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뒤 서울, 증강현실 선도 도시…식량위기로 거리시위도

미래학자 손현주가 그린 ‘2045년 서울’의 모습

등록 : 2016-08-11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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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이제 국제도시를 넘어 세계의 시민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세계시민적 도시로 변하고 있다. 그만큼 서울은 지구의 심장이 되어간다. 하지만 동시에 서울은 불안한 미래를 안고 있다. 우선 서울의 경제성장은 지속해서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 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생산활동이 위축되고, 가계 빚은 늘어간다. 도시 기반시설이 낡아, 도시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세대 간 갈등도 깊어진다. 노년층 위주의 실버 민주주의가 확대되고, 세대 간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진다. 이처럼 불확실한 서울의 미래를 사회·경제·정치·기술 측면에서 그려 보고 대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시민이 전망하는 서울의 미래

지난해 11월 서울시는 서울 시민이 본 서울의 미래 전망을 발표했다. 시민들은 서울의 미래가 ‘지금과 비슷’(44.8%)하거나 ‘나아질 것’(31.1%)이라고 기대했다. 서울시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시민은 10명 중 3명이 채 안 된다. 서울 시민의 미래 전망이 그리 나쁘지 않다. 미래를 낙천적으로 전망하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잘 다스리고 적극적으로 위기 극복 전략을 도모하기 때문에 비관적인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삶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 시민의 낙관적인 전망은 서울시 미래에 대한 이해와 추동력을 향상시킬 수 있어서 고무적이다.

광화문 거리의 풍속도

2045년 서울 광화문 거리는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과 버스를 타려고 분주히 움직이는 발걸음이 사라진 지 오래다. 시민 각자가 소유하고 운전하는 자동차 시대가 끝났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는 차)가 2025년에 상용화되면서 서울은 자율주행 자동차의 성지가 된다. 사람 몸에 주입된 인공지능 전화기가 스마트카인 자율주행 자동차와 연결되어 자동으로 직장인들을 이동시킨다. 보도블록이 없어진 길거리에서 자동화된 개인용 운송수단들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 기계들의 초록색, 빨간색 수신호와 하늘을 날아다니는 드론의 소리가 아침의 분주함을 대신한다.


100세 경제

2040년 서울 시민의 평균 기대수명은 남자는 86.1세, 여자는 90.7세가 된다. 65세 이상 인구는 서울시 인구의 30%를 넘는다. 2030년만 해도 자식이 부모를 위해 황수(皇壽·110세) 잔치를 성대하게 치렀지만, 110세 이상 장수를 누리는 것은 흔한 일로 황수 잔치는 옛말이 되었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암·심장병·당뇨병·뇌 질환 등과 같은 만성질환이 줄어들고, 인공 장기를 비롯한 재생의학의 발달로 인간 수명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100세 경제는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경제 주체로 등장하면서, 대부분 100살까지 산다는 100세 시대 진입을 의미한다.

서울시는 100세 경제를 맞이해 로봇·신소재·나노·바이오·고부가식품 산업을 포함하는 첨단 융합산업, 건강관리·교육 서비스·금융·콘텐츠·관광 등 고부가서비스 산업 양성을 추진한다. 반면에 100세 경제는 노동력의 고령화를 초래해 생산성 저하, 노동력 공급 부족, 소비활동 위축을 낳는다. 건강과 사회서비스 분야에 대한 지나친 지출로 서울시 재정이 악화되어 저조한 경제성장을 이끌어낼 정책 수단마저 사라진다.

가족 구조의 변화

서울의 인구는 2015년 총인구 986만 명에서 2040년에 916만 명으로 7%쯤 줄어든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2019년 65세 인구가 14%를 차지하는 고령 도시로, 2026년에는 고령 인구가 20%의 초고령 도시가 된다. 가족 구조도 변화된다. 서울의 1인 가구 비율이 2015년 27%에서 2035년에는 31%까지 늘어나고, 2인 가구는 같은 시기에 25%에서 32%로 늘 전망이다. 서울의 가족 형태가 4인 가족 중심에서 1인, 2인 가구 중심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가족 구조는 결혼제도의 쇠퇴와 가족 기능의 붕괴로 연결되어, 가족이 아닌 개인 중심의 문화가 퍼진다.

노인 정치

지속적인 저성장과 청년실업난으로 젊은 층이 외국과 농촌으로 빠져나간다. 노인 비중이 높아지면서 서울시의 중요한 정책 결정을 노인층이 주도하는 노인정치가 현실화된다. 서울은 노인 중심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노인층 이익은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젊은 층 의견은 경시되는 정치구조를 갖는다. 그리하여 연금, 의료비, 실업급여 등과 같은 사회보장비 혜택에 대한 세대별 격차가 커진다. 젊은 세대는 실업난, 부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경제개혁을 요구하지만, 서울은 혁신적인 개혁보다는 노인층의 주장이 강화되는 보수화의 길을 걷는다.

노인 정치는 자신들의 혁신성 부재를 인공지능 컴퓨터를 이용해 극복한다.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 로봇이 서울의 모든 정책에 개입한다. 정책 결정을 해야 할 때 24시간 자동으로 정책 대안이 나온다. 심지어 가상정치에서는 역대 서울시장의 아바타가 출현해 시민들과 현안에 대해 논쟁하는 일이 연출된다. 똑똑한 인공지능이 서울시 정책의 일부가 된다.

