그 길에 서울시가 지금처럼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길 기대해본다.


장윤금ㅣ숙명여대 총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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