도심 속 마을공동체

로봇이 일자리를 대신하면서 시민들의 여가가 훨씬 늘어난다. 제조용·서비스 로봇 생산이 고부가가치 산업이 되면서 로봇 산업이 해마다 빠르게 성장한다. 빅데이터, 로봇공학, 스리디(3D) 프린팅 산업이 서울시 전역에 퍼지면서 일자리를 빼앗긴 중산층이 소득에 큰 타격을 받는다. 광범위한 정보와 강력한 컴퓨터 네트워크를 소유한 기업과 조직들이 부와 권력을 독점하면서 양극화는 심화된다. 이 때문에 시민들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도시공동체는 해체 위기를 맞는다.

2010년쯤부터 서울시가 추진했던 사회경제적 정책은 중요한 몫을 담당한다. 도시의 자립 기능을 높이는 전환마을 운동과 공동체 회복을 목표로 한 마을만들기 운동이 서울시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데 좋은 해결책이 된다. 에너지 자립과 공동체 회복 운동은 최첨단 기술과 결합한다. 서울시 자치구는 마을별 지역에너지 시스템을 마련한다. 빌딩과 주택은 잉여에너지 생산, 도시 쓰레기의 재활용, 물 사용 최소화 등을 통해 자급 자족적 형태를 갖춘다. 대부분 건물은 수천 개의 센서가 달려 전등과 온냉방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등 환경에 최적화된 지능형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시민들은 경쟁이나 이윤보다 인간의 필요나 협력관계를 중시하는 공동체적 시민성 회복 운동을 전개한다.

증강현실 도시

서울은 증강현실 도시가 되어간다. 지속가능한 도시, 녹색 도시, 스마트 도시 이후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도시이다. 2030년대까지 서울은 환경문제, 자원 위기, 구도심의 문제 해결,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스마트 홈·빌딩으로 대표되는 스마트 도시를 발 빠르게 추구한다.

2040년대에 들어와 가상현실을 이용해 모든 시민이 아무 때나 접근할 수 있는 증강현실 도시를 선도한다. 증강현실이란 디지털이 만든 가상현실과 사람이 사는 물리적 현실이 혼합된 공간으로서 현실이 확장된 것이다. 증강현실 기술이 도시의 기능을 증진시키고, 산적한 도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증강현실 도시이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태블릿 피시 등과 같은 증강현실 데이터가 있는 기기를 이용해 시민들은 걸어가면서도 실시간으로 바라보는 장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구매자가 집을 살 때도 증강현실 기기를 이용하면 과거에 있었던 건물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볼 수 있다. 상하수도 공사를 할 때도 땅속에 묻혀 있는 상하수도 배관을 보여 줌으로써 배관공사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된다. 서울시 전 지역에 걸쳐 설치된 센서들과 시민의 디지털 신분증이 도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필수 정보를 제공한다. 도시 자체가 보고, 듣고, 생각하므로 사건 사고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시민의 활동에 대한 디지털화는 전자감시능력을 끌어올린다. 이 투명한 도시에서는 심지어 선량한 불특정 다수가 감시 대상이 된다. 사생활 침해의 윤리적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식량 가격 상승과 위기

서울 시민은 정보 혁명을 거쳐 환경 혁명에 대한 담론을 제기하며 안전한 환경의 시대를 갈망한다. 재생에너지 사용의 생활화, 환경세, 환경부과금 제도 등과 같은 생태계 보전 노력으로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에 기여한다. 에너지 사용의 최적화를 통해 에너지 절약의 선봉에 선다. 2010년대에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미세먼지는 이제 시민들의 관심 밖이다. 증강현실 도시 건설, 재생·기타 에너지 기술의 발달로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요소들이 상당히 제거되고, 의약 기술의 발달로 미세먼지 관련 질병은 쉽게 치료된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빈번한 이상기후, 농산물 생산량 감소, 생태계 파괴 문제는 계속된다. 그중에서도 농산물 생산량 감소로 식량위기가 닥친다.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수년 동안 계속되는 극심한 가뭄이 쌀·밀·콩·옥수수 수확에 타격을 주어 세계 식량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식량 가격이 오른다.

지속적인 세계 인구의 증가, 과소비, 초국적 농식품 기업의 먹거리 시장 장악 등으로 음식물 안전이 위협받는다. 우리나라는 종자 산업을 포기해 몇몇 강대국 기업들이 종자특허권을 독점한 상태에서, 식량자급률마저 떨어진 상태이다. 식량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생활비가 비싸지고 이에 항의하는 거리시위, 소요 사태가 서울에서도 생긴다.

미래의 도전과 대응

서울은 미래에 다양한 도전에 부닥친다. 저성장과 초고령화의 늪에 빠진 서울은 고용불안 때문에 인재 유출을 피할 수 없다. 서울 탈출이 대세다. 노인정치가 구조화되면서 사회의 보수화와 세대 갈등이 중요한 이슈가 된다. 대부분의 정책은 세대 간 간극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도심 속 마을공동체와 같은 새로운 도시 거버넌스는 서울시와 자치구 또는 자치구 간의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증강현실 도시는 전자감시 사회가 되어 중앙집권화된 도시의 유혹에 빠진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식량위기는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다.

초고령 도시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노인들을 위한 평생교육과 적절한 노동 환경이 제공되어야 한다.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고 젊은 층의 미래가 노인층에 의해 결정되지 않도록 젊은 세대의 정치 권한을 제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시민의 안전과 편리함을 위한 증강현실 기술이 시민에 대한 감시가 되지 않도록 감시 방향에 대한 공동체적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식량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도시의 고층 빌딩에서 먹거리를 재배할 수 있는 도시농업에 관한 비전과 행동계획이 필요하다.

글 손현주 전북대 SSK 연구원

일러스트레이션 김곰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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